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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만드는 사람 - 찾고, 조율하고, 완성하는 기획 PD의 세계
송진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평점 :
한 번 들으면 바로 떠올릴 법한 유명 드라마들의 기획 프로듀서인 작가의 일과 삶을 담아낸 에세이. 수많은 기획 경험이 있지만 핵심은 역시 메모, 경험, 독서의 중요성이다. 기획안, 제안서, 시나리오를 쓸 때 그 글이 어떤 종류든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고 스토리텔링이다. 어떤 전개가 가장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 특히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고 웃으며 보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수많은 레퍼런스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탐색하며 그것이 고전이든, 전혀 다른 분야의 글이든 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간다면, 그것들끼리 머릿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아하 모먼트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작 진행 중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여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획자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작자나 배우는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기에 공로를 인정받기 쉽지만, 기획자는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크레딧에는 포함되나 포털 정보에서는 배제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획이라는 시작이 없다면 제작이라는 진행도 없었을 것이다. 좋은 원작을 발굴하고 좋은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다음 단계가 있는 만큼, 가끔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기획 업무의 매력을 언제나 실감하며 스스로 성취감을 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그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하는 작가의 자발적 동기부여 활동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기획자 또한 크리에이터의 범주 안에 드는 만큼 머릿속에 떠다니는 추상적 관념들을 모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내는 일을 해내며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동력을 제공한다. 작품의 의도 연결하기, 감정 불어넣기, 이야기를 살아 움직에 만들기 등 많은 역할들은 기획, 제작, 배우, 시청자를 연결하는 행위이며 작가는 자신의 역할을 컬러풀 점퍼라고 지칭한다. 더불어 완벽을 향해 나아가거나 내 안에 숨어 있는 수많은 미완의 스토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아마 스스로의 인생을 완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컬러풀 점퍼가 되기 위해 나는 나의 직무 안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