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라고 했지만 왜라고 했다 - 논술과 토론에 강해지는 바칼로레아 철학 토론서
배진시 지음 / 탐구당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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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논술과 토론에 강해지는 바칼로레아 철학 토론서로, 여러 철학자들의 핵심 주장을 통해 토론 거리를 제시하고 이분법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핵심을 정리해준다. 아마 학창 시절 윤리를 배우기 전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좀더 쉽게 철학에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해석을 하고 있고 학생들이 토론하기에 적합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이성, 진리, 자유, 예술, 도덕, 법 등 그것의 선악이나 경계를 완벽하게 나눌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고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파스칼, 데카르트, 사르트르, 푸코, 루소, 칸트 등 이름은 익숙하지만 이 사람들의 철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의 핵심 주장을 알고 다양한 철학적 관점들을 섭렵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세상의 문제는 어느 한 학자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수 없으나 각기 다른 요소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세상을 파악하는 데에는 다양한 철학의 관점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인간에게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이든 성인이든 인간다움은 무엇이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 인간의 책임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수준까지 도덕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하는 것은 평생에 걸친 숙제다. 그러나 이 숙제를 외면하며 살 수도 없다. 끊임없이 상황과 환경에 맞는 답을 찾아나가며 자신의 신념과 기준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인생이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들은 그 과정을 좀더 가시화하고 각자 사람들에게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각자가 이 세상을 지탱하기 위한 다른 역할, 다른 관점을 가지고 사회를 천천히 보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 또한 토론을 통해 '왜'를 생활화하며 그러한 과정의 재미와 필요성을 서서히 알아가길 바라게 된다.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시작점을 찾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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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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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첫 산문문학 작품집이자 작가의 서문이 포함된 정본 번역판.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는 마음과 정신적 피폐함이 공존했던 10대를 보낸 후 그가 처음 집필한 산문집 '자정 너머 한 시간'은 상업적으로는 몰라도 문학적으로는 인정한 디더리히스 출판사에 의해 출판되었다. 인생 한 가운데에 세계대전이 지나갔던 헤르만 헤세의 삶은 문학과 전쟁이 공존했고, 나치를 경계하는 그의 성향이 문제되어 한동안 출판이 금지당하기도 했다. 


그의 문학작품을 보면 그의 감수성과 문학성이 전혀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과는 맞지 않아고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예술성을 놓치지 않고 집필을 계속한 그의 노력에 감동받게 된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데미안>을 출판한 그는 대표적인 문학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 무명의 시절에 이 책과 같이 꾸준한 출판활동을 계속하며 문학성을 쌓았을 것이다. 


산문 9편은 말 그대로의 낭만주의를 담았으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밤, 꿈, 아름다움, 그리움, 우수, 침묵, 고독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냈다. 낮을 풍파로 보고 밤과 꿈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진정한 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해시킨다. 작가의 삶에서는 현실을 마주하는 낮보다 고요한, 혼자만의 밤이 그의 감수성을 일깨우기에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9편의 산문 중 짧지만 가장 강렬했던 '이삭 여문 들판 꿈'에서는 이삭과 태양과 같은 자연의 예찬과 꿈에서 느낄 수 있는 비현실적인 찬란함이 인상적이다. 현실이 아닌 그의 꿈 속 낮은 그 어떤 낮보다도 환한 것이 아니었을까. 현실의 밤에 다다라야 꿈 속의 한낮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그의 마음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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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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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쓰는 당사자는 100% 지키기 힘든 일들을 담고 있다. 글을 쓰고 있거나 글이 쓰고 싶은 예비 작가라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다는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책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고민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경험을 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더불어 내가 책을 냈을 때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내 글이 기대보다 덜 읽혀도 후회가 없을 수준의 동기와 결단력이 있다면 작가의 세계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작가로서 생각해야 하는 점은 독자와 매너와 배려심 속에서 만나는 것이다. 독자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나만 보는 일기가 아닌, 남이 보는 글을 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어영부영 의식의 흐름으로 쓰기보다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그림의 화풍처럼 작가별로 느껴지는 개성에 현혹될 때가 있는데, 그런 진정한 개성은 잘 꾸미는 것이 아닌 다르게 보는 법을 아는 것으로, 같은 주제를 보더라도 나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글쓰기를 집짓기에 비유하는데, 생각없이 쌓아올리는 것이 아닌 구조와 분량, 글감을 생각해서 설계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눈에 걸리지 않고 술술 읽히기 위해서는 독자 친화적인 문장구성이 필수적이다. 문장은 짧게, 비문과 중복은 피하기, 능동태를 주로 사용하며 지시어는 남용하지 않기, 단락을 통해 글에 호흡 주고 적절한 접속사의 활용을 통해 글을 유려하게 만들기 등 여러 지침을 제시하는데 실제로 책을 읽어 보면 이런 부분은 기본적으로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상깊은 부분은 '소리내어 읽기'인데, 앞서 언급된 모든 문제들은 소리내서 읽어보는 것으로 많이 잡아낼 수 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글을 쓸 때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이렇게 열심히 쓴 이후에는 출판사 간택을 위한 메일 전략이 필요하다. 왜 지금 이 책인지, 누가 주요 독자인지 명확히 하고, 작가의 '쓸 자격'과 책 출판부터 홍보까지 앞으로의 여정에 함께할 열정이 있는지를 보기 좋게 풀어내는 역량도 있어야 한다.


