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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감염 예고 -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다섯수레 / 2024년 11월
평점 :
권력, 정치 문제 등으로 인해 자신의 할 일을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코로나는 처음부터 팬데믹의 불씨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그것의 전염성과 파급력을 밝혀내기 위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자료조사와 회의 등 오직 과학적 탐구심과 국민들을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나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의 추진력과 연대가 감동적으로 다가왔고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단순히 생물학적 시선이 아닌 사회적 관계망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과 그것들 반영한 모델링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초기 모델이 미성년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팬데믹을 겪는 과정에서 의아한 부분도 많았다. 모든 모임을 금지하면서 휴교령은 내리지 않는다든지, 위생처리가 되어있지 않은 브러시를 면봉이라고 속여 판매한다든지. 인간의 도덕성을 떠나 그 급박한 상황에 상식 밖의 행동을 통해 피해를 주는, 오히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일들도 허다했다. 전염병을 병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보아 생기는 이런 사건들은 제대로 일해보려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시스템 자체가 정교하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병은 병이고 정치는 정치인데,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전면에 세운다든지, 책임지기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센터 직원들까지. 입을 닫게 만드는 시스템은 결국 정말 위급할 때 혼란을 부추긴다. 내 옆까지 병이 들이닥쳐야 깨닫는다면 이미 늦었다. 책임을 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내 생존의 문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딘 박사와 카터의 활약은 당장 그 바이러스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낸 것,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팩트만을 바라보는 것(이것을 하지 못해 기관 간의 사이가 좋지 않고 협업도 되지 않았다)이다. 질병이 닥쳤을 때 각 장소의 사람들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모두 똑똑하고 지식이 많이 들어있지만, 상황을 놓고 분석해서 행동력 있게 나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행동력에 전문지식이 더해진다면 무궁무진한 질병예방책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개인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시스템의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해서는 분야에 맞는 전문가의 선정과 그들의 사명감 또한 필수적임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그것이 제대로 구성되었는지는 위기상황이 대답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