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 바운드 1 - 안개에 갇힌 기억 올리 청소년 4
대릴 코 지음, 정보라 옮김 / 올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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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마법 관련 판타지 도서가 북미, 유럽에서 온 것과 달리 싱가포르에서 출간된 책으로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보통의 어린이 판타지에서는 아이들끼리, 또는 할아버지와 손자, 아빠와 아들의 콤비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소설에서는 손녀와 이세계에서 온 할머니가 함께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독특하다. 


할아버지와 숲을 걷던 알렉시스는 예상치 못하게 요정의 집을 부수고 앙심을 품은 요정 때문에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미스트라는 세계로 할머니와 함께 떠난다. 기억풀을 만들기 위한 독특한 재료를 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간직하고 요정과 사이렌 등 여러 방해요소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알렉시스는 전형적인 성장캐이다. 노르만, 켈트 신화에 나오던 존재가 아닌 아시아 신화적 요소를 넣었기 때문에 각 장소마다 정체성을 고려한 개성을 불어넣은 작가의 솜씨를 보는 재미도 있다. 


소설은 1, 2권으로 꽤 길지만 늘어지는 부분 없이 퀘스트를 하나씩 깨나가는 과정이 역동적이다. 다만 주인공의 행동, 연출적 요소로 봤을 때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써 더 멋진 것 같은데, 마침 글로벌 제작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화된 미스트바운드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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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시선
이재성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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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인상깊었던 시의 구절 몇 가지를 뽑아보려고 한다. 


종이비행기 - 비를 뚫고 가기엔 너무나 연약한 내 마음 /추락하는 종이비행기가 조금씩 녹아내린다 / 혹시나 네가 기우제를 지내는 건 아닐까 / 이제는 종이 대신 마음을 접는다

화자만이 진심이었을지, 상대방은 계속 밀어내는 중인 것인지. 이어지고 싶은 화자의 바람과는 달리 잡히지 않는 인연을 보며 조금씩 내려놓는 마음을 표현한 듯 하다.


사포 - 하지만 그들이 나를 긁어대고 깎아댈수록 / '나'라는 작품이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인생을 살아가면 나를 긁어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긁혀 절망하면 아무 발전이 없겠지만, 깎이는 고통을 감내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이겨내며 나를 다듬어가는 과정을 사포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별 생각 - 짙은 어둠 속에 파묻혀야 더욱 환하게 피어날 수 있는 너에게 / 조금이라도 더 캄캄한 밤을 선물하고 싶다 /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방의 불을 꺼본다

별빛을 위해 어둠을 선물하겠다는 시적 발상이 인상적이었던 부분. 별에 대한 시 중 방향이 가장 달랐던 시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침표 처리를 좀 많이 하셔서... 진지하고 읽고 몰입하고 싶을 때 약간 깨지는 느낌이 있었다. 조금 줄여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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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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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인물들에게는 무엇이 버림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


일상에서는 이미 들어간 주문을 바꾸는 것이 두렵고 미안해서 라면 33상자를 받아버리거나, 뭐라도 이유를 들며 쌓인 물건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버려지는 물건에 지나치게 이입한 나머지 버려진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언젠가 필요하겠지 싶어 쌓아두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버릴 것들을 보며 슬퍼지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극한으로 감정적인 사건을 겪고 나면 사물들에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일까...

하지만 무엇보다 모두에게 공감되는 것은 가족 중의 누군가가 돌아가시고 난 후의 흔적일 것이다. 보통은 방을 남겨두거나, 옷을 그대로 보관하거나. 책상조차 그래도 두고 흔적을 빠르게 떠나보내지 못한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버리지 못하게 되기까지 크고작은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카모메 식당'의 원작자로 유명한 무레 요코의 이야기는 어떻게 풀릴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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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감염 예고 -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다섯수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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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치 문제 등으로 인해 자신의 할 일을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코로나는 처음부터 팬데믹의 불씨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그것의 전염성과 파급력을 밝혀내기 위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자료조사와 회의 등 오직 과학적 탐구심과 국민들을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나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의 추진력과 연대가 감동적으로 다가왔고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단순히 생물학적 시선이 아닌 사회적 관계망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과 그것들 반영한 모델링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초기 모델이 미성년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팬데믹을 겪는 과정에서 의아한 부분도 많았다. 모든 모임을 금지하면서 휴교령은 내리지 않는다든지, 위생처리가 되어있지 않은 브러시를 면봉이라고 속여 판매한다든지. 인간의 도덕성을 떠나 그 급박한 상황에 상식 밖의 행동을 통해 피해를 주는, 오히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일들도 허다했다. 전염병을 병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보아 생기는 이런 사건들은 제대로 일해보려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시스템 자체가 정교하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병은 병이고 정치는 정치인데,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전면에 세운다든지, 책임지기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센터 직원들까지. 입을 닫게 만드는 시스템은 결국 정말 위급할 때 혼란을 부추긴다. 내 옆까지 병이 들이닥쳐야 깨닫는다면 이미 늦었다. 책임을 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내 생존의 문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딘 박사와 카터의 활약은 당장 그 바이러스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낸 것,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팩트만을 바라보는 것(이것을 하지 못해 기관 간의 사이가 좋지 않고 협업도 되지 않았다)이다. 질병이 닥쳤을 때 각 장소의 사람들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모두 똑똑하고 지식이 많이 들어있지만, 상황을 놓고 분석해서 행동력 있게 나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행동력에 전문지식이 더해진다면 무궁무진한 질병예방책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개인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시스템의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해서는 분야에 맞는 전문가의 선정과 그들의 사명감 또한 필수적임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그것이 제대로 구성되었는지는 위기상황이 대답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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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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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은 이전에 올렸던 에세이 <북극을 꿈꾸다>와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의 저자가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인간의 정체성에 깊은 고민을 했던 그는 작가, 사진작가, 화가, 음악가, 극작가, 환경 운동가,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해나가며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생명과학, 지리학, 인류학, 환경학을 접목한 에세이를 저술했고 모든 에세이에는 인간의 존재는 어떠한지에 대한 작가만의 철학적 고뇌도 함께 들어가 있다. 


베리 로페즈는 미국에서 문학가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인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고, 평생 동안 70개 정도의 나라를 여행하며 쌓아왔던 고찰, 감동,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어느정도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여행 속에서 얻어낸 경험과 배운 바를 가장 많아 보여주는 책이 <호라이즌>이 아닐까 싶다. 호라이즌은 장편 논픽션으로 북태평양 동부부터 갈라파고스, 케냐, 호주, 남극에 이르기까지 북극권과 남극권을 아우르는 그의 특별하고 장엄한 여행기를 담아낸다. 


단순한 여행은 우리에게 큰 배움을 안겨주지 않지만, 길고 험난하며 광활한 대지 그 자체를 걸어가는 경험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에 이 곳을 지나간 발자국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힘들지만 가치가 있었던 그들의 삶을 공감하게 만든다. 베리 로페즈는 그 삶을 떠올리고 현재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을 나타내며, 인간이 바라보는 풍경에 대해 윤리적 고민을 한다. 풍경에 대한 그의 관점은 따뜻함에서 비롯한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다정하며, 자연이 축적한 지혜를 존중하고, 거기에서 희망을 얻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인 만큼 모든 것을 담아내려 한 듯 분량이 많지만,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자연물에 대한 묘사, 지식, 동행인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여행에서 마주하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등 방대한 범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정성들여 남긴 모든 저서들은 귀중한 자료이자 출판계의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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