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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 - 이민 선조들의 나라찾기 이야기
차만재 지음, 김문섭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
차만재2025인물과사상사
오늘도 안녕하세요,
네이버 블로거 '조용한 책 리뷰어'
'조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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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차만재 작가는 한국 현대 이주사를 오래 추적해온 연구자로, 국내의 이주 담론이 주로 산업 노동과 유학, 이민 정책 중심으로 논의될 때, 그는 오랫동안 캘리포니아라는 특정 공간에서 벌어진 한국인 공동체의 궤적을 세밀하게 파고들었다고 소개한다.
학자의 태도라기보다 기록자의 인내에 가까워, 잊힌 이름과 사라진 장소, 그리고 공식적인 기록에 남지 않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끝까지 추적하며, 한국인의 타지 생존사가 어떤 결로 이어져 왔는지 조명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고 알린다.
이 책은 그 연구의 한 갈래를 응축한 결과물처럼 읽힌다.
초기의 한국계 이주자들은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삶을 향해, 혹은 단순히 한국 밖의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막연한 욕구로 바다를 건넜다면서, 그들의 신분은 제각각이었다. 노동자, 학생, 독립운동가, 농장 일꾼 등 서로의 목적도, 계층도 달랐지만 캘리포니아라는 공간은 이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저자는 한국 내부의 경제적 압박, 사회 구조의 경직성, 제도적 한계 등을 차근히 짚으며 이주가 단순한 용기나 모험심이 아니라 생존 조건의 틀에서 선택된 행위였음을 강조하는데,이주의 출발점은 개인적 결단을 넘어 사회적 구조와 긴밀히 연결된다.
정착 이후에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형태의 공동체가 만들어졌다며 노동 현장에서 만나기도 하고,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모이기도 하고, 교육기관을 통해 관계를 쌓기도 했으며 이들은 단순히 함께 모여 한국 음식을 나누는 집단이 아니라, 정체성을 지키고 서로의 생존을 돕는 네트워크였다고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공동체가 단일한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시대와 구성원의 성격에 따라 역할이 전혀 달라지고 누군가에게 공동체는 삶의 기반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견고한 울타리이자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구속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책 후반부의 매력은, 이주자의 정체성을 도식적으로 정의하지 않는 데 있다면서 차만재는 단순히 한국인, 미국인이라는 이분법이 아닌, 그 틈새에서 만들어지는 혼종적 감정을 정밀하게 기록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여러 세대가 지나갈수록 한국인은 더 이상 하나의 집단 단어로 묶일 수 없게 된다면서 1세대는 생존을 위해 한국을 붙잡고, 1.5세대는 두 세계의 틈에서 방황하며, 2세대는 자신의 기준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은 그 변화 과정을 단순한 이민 서사가 아닌 문화적 진동으로 바라본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단순히 이동한 사람들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존재의 상태를 의미한다.
캘리포니아에 살지 않았더라도, 지금 어딘가에서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건너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이 깊이 와 닿을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책이 영웅적 이민 서사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화려한 성공담 대신 보통 사람들의 흔들림, 불안, 고민, 작은 선택들을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성이 있고, 그래서 더 멀리까지 잔향이 남는다.
우리는 늘 어떤 공간에서 밀려나고 또 다른 공간에서 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정체성의 흔들림은 결코 결함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조각들이다.
요약
익숙함과 낯섦 사이, 존재의 상태, 새로운 삶의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