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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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마당이 있는 집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번에도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 전작만큼 한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갈 만한 몰입감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흡인력 있는 이야기였다. 영상화를 잘 해낸다면 파묘보다 볼만한 오컬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세 남매가 장성한 후에도 여전히 작지 않은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아버지 상보. 금쪽같이 귀했던 장남 형진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그 슬픔을 삭이기 위해서라도 농사에 더 열심이다.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던 형진은 전남편을 사별하고 딸을 혼자 키우고 있던 해령을 아내로 맞이했다. 상보는 형진이 살아 있을 때도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아들이 죽은 지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며느리와 손녀에게 한 푼이라도 돌아가게 될까 전전긍긍한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이른 나이에 원치 않는 퇴직을 하게 된 상보의 차남 형용, 서울을 벗어나는 건 실패라 생각하는 아내 유화와 갈등은 있었지만 결국 아내와 자녀 둘을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죽은 형이 어머니 이름으로 매입했던 군산 청사동의 땅을 형수 해령 몰래 증여받아 그곳에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 유메야를 짓고 보란 듯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음식이 썩어 나가고 유화는 환영을 보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상보의 앞에서 의문의 인물이 남기고 간 형진의 이름이 붉게 쓰인 지폐, 형진 생전에 청사동 그 땅에 서점을 지어 동업하려 했었다며 형용의 카페 건축과 운영을 도운 형진의 친구 필석, 형진 사후에 아파트를 상속받고도 형진이 사두었던 땅을 탐내며 무속인을 만나고 다니는 해령. 형진의 죽음은 과연 단순한 심장마비였을까.

카페를 지을 때 그 터에선 사람이 죽어 나간다며 형용과 유화에게 경고하던 마을 사람들의 말은 그저 질투에서 비롯된 것일까.

 

카페로 돈을 벌어들일 생각에만 사로잡힌 형용은 불길함을 호소하는 유화가 마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화가 자신 때문에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는 게 아직도 원망스러워 어떻게든 카페 사업을 방해하려 한다 오해하고 아내를 불신한다.

카페 땅의 역사에 무언가 저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홀로 조사하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던 유화는 그곳이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호화 주택이었고, 이 집에서 부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터의 역사도, 저주도, 귀신도 무섭고 소름 끼쳤지만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전부라 생각했던 개개인의 이면과, 인간의 부와 땅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었다. 한때 가장 사랑했던 연인이었고 지금은 소중한 가족이 된 상대를 불신하게 될 정도로 귀와 눈이 멀다니.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땅도 함부로 살 게 아니구나.

 


출판사(반타, 오팬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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