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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호라이즌은 이전에 올렸던 에세이 <북극을 꿈꾸다>와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의 저자가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인간의 정체성에 깊은 고민을 했던 그는 작가, 사진작가, 화가, 음악가, 극작가, 환경 운동가,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해나가며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생명과학, 지리학, 인류학, 환경학을 접목한 에세이를 저술했고 모든 에세이에는 인간의 존재는 어떠한지에 대한 작가만의 철학적 고뇌도 함께 들어가 있다.
베리 로페즈는 미국에서 문학가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인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고, 평생 동안 70개 정도의 나라를 여행하며 쌓아왔던 고찰, 감동,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어느정도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여행 속에서 얻어낸 경험과 배운 바를 가장 많아 보여주는 책이 <호라이즌>이 아닐까 싶다. 호라이즌은 장편 논픽션으로 북태평양 동부부터 갈라파고스, 케냐, 호주, 남극에 이르기까지 북극권과 남극권을 아우르는 그의 특별하고 장엄한 여행기를 담아낸다.
단순한 여행은 우리에게 큰 배움을 안겨주지 않지만, 길고 험난하며 광활한 대지 그 자체를 걸어가는 경험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에 이 곳을 지나간 발자국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힘들지만 가치가 있었던 그들의 삶을 공감하게 만든다. 베리 로페즈는 그 삶을 떠올리고 현재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을 나타내며, 인간이 바라보는 풍경에 대해 윤리적 고민을 한다. 풍경에 대한 그의 관점은 따뜻함에서 비롯한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다정하며, 자연이 축적한 지혜를 존중하고, 거기에서 희망을 얻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인 만큼 모든 것을 담아내려 한 듯 분량이 많지만,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자연물에 대한 묘사, 지식, 동행인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여행에서 마주하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등 방대한 범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정성들여 남긴 모든 저서들은 귀중한 자료이자 출판계의 유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