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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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본 소설은 전형적인 공포소설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자극적인 장면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래된 카페라는 일상적인 공간,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 그리고 조금은 지친 중년 남자들의 담담한 시선 속에 천천히 스며들죠.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무섭다기보다 묘하게 긴장되고, 책을 덮은 뒤에는 주변 풍경이 전과는 다르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커피 괴담"이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괴담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이 모임은 공포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작품 속 인물이 말하듯, 공포는 나이가 들어도 매번 신선하게 다가오는 감정인 듯합니다. 대부분의 감정은 익숙해지고 무뎌지지만, 공포만큼은 여전히 신체 반응을 촉발합니다. 소름이 돋고, 주변 사물이 낯설게 보이며, 의미 없던 풍경에서 의미를 찾게 되는 순간들. 본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괴담의 대부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인지 이야기는 과장되기보다 현실에 가깝고, '혹시 나에게도?'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괴이한 무언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틈에 숨어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듯합니다. 카페의 카펫, 스테인드글라스, 얼굴을 떠올리게 만드는 패턴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갑자기 섬뜩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공포가 어떻게 인식의 문제로 전환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커피 향이 은은히 남듯, 본 책이 선사한 공포도 읽고 난 뒤 오래도록 일상에 잔향처럼 머물렀습니다. 무섭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기묘하지만 과하지 않은, 그런 공포가 본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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