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 - 세계 3대 요리학교 출신, 두 빵순이가 꼽은 오사카 디저트 맛집
강수진.황지선 지음 / 홍익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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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시, 파리]라는 '프랑스 파리 불랑즈리, 파티스리, 카페 투어 가이드'를 방불케 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런 저런 책들을 스캔scanning 하던 중 이 책 [오사카에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본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일 외에도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보니 전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못하지만, 대학생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일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지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을 넘어 일본과 일본어에까지 관심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일본어 회화 스터디도 참석하며 열의를 불태웠지만 결국 지금 저에게 남은 것은 아주 미미한 일본어 듣기 능력 정도입니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공부하지도 못했고 일본에도 못 가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하면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이랄까 로망이랄까 하는 것들과 큰 아쉬움, 그리고 언젠가 꼭 가보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가슴 속에 묵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다시, 파리]의 저자 분들도 그러했지만 이 책의 저자 두 분도 참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이자 실력자들 이신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츠지 제과 전문학교' 출신으로, 일본에 왕래하며 또는 그곳에 머물며 열심히 발품 팔고 열심히 드신 덕분에 이 책을 완성시켰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일본에 간 적이 없는 저는, 오사카에 대해서도 아는 게 극히 적습니다. 오사카 성과, 뭐라고 부르는지 조차 모르는, 육상선수가 두 팔 벌린 채 달려오는 전광판이 그 전부입니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저의 일본에 대한, 오사카에 대한 짧은 지식이 조금이나마 길어진 것 같아 괜스레 뿌듯합니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스페셜 디저트'를 빵과 화과자를 중심으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언제, 어떻게든 테마를 잡아 즐길 수 있는 '테마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혼자 먹어도 참 좋은 '싱글 디저트'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편의점 디저트는 그동안 인터넷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책으로도 만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책의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니며 생긴 저자들의 추억이나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한 덕에 알 수 있었던 셰프들의 추억 이야기까지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디저트의 역사, 가게의 역사, 혹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친근하게 맛집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 시리즈의 교토 편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또 어떤 달달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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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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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검은 강]은 자전佳珍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벌인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정확한 나이까지는 알 수 없지만 20대 혹은 30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팡거'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커피점(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피 전문점이나 카페를 말하지만, 팡거가 굳이 커피점이라고 이름 붙이고 모두가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전은 자신이 일하는 바로 그 커피점의 단골손님인 '훙보'라는 늙은 남자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을 살해하게 됩니다. 그녀는 커피점 앞을 흐르는 강이 태평양까지 이어진다는 걸 알고 시체를 강가에 유기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시체가 미처 바다로 흘러가기 전 발견되면서 덜미가 잡힙니다.

 

자전은 그녀가 아주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일을 하지만 집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자전에게 꽤 자주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자전은 이렇게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 적 한 번 없이 성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 탓으로 그녀는 어린 학창시절부터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됩니다. 워낙 빈곤했기에 그녀는 그 흔한 학용품 하나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도라에몽 필통이 너무도 갖고 싶던 나머지 한 아저씨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것이 그녀의 첫 경험이었고, 초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 아저씨라는 남자는 더 이상 자세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자전의 극빈한 가정환경을 잘 알던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에 학용품으로 그녀를 꾄 것이겠죠.

 

그녀는 친한 친구도 거의 없었기에 친구들과 우정을 나눈 적도 없었습니다. 감정적 교류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런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잘 인지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다시 훙보 이야기로 돌아가면, 사실 훙보는 단순한 커피점의 단골손님이 아니었고 아내 몰래 자전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훙보와의 관계가 지속되던 중 그녀는 '셴밍'이라는 대학원생과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비록 '사랑'을 갈구하다 훙보와의 어긋난 관계에 빠지게 되었지만, 자전은 쉔밍을 만난 후 그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꿉니다. 그 미래를 위해서는 훙보에게서 벗어나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훙보는 재혼한 아내를 없앨 계획을 세울 정도로 자전과 함께 하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어떻게든 훙보에게서 벗어나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때에 그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음을 알게 된 자전은 그에게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으로 살인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자전은 훙보 부부를 죽이기 전, 훙보의 아내 살인계획을 그녀에게 알리고자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훙보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자기를 결코 배신할 수 없다 여겼고 자전의 자작극으로 치부해버립니다. 결국 자신의 치부(비밀)만 잔뜩 알려주고 돌아오게 됐다 생각한 자전은 훙보의 아내까지 함께 없애기로 마음먹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친한 친구도 없던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비밀을 공유한 적이 없었고, 결국 '비밀'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됩니다. 그녀는 더욱 나아가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증오하게 되는데, 자전의 언질을 무시했던 훙보의 아내가 바로 이러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죠. 결국 훙보 부부 모두 그녀의 타깃이 되고 맙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였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자전, 드디어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고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 싶었지만 그녀는 다시 한밤중의 강물처럼 검고 어두운 곳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의 안전망이나 시스템의 부재나 결여가 결국 이 사건의 최초 진원지라 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그렇다 생각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뭔가 그 이상으로 참 씁쓸하게 만드는,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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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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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사실 책 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이 말은 저에게는 굉장히 낯선 단어였습니다. 사실 떼어놓고 보면 고고학자나 심령학자는 그래도 그동안 살면서 몇 번은 들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고고학자와 심령학자 분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똑 부러지게 한마디로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 두 말의 합성어가 아닐까라고 그저 추측할 뿐이었던 저에게는 그야말로 신조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책에 고고심령학이 무엇을 연구하고 무엇에 대한 학문인지 설명이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소개를 통해 접한 대강의 스토리가 저에게는 책을 선택할 당시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었기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고고심령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고심령학이란, "심령학적인 관찰을 통해 고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학문, 혹은 결국 같은 말이겠지만 고고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심령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측정해 역사 연구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해주는 학문"이라고 대강 정의내릴 수 있는 학문 분야입니다.

