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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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제삿상인 가게젠을 통해 죽은 자와 소통하는 마법같은 식당. 현실성만 생각한다면 판타지 영화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스토리인 것 같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보고싶은 이미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떠오르는 신인 배우자로 주목 받던 오빠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고토코가 가이가 운영하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밥을 먹으며, 오빠의 영혼과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영혼이 정말 존재한다면 고토코의 오빠처럼 찾아올 수 있을까? 단 한 번 뿐이라는 게 더욱 슬프게 느껴질 정도로 오빠가 남긴 마지막 말은 참으로 애틋했다. 내가 네 안에 있다. 극단에 다시 서라. 고토코는 오빠와 함께했던 극단에 다시 서고, 고토코의 마음 속 오빠는 고토코와 함께 연극을 한다.

고토코의 이웃 하시모토의 이야기는 훨씬 더 슬펐다. 학원에서 마주친 나카자토와 샌드위치를 나눠먹다가 호감을 갖는데, 의도치 않게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말싸움 중에 나카자토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 뒤로 나카자토는 병으로 죽었고, 사무치는 죄책감에 고토코의 도움을 받아 추억밥상을 찾은 하시모토는 나카자토의 영혼을 만나 눈물로 참회하며 오해를 푼다. 진심을 받아준 나카자토, 그녀의 응원을 받으며 앞으로를 다시 나아갈 하시모토. 그들이 마주 선 추억 밥상이 상상되면서, 재회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서글픈 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이 추억밥상을 운영하는 남자는 모든 영혼들의 목소리를 다 듣는 건가 궁금했는데, 의외로 이 남자는 아파서 병원에 있는 어머니의 식당을 대신 운영할 뿐, 실제로 그 목소리가 들렸던 적은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고, 그는 추억밥상을 접으려 하지만 고토코의 도움으로 추억밥상이 정말로 영혼들과의 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엄마와 진정한 작별인사를 하며 마음을 정리한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그 어떤 곳보다 신비롭고 감정이 휘몰아치는 이 식당에서, 나는 어떤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가? 누구와 재회하고 싶은가? 추억밥상을 상상하며 꿈 속에서나마 영혼과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 모락모락 나는 식사의 김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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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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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행복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 분들의 글인데 왜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커지는 걸까? 그건 저자들이 진심을 다해, 자신의 편리함을 기꺼이 포기하고 열과 성을 다해 아이를 케어하기 때문이다. 모성애 또한 학습된 것(학습시킨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럼 부성애는 없는가? 이 책은 잔잔하지만 단단한 부성애의 모습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육아를 위해 남자도 휴가를 쓸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라는 인식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요즘, 가족에 집중하고 커리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분들의 결단력 또한 대단하다. 그리고 육아를 한다는 것이 나의 삶에서 있었던 의무들을(청결, 세끼 챙겨먹기, 건강지키기) 더욱 강화한다는 생각도 든다.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나의 몸을 잘 다듬고 잘 먹으며 동시에 아이에게도 그 정성을 쏟는 것. 일상이 강화된 만큼 노동의 강도도 커진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알려준 것이 오히려 육아를 해야 하지만 아직도 헤매는 사람에게 더 좋은 가이드가 되는 것 같다. 육아를 하다 보면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다만 참다 못해 먼저 일어난 배우자를 보며 '이정도 버티면 니가 못이겨 일어나는구나'가 아닌, '서로 힘들텐데 내가 먼저 일어나야지'로 이어지는 그 흐름이 각 부부마다 다를 뿐이다. 우리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일은 힘들어도 참고 사람이 힘들게 하면 튕겨져 나가듯 퇴사하는 것처럼, 육아도 다른 의미에서 그런 특성을 보여준다. 인간 대 인간의 이해심, 배려심, 공감하는 습관, 다정함이 모이고 모여 성공적인 육아(별 탈 없다는 뜻이다)를 완성한다. 어쩌면 육아라는 것 자체가 부모 개개인의 인성과 사회성을 더 발전시켜주는 촉매제인지도 모르겠다. 육아는 지금의 나와는 먼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멀게만 느껴지지 않고 '육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라는 것을 아빠들이 솔직히 알려주니 새롭기도, 신선하기도, 재미있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빠와 엄마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라면 성장하는 동안 큰 내면의 힘을 잘 간직하면서 위기의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을 잘 지켜내는 인격체가 될 거라는 점이다. 그들의 부모 또한 그러한 애틋한 마음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양육되는 동안 느꼈을 부모님의 기분, 마음,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된다. 덧. 아이의 방학을 두려워하는 아빠들... 행운(아이가 스스로 잘 노는)이 깃들길 바란다.  

