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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
마리아 마르티논 토레스 지음, 김유경 옮김 / 현암사 / 2024년 7월
평점 :
❤️ ...악역에게 연민을 느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분명 나쁜 놈인데, 그놈이 자꾸 불쌍해서 어쩔 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그놈의 성장과정을 들여다보다가 겪는 일이죠.
의사이자 고인류학자인 작가님은
인간의 약점들을 진화론적 측면에서 살펴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것이, 여기저기 욕먹느라 바쁜 우리 호모사피엔스를 이해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줄 거라 생각하신거죠.
그래서 이 책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진화와 자연선택의 산물인 우리 인간은
왜 아직도 수많은 결함을 가졌을까.
자연선택은 왜
죽음이나 노화, 질병이나 폭력성 등을
진화 과정에서 제거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파고듭니다.
죽음에 대하여, 늙음에 대하여.
두려움과 불안, 수면 장애, 암, 감염과 전염병, 성장기,
음식, 독소와 알레르기, 폭력, 죽음의 의식에 대하여.
그 재밌는 얘기들을 구구절절 다 풀어놓을 수는 없으니,
...인상적인 몇 가지만 들려 드릴까요?
먼저,
종의 번식을 최우선시 하는 자연 선택이,
우리에게 (생식능력이 없는데도) 비교적 긴 노년기를 허락한 이유를 아십니까?
'할머니 가설'이라고 불린다는 그것은,
'영유아 사망률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시간을 할애하는 구성원'이 존재하는 게
인간종을 위한 성공적 전략이기 때문이라네요.
...문어는 자식을 위해 죽는 동물이고,
사람은 자식을 위해 사는 동물이라나요😅
그렇다면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리면서
우울감과 자살률 증가에 기여하는
사춘기는 어째서 자연선택된 걸까요.
...그 시기가 부모와 다른 것을 하려는 시기,
무의미한 반대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네요.😅
그 반대가 결국,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인간종에게 꼭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나요.
그렇다면 수많은 질병들은 어쩌자고 아직 존재할까요?
간단합니다.
인간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면
조금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더라도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감염에 대한 방어 능력을 위해
알레르기와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부수적인 피해'는 불사한다...는 식이죠.
또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과거 우리가 살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던 환경의 불일치도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꼽네요.
과거의 위협은 사라졌는데
현재의 몸은 여전히 싸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외부 공격에 대비한 수면패턴과 불면증,
열량 부족을 메꾸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과체중 등이 그 예입니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동족 간 공격 비율이
타 영장류의 공격 비율과 비슷하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밝힙니다.
그리고 인간이 단순한 DNA의 노예가 아니므로,
문화와 교육을 통해
이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다 어필하고요,
자연선택조차 '자기 가축화'라는 진화 방향을 통해
인간이 좀 더 평화롭고 관대해질 수 있는 길을 택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호모사피엔스들은 좀 구박받아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요지경으로 만들 만큼 이기적이니까요.
하지만 작가님은
'연민과 공감, 또는 언젠가는 그것을 나도 겪을 수 있다는 이해에서 비롯된 타인에 대한 관심(p.270)'이
우리 종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라고 하시네요
인간종들의 화석에서 발견되는 질병의 징후는
'그들을 품어주고 보호하며 연민을 느끼는
집단의 회복력과 결속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요.
질병의 흔적이 남기 위해선 그 화석의 주인이
손상 후에도 일정 정도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책 덕분일까요?
결국 떠올랐습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얼마나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지.
그 나약함과 불완전함이 세상을 바꾼 힘이었고
미래를 바꿀 힘이 될 거라는 사실도요.
성장과정을 보는 바람에 연민을 느껴버린 악역.
그 악역에게 반전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요?
호모사피엔스를,
내가 속한 호모사피엔스를,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바람...
아무래도 저한텐 먹힌 거 같죠?😅
의사이자 고인류학자의 눈으로 본 인간.
그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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