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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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의례 그림 전시와 병풍전시 등 요즘들어 더욱 다양해지는 전시를 봐오면서, 좀더 한 손에 담기는 해설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그 바람에 딱 맞는 형태였다. 삼국시대나 고려도 그렇지만 조선은 '현대'가 들어서기 전 우리에게 가장 정제되고 기틀이 잡힌, 격식을 갖춘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 부흥기이다. 행사 하나를 하더라도 거의 오늘날의 이벤트 매뉴얼에 가까운, 수제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기획서' 와 '보고서' 역할을 하는 그림을 남겼다. 이전에 전시 리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궁중 기록화만 봐도 우리가 일러스트의 민족이라고 불릴만 하다는 평을 남겼었다. 이 책에서 그림의 한 부분씩을 확대해서 보여준 버전을 통해 더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서,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지게 되었다.

서양만큼 그림 산업이 발달하지는 않아 유명한 화가의 기록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조선의 유명 화가들의 화풍과 의도, 그들의 실제 삶과 그들이 원했던 삶을 하나씩 짚어보며 역사를 같이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마치 이스터 에그처럼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발견하게 되는, 그 발견을 통해 전체 의미가 이해되고 각 인물들의 생각이 짐작되게끔 하는 것들도 참 많았다. 숨은 그림찾기 하듯 뜯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한 전통 수묵화를 보다보면 조선 화가들은 투명도 조절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화처럼 여백 없이 꽉 채우고 계속 덧칠을 하는 기법이 있다면, 수묵화는 각기 다른 농도의 먹이 지나가며 뿜어내는 천연 그러데이션의 자태를 느끼게 해준다. 적은 종류의 물감으로 수채화를 능가하는 표현력을 가지기란 참 쉽지 않은데, 특유의 기술을 통해 그림의 또다른 미를 창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에 관련한 책은 굉장히 많지만, 주로 서양화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봐왔던 서양화 기준의 교양서들의 형태로 조선 미술에 대한 책이 나오길 바랬는데 그 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매를 생각하던 찰나에 협찬을 통해 이 책을 좀더 일찍 만나게 되어 기쁘고, 조선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를 좀 더 열심히 관람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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