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스기우라 에이이치(시로야마 사부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읽기라는 것에 흥미를 붙이고 본격적으로 책을 찾아 읽기 시작 한지 이제 겨우 십여 년(그 기간 중에도 공백이 꽤 되니 실제로는 더 짧을 것입니다.) 되었습니다. 저자가 비록 나이가 많아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에 제가 학창시절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저는 워낙 책과는 동떨어진 (교과서나 문제집 외에는 별로 손에 잡지를 않았던)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이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잠깐 알아보니 그는 일본에서 ‘경제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며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에야 출판이 되었지만, 일본 영화배우 고다마 기요시 씨가 쓴 후기 격인 3장을 보니 일본에서는 그가 운명한 지 얼마 안 된 2010년 즈음 출판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회고하기를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사회・경제소설을 주로 썼기 때문인지, 차분하지만 냉철하고 날카로운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별세한 후 자기의 아내 요코 씨에 대한 소회를 집필하던 미완성의 작품이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이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책 제목 다음에 읊조릴 듯한 이 원제가 훨씬 가슴에 아프지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남편, 아내를 떠나서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남은 한 사람이 저렇게 혼잣말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경험도 없는 저이지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의 그 상실감과 허무함, 마음의 고통이 어떠할까요. 저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앞서 언급했던 3장의 고다마 기요시 씨 말에 따르면, 아내 요코 씨에 대한 표현이 발랄하고 활달하고 심지어 노골적이라고까지 하지만 오히려 저는 스기우라 에이이치 씨가 요코 씨에게 보내는 형식인 1장에 비해, 그의 딸이 (비록 자식이지만 부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의)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쓴 2장이 훨씬 더 절절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1장에서의 에이이치 씨는 담담하고 무덤덤한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마 제가 에이이치 씨의 책을 한 번도 보지 못해 미처 그의 ‘억제된 표현’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2장에서 좀 더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었고 그녀가 먼저 떠난 후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가 모습으로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2장은 에이이치 씨의 따님이 아버지를 병상에서 돌보며 있었던 일들과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습니다. 에이이치 씨와 요코 씨 모두 병을 앓다가 운명하였는데,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과거에 저도 집안의 어른을 비슷하게 보내드렸던 경험이 있어서 2장을 읽는 동안 당시의 기억과 그 때 받았던 충격, 아픔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부는 서로 비슷하기보다는 다르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만, 그 표현 이상으로 서로 잘 어울리는 짝이라 생각했습니다. 생전 처음 알게 된 부부이지만, 이 책 한권만으로도 그들의 애틋하고 즐거웠던 부부생활, 함께 나눈 인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 가족, 그 외 주변사람 모두에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욱 잘 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제가 되어야겠다 다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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