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후大宰府에서 쇼니로 근무한 미나모토노 구와시가 임기를 마치고 조정에 와서 검은 고양이[驪猫] 한 마리를 선제先帝께 바치니, 그 털빛이 남다름을 애호하였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모두 흐릿한 검은색인데, 이 녀석은 홀로 먹처럼 검어서 그 모습이 한로韓盧(검은 사냥개)와 같다.
길이는 1척 5촌이고 높이는 6촌 남짓인데, 웅크리면 기장 낱알처럼 작지만 뻗으면 활처럼 늘어난다. 눈동자는 바늘 끝처럼 반짝거리고, 귀 끝은 숟가락이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곧게 세운다. 엎드려 잘 때는 둥글게 모아서 발과 꼬리를 보이지 않으니, 완연히 동굴 속 검은 옥이다. 걸어 다닐 때는 적막하여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흡사 구름 위의 흑룡과 같다.
성품은 도행道行을 좋아하여 오금희(화타가 만든 체조)에 부합한다. 항상 머리를 낮추고 꼬리를 땅에 붙이고 있다가 굽혀뛰어오르는 높이가 2척 남짓이다. 털빛이 윤택한 것은 이 때문일까? 밤에 쥐를 잡는 능력도 다른 고양이보다 낫다.
이에 말한다. 너는 음양의 기운을 머금고 사지와 수족을 갖췄으니, 마음으로 분명 나를 잘 알겠지? 고양이는 이에 탄식하며 머리를 치켜들고 내 얼굴을 우러러보니, 마치 가슴에 가득차 목구멍에 북받친 마음을 입으로 말할 수 없는 듯했다.
_우다 덴노, 《관평어기》 《삼성어기일문집성》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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