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강명관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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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과 인터넷을 보니....'인문학의 위기'라는 空論이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철밥통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公論 아닌 空論이 과연 그들만의 위기 담론을 넘어서서 말 그대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사람냄새 풍기는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지......

인문학은 죽지 않는다. 이 세상이 동물농장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늘 우리 곁에는 인문의 정신이 살아 있을 것이다,.단지 그것을 빌미삼아 이미 '인문'정신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狡獸님'들에게서만 밥그릇의 위기를 인문학의 위기로 과대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이곳 저곳에서는...주로 변방에 있는 사람들...오늘도 그 공허한 위기담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학자적 소임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 냄새 풍기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의 무늬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길의 바탕은 바로 고전의 힘인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풍문에 듣자하니 점점더 고전을 해석하는 수업은 그 지난함 때문에 학생들의 기피 대상 제 1호가 되고 있다. ......비판적인 고전 해석에 바탕을 두지 않는 꽃과 열매는 맛도 시큼털털할 뿐만 아니라 설사 그 화려하게 잘 포장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뒷맛은 씁씁할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종로통에 있는 대형서점에 수시로 놀러가 보면 내 주머니를 털 수 있는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설사 주머니를 턴 책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의 욕구를 당기게 만드는 책은 더더욱 많지 않을 뿐더러, 애인처럼 집으로 대동하여 이곳저곳을 눈여겨보고 만져도 보고 염탐도 해보고 읽고 나서도 뒷맛이 개운한 책은 정말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익히 인구에 회자되었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의 저자가 새롭게 선보인 책...변방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곳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눈에 익은 글이 되겠지만....'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는 책을 구해 하루밤을 보냈다. 마치 조선의 뒷골목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잠자고 있는 수많은 문집들을 통해서 자근자근하게, 한 토막의 옛날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옛날 이야기들이 마치 비틀어져 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나직하면서 묵직하게 전도된 가치를 올곧게 세우라고 말해주고 있다.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서 더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릇을 달리한 내용물들이 정말로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차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금 이 곳에서 고민거리를 넘어 문제거리가 되고 있는 '기초학문' '인간해방'노동''동북공정''전쟁''행정수도''양극화''성의식'탐관오리''수능시험'등으로 저자의 문제의식이 옛글속에 그대로 담겨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고전 읽기의 재미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책이었기에 이 가을밤의 독서는 행복한 밤이었다.

한마디 첨언하면 도서출판 '길'에서 나오는 책들을 보면 전체적인 책의 꾸밈이나 편집 등등 아주 작은 부분에도 세심한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점들이 華而不實한 여타의 책들에서 느끼지 못하는 책에 대한 믿음을 더 한층 굳게 만들어 준다....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분명..눈 밝은 독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서점에 가시어 한 두 꼭지의 글을 읽어 보시라...분명 당신의 주머니를 털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밤이 될 것이다....풀벌레 소리 들리는 창가에서 이 책을 펼치는 그 순간이 바로 인문정신이 살아 숨쉬는 시간과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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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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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처음 소개되는 쑤퉁의 소설을 유려한 문장으로 읽는다--중국어가 지닌 맛을 느끼면서--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역자가 번역한 '연인아, 연인아''영국여인'죽은 불 다시 살아나'를 읽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어제 새벽에는 지방만 휩쓸고 지나가는 장맛비가 서울에 쏟아붓는 것 같았다. 베란다에 들이치는 빗소리가 오히려 반갑다는 느낌을 주었다..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자자한 명성만 듣고 있었던 작품을 직접 읽는다는 행복한 책읽기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과연 그 명성에 걸맞는 작품을 날이 밝아올 때까지 다 읽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러나 어찌하리...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수밖에....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쌀'이라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는.....애인을 기다리듯이 기다리는 수밖에....

