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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대로 길이 되는 - IT 비전공자의 처절한 병원 시스템 구축 생존기
비수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겠지.
개발자의 삶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상 속 모습 그대로인가 보다. 못 자고, 못 쉬고, 퇴근이 없는 삶. 저녁이 없는 삶. 요즘 취업난에 비전공자들도 학원 등을 통해 개발을 배워 해당 업계로 취업하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나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대학 전공 살려 취업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겠냐 자조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전공이 타 분야보다 좀 많이 중요할 것 같은데, 너무나 문외한이라...
실제는 모르지만, 책에서 본 스스로를 갈아 넣어야 하는 업무 환경에, 개발자를 꿈꾸던 이들도 지레 겁먹고 선택에 조금 더 망설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
《가는 대로 길이 되는》 주인공은 1997년 IMF의 여파로 심각한 취업난에 IT 회사에 입사한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 태섭.
대형병원 전산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된 태섭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에 몰두하며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 작업, 개발자들은 끝날 줄 모르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그 요구사항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는 소속 회사의 압박 사이에서 매일 갈등한다. 일은 할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매일이 야근이다. 얼른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과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한계 때문에 여유로운 저녁 시간은 사치다. 휴식과 잠과 제대로 된 밥이 부족한 하루하루는 고되지만 본받을 만한 좋은 선배와 동료를 만나 마음을 나누게 되었고, 나날이 나아지는 업무능력에 성취감도 대단하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계속 저렇게 살다간 큰일 난다는 것을 안다) 퇴근하지 않는 하루가 당연하게 된 인물들의 고단한 하루에 공감하기도 하고, 흥 저렇게 살아서 과연 뭐가 남았을까 차가워지기도 하고, 복잡다단한 감정.
나는 늘, 일은 열심히도 해야 하고 잘하기도 해야 하고 사람이 좀 옆 사람 힘든 것도 알아볼 줄 알아야 하고 따뜻하기도 해야 하고, 그런 게 이상적이라 생각해 왔는데 그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 이 소설에 있다. '두 대리'. 그의 지금이 궁금해진다.
학급 문고에 꽂혀 있는, 감상에 젖은 옛날 소설 느낌. 좀 촌스럽고 문체가 아련하고 뿌연 느낌. 작가가 나랑 연배 차이 나봤자 십오 년이 안 날 텐데 예스럽다는 수식은 너무한 것 같고 그러나 아무튼 좀 오래된 글 느낌이다.
딱히 재미나지는 않지만 개발업무나 병원업무, 관련 용어가 잔뜩 나오니 개발이나 병원 종사자들은 한번쯤 휘리릭 읽어볼만할 듯.
출판사(하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