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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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처럼 아름다운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소년 신주로(真珠郎).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 안에 살인귀의 본성을 숨기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나는 동료 오쓰코쓰와 함께 신슈의 호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그렇게 휴가를 떠나는 것도, 가깝지 않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망설였을 텐데 지나고 나니 이 모든 사건들을 겪어낼 운명이었나 보다.

그들에게 방을 내어 준 의사 우도는 조카딸 유미와 둘이 살고 있다.

그렇게 저택에는 당연히 이들 넷만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던 어느 날 시나와 오쓰코쓰는 우연히 물에 젖은 신비로운 미소년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우도와 유미는 심하게 동요한다. 유미는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하지만 곧 얼버무린다.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했나 싶은 그 찝찝함과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하는 강한 호기심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얼마 후, 호숫가에 나갔다 돌아온 시나와 오쓰코쓰는 그때 보았던 소년이 우도의 목을 베어내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분명 살인 장면을 보았는데 경찰 수사에도 소년이 물에 던져 버린 우도의 머리도, 시체도 찾을 수 없고 소년의 행방 역시 알 수 없다.


우도 사건 후, 시나는 유미에게 신주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신주로는 출생부터 성장까지, 우도가 만들어 온 '괴물'이었고, 우도는 '신주로 일기' 라는 이름으로 매일 소년의 관찰 일기까지 써 가며 괴물에게 애정을 쏟았다. 그러다 결국 우도 자신 역시 신주로의 손에 목숨을 잃었던 것.

유미가 저택에 오기 전 십수 년 간 우도의 집사 역할을 했던 노인은 신주로의 부모와 출생 배경, 우도의 기이한 보살핌까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순수하게 악으로 똘똘 뭉친 신주로에 대해 알게 될수록 공포는 깊어지고, 도시로 돌아온 뒤에도 시나는 신주로가 벌이는 여러 건의 살인 사건을 마주한다.


80년은 된 오래된 일본 추리소설. 일본 작가에 무지한 나도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으로 알고 있는 에드가와 란포와 같은 시대 활동한 작가란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 초역이라는 정보에 읽어보고 싶었다. 감탄할 정도로 엄청난 스토리나 깜짝 놀랄 만한 대단한 추리는 없어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흡인력은 있는 책. 신주로에 대한 묘사 때문인지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소설생산머신 히가시노 게이고의 (계속 쏟아져 나오는) 신작들보다 몇십 년 전 《신주로》에 더 후한 평을 주고 싶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조금 어설프지만 다른 의미로 신선했다. 악인은, 만들어지는가 태어나는가.



출판사(시공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sigong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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