이혼 지침서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세 편의 작품...妻妾成郡, 離婚指南, 三盞燈은 중국어(간체와 번체) 뿐만 아니라 불어, 이태리어, 네덜란드어, 일어로 번역될 정도로 이미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은 작품이다. 특히 처첩성군은 쑤퉁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될 정도이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왜 2001년 중국의 대학생들이 선정한 '가장 잠재력 있는 작가'로 선정되었는가? 여러기지 이유가 있겠지만, 쑤퉁의 작품들은 북방의 언어와 발음을 토대로 한 중국 현대문학을 남방의 언어와 발음으로 그 문학의 중심을 전환시킨데 있다고 한다. 심하게 말하면 중국 문학의 꽃이라고 할 수도 있는 唐詩, 宋詞, 元曲 속에 유유히 흐르는, 상형문자가 드러내는 한 폭의 이미지 서사를 복권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의 현대문학에서 북방의 문학이 남방의 문학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루쉰으로 대표되는 계몽적 서사(시간의 서사)가 이미지 서사(공간 서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쑤퉁의 소설 작품은 하나의 나침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쑤퉁의 소설은 원인과 결과를 토대로 한 서구적 서사 전통(소설)을 이미지와 서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전통의 문학(詩詞)적 복권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리라. 특히 '처첩성군'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 볼 때, 시간의 서사(이성의서사/진보의 서사)가 봄,여름,가을, 겨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쑹렌(頌蓮)이 천(陳)씨 집에 첩으로 온 초여름으로부터 가을, 겨울로 이행된다는 것은 바로 쑹렌이 기운찬 시절에서 쇠퇴함으로, 그리고 기운이 다하여 발광하는 단계로 주인공의 운명을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둘째, 셋째 첩인 줘윈(卓云)이나 메이산(梅珊)의 운명도 모두 이 세 계절과 대응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 그리고 다시  다섯번 째 첩인 원주(文竹: 원주는 바로 새로운 쑹렌이다)가 다음 해 봄에 천씨 집으로 들어오는 이러한 소설적 구성은 쑤퉁이 생각하고 있는 문학관이 기존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그의 역사관념이 매우 전통적일 뿐만 아니라 퇴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또한 '처첩성군'에서 묘사하고 있는 여름철의 해당화, 가을날의 자등, 쓸쓸한 빗소리, 스산하게 내리는 눈 등의 이미지 묘사는 書畵同源이라는 중국 고대 문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묘사가 드러내는 특징...즉 관념없는 이미지의 세계는 쑤퉁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그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고 한다.

하여, 쑤퉁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닌 이 땅의 당대 소설을 읽는데도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이혼지남이 바로 이혼의 나침반이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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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남자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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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작은 비밀을 갖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비밀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따금 그것을 손으로 어루만지거나 말하고, 때로는 햇빛에 비춰 보기도 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꺼내 보는 보물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그리고...꿈을 꾼다...........................

나는 탈출하고 싶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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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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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만 하고 있었는데....저자 하진을...즐겨 보는 홍콩의 잡지를 통해서 이런 작가가 있었네...하고

그의 작품 '기다림'이나 '전쟁 쓰레기'가 번역되어 나온 것은 아니었으나, 맛보기 용으로 그의 단편을 모아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하진의 작품이지만, 주말에 이 책을 구입하여 밤을 보내며 이 단편들을 다 읽어 버렸다...짧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다. 특히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성의 문제(어지자지, 길 위의 여자들, 성의 욕망 등등) ..... 중국 민중들의 삶 속에 융화시켜  그려낸 작품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深入淺出하는 그의 글쓰기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국내에는 프랑스나 일본의 작가들에 비해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잘 번역되어 출간되지 않고 있는 처지에서 비록 미국에 살고 있는 작가이지만 중국의 당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작품을 만나는 강호의 독서인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당대 중국의 빼어난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고 꿈을 꿔 본다...왕안이, 한샤오궁, 스티에성 등등의 작품들도....

이 책을 번역하신 왕...선생님은 존 쿳시의 소설 번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쉽다고 느낀 점은, 비록 영어본 소설이라서 그런 점도 있겠으나, 중국인을 표기하는 이름들이 입에 성기는 이유는 무엇인까? 예컨대, 멩수라고 표기된 이름은(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meng shu라고 썼다면) 멩이 아니라 멍수가 아닐까? 무잉은 우잉으로 등등은...확인되지 않은 사실?일까

그것은 내가 집에서 친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던 설날 전야를 생각나게 했다......여기서 '전야全夜'라고 했는데, 설날의 온밤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전야前夜 의 오기일까?

성기는 이름 표현도 있지만, 중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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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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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까닭으로 미국과 중국의 매체들은 이 책을 의학윤리학 혹은 의학인문서로 평가를 내렸는가? 과연 의학윤리, 의학인문이라는 것이 여기(한국)에서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인가?

자신이 직접 질병을 경험하기도 했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질환의 의미"라는 책을 써서  '현대의학의 결점'을 지적했던 톰스라는 철학자의 말을 상기해 보거나,  당대 중국에서 '니체 철학'의 최고의 전문가로 일컬어지고 있는 저자 쩌우궈핑의 이 책을 읽어 볼 때, 객체로서 의사와 주체로서 환자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객전도의 현실을 바로 잡고자 한 점이 바로 이 책을 의학윤리 혹은 의학인문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것은 거의 기계적이거나 의심을 필요치 않는 권위로서 '타자'들인 의사(의학)와 살아 꿈틀대고 풍부한 감정이 넘쳐나는 '주체'들인 '환자(윤리/인문)' 사이의 관계가 바로 잡혀야만 한다는, 충돌하는 세계를 바로잡아야만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쓴 이유가 아닐까. 특히 의학인문이라고 하는 말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환자의 풍부한 감성의 세계를 드러낼 수 있는 형식으로서 '문학'과 의학의 소통관계를 중시해야만 한다고 하는 점을 독자에게 드러내 보인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이 땅의 의학도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만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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