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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저녁 식사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3
마이클 갈랜드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보림 / 2003년 4월
평점 :
부츠에 꽂힌 꽃. 얼굴 가운데 살아있는 듯 보이는 초록색 사과. 무슨 책일까? 궁금증이 앞선다.
피에르네 식구는 주말마다 시끄러운 파리를 피해 시골 별장으로 간다. 하지만 피에르는 심심하기만 하다. 엄마는 뜨개질, 아빠는 신문만 본다. 혼자 놀다 지친 피에르는 옆집에 사는 마그리트 아저씨네 집에 놀려 간다. 마그리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반갑게 맞이해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준다. 같이 산책을 하며, 같이 게임을 하고, 같이 저녁식사를 하며 같이 몸짓 알아맞히기 놀이를 한다. 즐거움을 가득안고 집으로 온다.
이 책은 그림이 인상적이다. 마그리트 아저씨 집 문을 두드림과 동시에 상상의 나라로 가는 것 같다. 먼저 피에르가 문을 두드렸을 때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커튼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 무슨 일일까? 섬뜩한 맘이 든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 숲 속으로 산책을 가는데 나무에 가려진 부분이 보이고 보여야 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아저씨, 아줌마와 함께 했을 때는 무언가가 다르다는 피에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게 아닐까 싶다. 또 크로케 게임을 하는데 망치가 모두 휘어져 있다. ‘넣을수 있을까?’ 하는 피에르의 우려와 달리 공을 집어넣는데 성공한다. 비가 왔을 때의 모습도 보기 좋다. 먼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비가 아니라 고양이나 개, 염소 등 동물들이 떨어진다. 그 속에서 우산하나로 뛰어가는 네 명의 표정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저녁식사 시간은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날치가 날아다니고 새들도 날아다닌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마지막 부분의 엄마, 아빠 모습이다. 피에르가 즐거움에 젖어 집에 왔지만 여전히 아빠는 신문을 보고 엄마는 뜨개질을 하는데 두 분 모습이 전혀 움직임이 없는 돌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흔히들 자녀를 물질로 채워줄려고 하지 말고 같이 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해야 될 집안 살림이 있고 읽어야 될 책이 있다. 어느 순간 “엄마에게도 엄마시간을 줘” 하면서 아이들이 원할 때 놀아주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원할 때 함께 놀아주는 엄마가 되어보자. 내가 양보한 만큼 아이들은 훨씬 행복감에 젖는다는 것을.
이 책은 창의력 수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