#협찬도서#아빠스타그램#맘스타그램#에세이추천#부부의날선물#남편선물추천#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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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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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의례 그림 전시와 병풍전시 등 요즘들어 더욱 다양해지는 전시를 봐오면서, 좀더 한 손에 담기는 해설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그 바람에 딱 맞는 형태였다. 삼국시대나 고려도 그렇지만 조선은 '현대'가 들어서기 전 우리에게 가장 정제되고 기틀이 잡힌, 격식을 갖춘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 부흥기이다. 행사 하나를 하더라도 거의 오늘날의 이벤트 매뉴얼에 가까운, 수제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기획서' 와 '보고서' 역할을 하는 그림을 남겼다. 이전에 전시 리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궁중 기록화만 봐도 우리가 일러스트의 민족이라고 불릴만 하다는 평을 남겼었다. 이 책에서 그림의 한 부분씩을 확대해서 보여준 버전을 통해 더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서,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지게 되었다.

서양만큼 그림 산업이 발달하지는 않아 유명한 화가의 기록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조선의 유명 화가들의 화풍과 의도, 그들의 실제 삶과 그들이 원했던 삶을 하나씩 짚어보며 역사를 같이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마치 이스터 에그처럼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발견하게 되는, 그 발견을 통해 전체 의미가 이해되고 각 인물들의 생각이 짐작되게끔 하는 것들도 참 많았다. 숨은 그림찾기 하듯 뜯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한 전통 수묵화를 보다보면 조선 화가들은 투명도 조절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화처럼 여백 없이 꽉 채우고 계속 덧칠을 하는 기법이 있다면, 수묵화는 각기 다른 농도의 먹이 지나가며 뿜어내는 천연 그러데이션의 자태를 느끼게 해준다. 적은 종류의 물감으로 수채화를 능가하는 표현력을 가지기란 참 쉽지 않은데, 특유의 기술을 통해 그림의 또다른 미를 창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에 관련한 책은 굉장히 많지만, 주로 서양화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봐왔던 서양화 기준의 교양서들의 형태로 조선 미술에 대한 책이 나오길 바랬는데 그 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매를 생각하던 찰나에 협찬을 통해 이 책을 좀더 일찍 만나게 되어 기쁘고, 조선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를 좀 더 열심히 관람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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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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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가 어떻게 매개가 되는건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탈출의지가 있는, 병뚜껑도 따고 퍼즐도 맞출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설정도 가능해지는 것 같다. 문어 마셀러스는 인간 등장인물처럼 하나의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시선에서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똑똑한만큼 생각보다 공감도 잘 하는게 특징이다. 드넓은 아쿠아리움을 청소해온 할머니 토바는 문어를 사람 대하듯 다루고, 그런 토바에게 문어는 신박한 선물을 하기도 한다. 이 선물 중 하나가 토바 막연하게 찾아 헤매던 무언가를 찾게 해준다. 거의 홈리스 수준의 생활을 해오던 캐머런. 연인도 잃고 가는 직장마다 해고당하며, 캠핑카 하나로 겨우 살아가지만 아쿠아리움에 취직하며 토바, 마셀러스와 함께 즐거운 업무시간을 보낸다. 고된 일이지만 이 우연한 취업은 그와 토바와의 연결고리를 찾게 만들며, 마셀러스의 활약이 대단했다. 우리가 아는 아쿠아리움의 화려하고 영롱한 분위기가 아닌 문어를 독대하고 청소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무엇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문어가 함께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잔잔하고 힐링이 될 줄은 몰랐다. 배경, 인물에 대한 편견을 깨고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소설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행복하게 물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등장인물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주변 이웃들, 친구들,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책. #협찬도서#창비#힐링소설#소설추천#소설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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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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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마지막 순서다. 그 과정이 쉬울지 험난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건 죽음 그 자체가 아닌 죽어가는 과정에서 '내 의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아닐까? 유도라 허니셋은 바로 이 점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자 스위스의 센터를 통해 존엄사 절차를 밟는다. 물론 센터의 상담사 페트라와 의사 리버만은 무조건 유도라의 선택을 지지한다. 즉 갑자기 삶에 대한 의지가 솟았을 때 언제든 마음을 바꿀수 있음을 존중한다. 비로소 자신이 선택권을 가지게 되자 유도라는 안심하고, 죽기 전까지는 더없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귀여운 이웃 소녀 로즈의 가족, 유머와 친절함을 겸비한 동년배 이웃 스탠리와 좋은 추억을 쌓아간다. 유도라의 일생은 굉장히 힘들었다. 아버지는 세계대전 때 죽고, 어머니는 공습 기간에 동생을 낳았으며, 반항기 어린 동생과 엄마의 사이를 중재하느라 마음고생에 연인까지 뺏기며 서러운 삶을 산다. 집을 나간 동생은 결국 죽었지만 유도라는 마지막에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 실비아와도 멀어진다. 혼자가 되어 고양이와 사는 인생의 막바지. 나는 로즈와 스탠리가 고생했던 유도라의 삶을 마지막에 꽃피울 수 있게 도와준 천사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지혜를 나눠주고 아이에게서 행복감을 선물받으며, 진정한 치유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도라의 마지막은 스위스일까, 영국일까? 어떤 선택을 했는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나의 가치관을 돌아볼 좋은 기회다. 끝까지 읽어야만 유도라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페이지터너#힐링#재미#감동#소설추천#협찬도서#안락사#존엄사#영국소설#영미소설#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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