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출몰하며 나를 향해 토사물을 쏟아 내는 이 도시의 모든 얼굴보다는 내 자신의 분열적인 정체성 혼란이 더 낫다.33.내 육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면, 비록 나는 계속해서 변함없이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내 의식이 어쩔 수 없이 그 상태에 굴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너무나 별 볼 일 없이 허접하게 느껴진다. 147.아홀로틀 로드킬헬레나 헤게만
유리공예가인 마리는 ˝인간은 생산적이어선 안돼. 쓰레기나 만들 뿐이니까˝ 라고 말했다. 본인은 실로 아름다운 유리공예품울 만들면서도 이런 말을 한다. ˝난 불가연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자각 있는 예술가는 훌륭하다.42문득 돌아보니 나는 요즘 시대에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나도 끝났다.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내 심장은 아직까지 움직이고, 낡아빠진 몸으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145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182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187사는 게 뭐라고사노 요코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도, 생각의 가장 안쪽과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본인조차 알 수 없다. 막상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부인도 의사도 모른다. 환자의 언어 건너편에 있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누구도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성이나 언어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150˝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모두 사이좋게 기운차게 죽읍시다.˝116˝요코 씨, 사실 우린 어느 과 의사라도 괜찮아. 상냥하기만 하면 돼.˝128죽는 게 뭐라고사노 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