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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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앞표지에 쓰여 있는 부제까지 눈에 확 띄었고 흥미를 크게 자극했다. 안 그래도 요즘 소설이나 에세이에 편중된 책 읽기 습관을 교양 ․ 상식 혹은 사회 인문 쪽으로 바꿔보려고 노력하던 중에 딱 좋은 책을 만난 것이다. 아직 20대이니 청춘이라고 할 수 있고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이 책속의 이야기가 곧 내 또래의 이야기요, 내 친구들의 이야기며 결국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지금 이 시대의 청춘은 어떠한 청춘인가? 젊음을 만끽하고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에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답은 긍정적 보다는 부정적인 대답들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저자가 지난 2년간 국내 두 곳의 대학에서 진행한 강의의 기록이다. 학생과 서로 얼굴을 보며 그들의 말을 듣고, 그 의견에 질문을 던지며 소통한 기록 말이다. 그 소통은 지금의 대학생들이 세상, 즉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 가족과 연애, 돈과 소비 등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였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는지 공유한 지적대화였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생각을 모든 20대들의 생각이라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오늘날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저자의 시선과 오늘날의 청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글이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그 생생한 아픔의 목소리와 아픔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아주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나간 20대와 미래에 내 앞에 펼쳐질 20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더 늦기 전에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기쁘다. 우리 사회를 보다 진지하고 깊이 있게 통찰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에서 다른 시대에 20대를 보냈던 지금의 중, 장년층 분들과 지금 이 순간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다가올 20대를 기대하고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꼭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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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사랑한 한국 - 외국인 전문가 10인이 한국을 말하다
필립 라스킨 외 지음 / 파이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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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막을 내렸던 ‘G20 정상회의’와 그 시기를 함께해 더욱 뜻 깊게 다가온 책이었다. 이번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 ․ 일 월드컵’에 이어 올해 또 하나의 커다란 국제행사를 치러낸 우리나라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보자면 동방의 아주 작은 나라인 우리나라가 이룩한 놀랍고도 위대한 역사를 되새기며 새삼 감탄했다.   

  《세계가 사랑한 한국》에서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다. 부족한 부분, 필요한 부분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과 대안을 제시해 줌으로써 한국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한국의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크게 10가지 테마를 가지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더구나 자신의 조국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 대해서,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거침없이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 그리고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즉, 객관적으로 우리나라를, 우리나라의 현실과 문화 등을 바라볼 수 있다는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10명의 외국인 전문가들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준 파이카 출판사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어필도 많이 했고 나름 내세울만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던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필립 라스킨’ 이야기는 내 짧은 생각에 일침을 가해주었다. “특별히 한국 하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다.”는 그의 말이 특히나 와 닿았다. 바로 이런 부분이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봤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평소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부터 생각은 했지만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넘어갔던 아주 평범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여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반성하기도 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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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 선생님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임옥상.주철환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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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참! 잘했어요》는 책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학교 선생님에 관련된 일화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참! 잘했어요.” 이 말을 듣거나 읽거나 혹은 말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 졌다. 나는 선생님의 음성보다도 동그랗고 ‘참! 잘했어요.’라는 글씨와 함께 귀여운 그림이 새겨진 조그만 도장(책 뒷표지에도 그려져 있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우리네 선생님들께서는 칭찬의 중요성을 아시고 이 말을 통해 우리들의 아버지세대(혹은 그 윗세대부터, 아니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오래전부터)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참 짧고 간결한 말이지만 이 말 속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담겨 있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지금의 학창시절보다는 책 속 많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꽤 오래 전 시절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듯이, 작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책은 전 ․ 현직 학교 선생님들부터 시인, 소설가, 수녀, 화가, 음악평론가, 동화작가 그리고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학창시절(혹은 손에 꼽을 만한 학생들과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풀어놓음으로써 만들어졌다. 잊을 수 없는 은사님이나 학생들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보니 이야기마다 하나같이 가슴 뭉클하고 애틋하며 독자의 가슴을 따듯하게 해주는 눈부신 마음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귀여우면서도 정겨운 삽화와 이야기 사이사이에 누군가 끼워놓은 단풍잎이나 은행잎처럼 자리하고 있는 명언들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듯하다.  

  《참! 잘했어요》는 솔직히 말해서 기대 이상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었지만 예상하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내용이나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듯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라 오히려 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난 후에 정말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더욱 강하게 가슴 따듯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하나쯤 갖고 다니면 좋을 따끈따끈한 손난로 같은 책이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부터 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 간 혹은 선생님과 학부모간의 안 좋은 소식들이 자꾸만 들려오는 현실을 떠올리고는 속이 씁쓸해지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현재와 이 책에 담긴 일화가 있었던 시절의 차이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참! 잘했어요 - 두 번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 땐 또 얼마나 멋진 이야기가 내 마음을 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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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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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살며시 감은 채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있는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 다가가 내 온기가 전해지도록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이 전에도 많이 접해온지라 이번 작품 역시나 어떤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만져줄지 기대가 되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역시 그녀다! 라는 말밖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부드러운 문체는 책을 쉼 없이 그러나 그 글의 의미를 하나하나 느끼면서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따스하게 스며들며 그 글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게 한다.  