고고심령학계에서 몇 안 되는 사실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실력자이자 대가인 '문인지' 박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이름만 천문대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녀의 제자 조은수는 스승인 문인지 박사가 천문대에서 서재로 사용하던 공간의 지도화 작업에 참여하게 되고, 그 무렵 심령현상(요새빙의)로 추정되는 성벽이 서울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후, 빙의 현상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은수를 비롯한 고고심령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에게는 즐겁거나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문과성향이 강한 사람인지라, 수학이나 과학을 소재로 한 글에 대한 부담이 꽤 큰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의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또한 제가 워낙 독서의 재미에 빠진지 얼마 안 됐고 책도 빨리 읽지 못하는지라 저자인 배명훈 씨가 작품 활동을 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소설가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하지만 책 마지막에 담긴 해설이나 표지에 쓰인 추천글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작가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을 접하고 보게 되면서 저도 이제 배명훈이라는 작가에 대해 또 그의 작품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 수많은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들과 꾸준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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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정진호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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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전에 '안아키'라는 인터넷 카페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곳은 약을 극단적으로 불신하여 항생제나 해열제 등 어떠한 약도 쓰지 않고 자연치유법으로 아이들을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 수단을 통해 직접 치료하겠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습들도 결국에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극히 일반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에서 파생된 여러 양태 중 하나일 것입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는 몸이 아플 경우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을 먹거나 먹지 않거나.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현상이 심화단계에 이르게 되면 또 크게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아니면 아예 극단적으로 약을 기피하는 모습으로 양분 될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정보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현대에는 아주 손쉽게 원하는 정보(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차하고)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우리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믿을 만한 정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러다 최근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비롯하여 몇몇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에게 정부와 전문가의 말은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나 광고보다 신뢰도가 더 낮은 정보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서론에서 시중에 떠돌고 있는 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과 흔한 오해들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책의 1부는 플라시보 효과, 우울증 약, 술 깨는 약 등 우리가 약을 둘러싸고 가장 잘못 이해하고 있는 내용들로 구성했습니다. 2부에서는 약도 잘못 알고 쓰거나 하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아편, 탈리도마이드 사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3부는 2부와는 정반대로 위대한 약들의 탄생을 통해 인류가 큰 혜택을 누리게 된 이야기를 마취제, 백신, 소독제, 항생제, 항말라리아제 등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건강과 함께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수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을 통해 노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수명은 몇 살까지 연장 가능한지에 대한 최근 과학계의 논란과 일화를 소개해 줍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인공지능의 의료 분야에로의 도입 및 개발로 인해 미래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등을 예측해 보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안아키 논란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접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의학, 약학 정보가 과연 올바른 것들인지에 대해 반사적인 의구심과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명한 독성학자인 저자의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웠고 다행이라 느꼈습니다. 내용상 이해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전문가 분들이 비전문가인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이런 책들을 꾸준히 집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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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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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스기우라 에이이치(시로야마 사부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읽기라는 것에 흥미를 붙이고 본격적으로 책을 찾아 읽기 시작 한지 이제 겨우 십여 년(그 기간 중에도 공백이 꽤 되니 실제로는 더 짧을 것입니다.) 되었습니다. 저자가 비록 나이가 많아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에 제가 학창시절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저는 워낙 책과는 동떨어진 (교과서나 문제집 외에는 별로 손에 잡지를 않았던)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이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잠깐 알아보니 그는 일본에서 ‘경제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며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에야 출판이 되었지만, 일본 영화배우 고다마 기요시 씨가 쓴 후기 격인 3장을 보니 일본에서는 그가 운명한 지 얼마 안 된 2010년 즈음 출판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회고하기를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사회・경제소설을 주로 썼기 때문인지, 차분하지만 냉철하고 날카로운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별세한 후 자기의 아내 요코 씨에 대한 소회를 집필하던 미완성의 작품이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이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책 제목 다음에 읊조릴 듯한 이 원제가 훨씬 가슴에 아프지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남편, 아내를 떠나서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남은 한 사람이 저렇게 혼잣말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경험도 없는 저이지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의 그 상실감과 허무함, 마음의 고통이 어떠할까요. 저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앞서 언급했던 3장의 고다마 기요시 씨 말에 따르면, 아내 요코 씨에 대한 표현이 발랄하고 활달하고 심지어 노골적이라고까지 하지만 오히려 저는 스기우라 에이이치 씨가 요코 씨에게 보내는 형식인 1장에 비해, 그의 딸이 (비록 자식이지만 부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의)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쓴 2장이 훨씬 더 절절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1장에서의 에이이치 씨는 담담하고 무덤덤한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마 제가 에이이치 씨의 책을 한 번도 보지 못해 미처 그의 ‘억제된 표현’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2장에서 좀 더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었고 그녀가 먼저 떠난 후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가 모습으로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2장은 에이이치 씨의 따님이 아버지를 병상에서 돌보며 있었던 일들과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습니다. 에이이치 씨와 요코 씨 모두 병을 앓다가 운명하였는데,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과거에 저도 집안의 어른을 비슷하게 보내드렸던 경험이 있어서 2장을 읽는 동안 당시의 기억과 그 때 받았던 충격, 아픔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부는 서로 비슷하기보다는 다르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만, 그 표현 이상으로 서로 잘 어울리는 짝이라 생각했습니다. 생전 처음 알게 된 부부이지만, 이 책 한권만으로도 그들의 애틋하고 즐거웠던 부부생활, 함께 나눈 인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 가족, 그 외 주변사람 모두에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욱 잘 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제가 되어야겠다 다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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