하나의 책을 내기까지 정말 많은 단계가 있고 신경써야 할 것들도 많다. 그래서 프로도 쓰는 글마다 100% 통과되지 않는다. 그 점을 생각하면 시작하는 작가로서 제일 필요한 마음가짐은 아마 '상처받지 않기'일지도 모른다. 지적과 거절에 겁내기 보다는 더 나은 글을 향한 자양분으로 받아들여, 인내심을 토대로 글쓰기를 지속해 언젠가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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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천국에 가다 1
수사반장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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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만 봐서는 귀엽고 가벼운 만화같은데, 인생, 과거,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생각보다 어둡고 무거우며 철학적이기까지 했던 작품이다. 만화이기에 술술 읽히지만, 매 컷마다 다가오는 충격이 있고 생각거리의 양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업보, 선, 환 등 경제적인 관점에서 죽은 자들의 세상을 표현했는데 마치 이승에서의 삶이 죽은 뒤에도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기꾼은 계속해서 사기를 치며 돈을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돈을 찾고 그로 인해 다른 망자를 건드리기도 한다. 주인공은 의도치 않게 이승에서 남에게 해를 끼친다. 이 때문에 의욕을 모두 잃고 죽어 망자로서 자유로워진 뒤에도 잘 살아갈 의욕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망자 신분으로 여행하다 사기꾼에게서 사기를 당하던 중 도를 넘은 선을 보여줌으로써 사기꾼도 사기 기질을 내려놓게 만들고, 자신의 선함을 인정받는다. 그 사기꾼은 절대악인가? 이승에서 죄 지었다고 생각하고 살던 주인공 또한 절대 악인가? 누군가에겐 악이었지만 다양한 환경과 윗사람의 의도에 의해 선을 빼앗긴 삶을 살지만, 결국 인간은 본질이 중요하며 품 속 깊이 내재된 선이 망자일 때 뿜어져 나오며 독자들은 비로소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 표면의 입체성과 본질의 견고함을 깨닫게 된다.

 

신은 절대선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천국이라고 완벽한 천국은 아니다. 인간 군상은 그대로 천국으로 올라가며 본질에 따라 누군가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누군가는 어떤 환경에서든 선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본질은 무엇인지, 다음 세상이 있다면 그 때의 나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더불어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후회할 일을 더더욱 만들고 싶지 않아졌다. 생각없이 뱉은 말로 상처를 주거나, 도전할 때 도전하지 못하고 회피해야 할 때 회피하지 못해 인생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언제나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이기에 가볍게 시작했지만 만회이기에 인물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속에 더 강하게 박힌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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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만드는 사람 - 찾고, 조율하고, 완성하는 기획 PD의 세계
송진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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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으면 바로 떠올릴 법한 유명 드라마들의 기획 프로듀서인 작가의 일과 삶을 담아낸 에세이. 수많은 기획 경험이 있지만 핵심은 역시 메모, 경험, 독서의 중요성이다. 기획안, 제안서, 시나리오를 쓸 때 그 글이 어떤 종류든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고 스토리텔링이다. 어떤 전개가 가장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 특히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고 웃으며 보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수많은 레퍼런스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탐색하며 그것이 고전이든, 전혀 다른 분야의 글이든 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간다면, 그것들끼리 머릿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아하 모먼트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작 진행 중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여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획자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작자나 배우는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기에 공로를 인정받기 쉽지만, 기획자는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크레딧에는 포함되나 포털 정보에서는 배제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획이라는 시작이 없다면 제작이라는 진행도 없었을 것이다. 좋은 원작을 발굴하고 좋은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다음 단계가 있는 만큼, 가끔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기획 업무의 매력을 언제나 실감하며 스스로 성취감을 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그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하는 작가의 자발적 동기부여 활동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기획자 또한 크리에이터의 범주 안에 드는 만큼 머릿속에 떠다니는 추상적 관념들을 모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내는 일을 해내며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동력을 제공한다. 작품의 의도 연결하기, 감정 불어넣기, 이야기를 살아 움직에 만들기 등 많은 역할들은 기획, 제작, 배우, 시청자를 연결하는 행위이며 작가는 자신의 역할을 컬러풀 점퍼라고 지칭한다. 더불어 완벽을 향해 나아가거나 내 안에 숨어 있는 수많은 미완의 스토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아마 스스로의 인생을 완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컬러풀 점퍼가 되기 위해 나는 나의 직무 안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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