  마녀학교 출신의 쌍둥이 엄마를 둔 유미코와 쇼이치. 강령회에 깊이 빠져버린 엄마가 영혼을 불러내던 중 이상한 것에 씌어 아빠를 칼로 찔러 죽였고 그 때의 기억이 어린 유미코에게 상처로 남아 그녀의 삶을 굴곡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방치한 채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고 있던 그녀에게 쌍둥이 이모의 마지막 유언으로 그녀를 불행에서 건져내기 위해 사촌인 쇼이치가 나타나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둘이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행의 사건과 연관된 장소와 사람들을 차례차례 만나고 조각난 기억들을 맞추어 가면서 나눈 쇼이치와 유미코의 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 그 토대가 되는 그 무엇.. 나에게는 그것이 가족이다. 그러나 유미코는 그것이 없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한껏 받고 사랑스럽게 자라온 기억이 너무나 짧다. 미쳐버린 엄마와 그 엄마에 의해 죽임당한 아빠에 대한 짧은 기억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유미코는 그들을 그리워하고 또 용서한다. 그녀와 함께 해 준 쇼이치가 있었기에... 유미코를 위로하고 안아주며 소소한 행복, 삶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게 해 준 쇼이치.  

  이야기는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급하게 매듭지어짐과 동시에 읽어 온 것들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다. 마지막 장면 하나하나가 뇌리를 스치며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애잔하다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문득 떠오른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 中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이 소설과 너무나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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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걷기여행 -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녹색연합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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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개강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갔다. 개강 후 이렇다 하게 마음 다잡고 전공 책 옆에 끼고 도서관으로 가서 전공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시절이지만, 이런저런 활동에 정신없이 빠듯한 생활에 치이면서 언제나 꿈꾸는 하나의 대상 ‘여행’에 대한 감흥이 줄어들었나 싶었는데, 《서울성곽 걷기여행》. 책 제목을 보는 순간 ‘확~’하고 마음이 동했다. 다시금 내 깊은 곳에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방학 동안은 여러 권의(내 느린 책 읽는 속도 때문에, 그렇게 아주 많지는 않지만) 여행에세이들을 탐독했었다. 주로 해외여행을 다룬 글들로 직접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한 책 읽기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걷기여행’, 그것도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속 걷기여행이다. 책의 앞뒤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파란 하늘과 멋지게 어우러지면서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는 성곽의, 사진이 참 매력적이다. 높고 푸르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 즉, 가을날(작년인지 올해 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의 모습을 담아놓은 듯해 더욱 아름답다. 그 사진만 보아도, 성곽주변을 걷고 싶은 마음보다는 단지 그 푸른 하늘을 마음껏 가슴으로 느끼고 싶은 때문 일수도 있지만, 훌쩍 떠나서 걷고 싶어지는 것 같다. 그 만큼 사람을 유혹(?)하는 힘을 가진 사진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책머리에]를 보면, 책을 집필한 ‘녹색연합’에 대해, 그리고 그분들의 활동에 대해 언급이 되어있다. 녹색연합은 진즉에 2008년에 조사하고 모은 자료를 토대로 ‘서울성곽 여행’에 대한 <서울성곽 순례길>이라는 이름의 안내 팸플릿을 작년에 발간한 적이 있었다. 그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어 폭발적이었고, 이에 사람들의 ‘걷기’에 대한 강한 욕구를 실감하여 자신들의 의도와 부합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출판사를 찾아 이렇게 책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번 발간했던 팸플릿은 보지 못했지만 그보다 많이 업그레이드된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다. 

 

 

  흰색의 표지를 가진 책은 전체적으로 아주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정말 마치 두툼한 ‘여행안내서’ 혹은 ‘가이드 북’을 보듯이, 잘 정리 되어있고 꾸며져 있다. 읽는 동안 녹색연합 분들이 이 책에 담은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그 분들의 열정과 마음, 그리고 정성이 느껴지는 듯 했다. 책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가지고 나중에 꼭 직접 떠나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성벽의 감촉을 느껴보고, 성곽주변의 흙을 밟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 ‘서울 성곽길’로 도보여행을 떠날 때 꼭 잊지 않고 챙겨가서 책에 소개된 모든 것들 그리고 미쳐 녹색연합 여러분들이 소개할 수 없는, 그곳에서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각자 각자의 느낌과 이야기들 같은, 부분들까지 경험하고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 내가 직접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일정기간마다 서울 성곽길 그리고 그 외에 서울 혹은 우리나라 전국 어디든 ‘걷기 여행 명소’를 소개하고 안내해 줄 수 있는 책의 발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왕이면 녹색연합 분들이 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확보하신 자료와 노하우, 그리고 그 따듯한 마음이 가득 담길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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