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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 연작소설집
이시백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8년 8월
평점 :
이 소설은 우리의 농촌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11가지 연작소설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산업화와 공업화로 인해 농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고, 농촌에는 노인들과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못한 분들이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에서 신부를 데려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농촌풍경들을 볼수가 있다. 시부모님이 계시는 순천에 가보면 그리 멀지 않은 옆동네에 필리핀계 신부들과 그의 자녀들을 쉽지 않게 만날수가 있다. 작가가 직접 농촌에서 살면서 이글을 써서인지 농촌의 현실묘사나 인물들의 모습이 모두 살아움직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2-3년전 아이들에게 농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생태마을, 정보화마을. 민속마을등을 신청해서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한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감자를 심고, 뒷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채 할아버지들이 운전해주는 경운기를 타고는 그것이 농촌의 모습인양 아이들에게 보여준적이 있었다. 암것도 없는것이 볼만하다는 말석씨의 표현대로 내 어렸을적 농촌모습만 기억하고, 그때는 생활이어서 싫었던것이 어른이 되어서는 추억으로 자리해서 힘든줄 모르고, 벼를 심고, 감자를 심고, 캐면서 자연의 이미지에 흠뻑 도취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방문한곳은 그나마 젊은사람들이 뜻을 가지고 농촌에서 돼지도 키우고, 토마토도 재배하고,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분들을 만난적이 있었다. 그들 역시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농촌의 현실앞에서는 조금씩 뜻이 꺽이고 있었다. 뭔가를 도와드리고 싶어도 그럴수 없음이 무척 가슴아프고, 안타까웠다. 당장 할수 있는것은 그들이 재배한 감자를 구입하는것 밖에 달리 할수 있는것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농촌에 남아서 잘 되기를 간절히 빌어주었다.
이 책에 소개된 땅두더지, 조우(遭遇), 복(伏), 개 값, 누가 말을 죽였을 까, 업을 무, 암 것두 암, 천렵(川獵), 새끼야 슈퍼, 땅골 골프장 저지 투재 위원회(임을 위한 행진곡), 소적리 데모쟁이(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등 11개의 작품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개되어 있어 색다른 구성의 묘미를 가지고 있다.
농촌의 농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받을수 있다. 서정적이고 우리네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는 농촌이 아닌, 현실적인 농촌의 모습을 만날수 있다. 재밌고, 지금이라도 당장 시골에 가면 만날수 있을것 같다. 그만큼 인물들의 묘사가 뛰어나다.
책 표지에 한가로운 농촌풍경은 분명 또다른 모습으로 변화할것이다. 하지만, 농촌마저도 점점 도시화로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우리의 먹거리,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서 노동의 댓가를 제대로 받을수 있어서 여전히 우리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곳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