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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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드라마가 제작 중인 <모스크바의 신사>의 원작 소설가 ‘에이모 토울스’가 지난 10년 동안 쓴 단편들을 모은 신간 <테이블 포 투>가 나왔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여섯 편의 단편이 있고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전작 <우아한 연인>에 등장하는 ‘이브’의 이야기가 담긴 중장편이 있습니다.

남편이 재미있고 따뜻한 장편 소설을 읽고 싶을 때마다 에이모 토울스의 작품을 읽을 만큼, 늘 재치있고 사랑이 듬뿍 담긴 소설을 쓰는 작가랍니다. 첫 단편인 <줄 서기>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던 시절, 팍팍한 삶 속에서도 따스한 천성을 가진 주인공 푸시킨과 공산주의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 삶을 바꿔나가려는 아내 이리나의 이야기랍니다.

배급표를 받아도 온종일 줄을 서야 물건을 살 수 있는 러시아! 농민이었던 푸시킨은 공장에 적응하지 못해 해고됩니다. 반면 이리나는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며 승승장구하고, 남편에게 배급표를 쥐어주면서 식료품을 받아오도록 합니다. 푸시킨은 바쁘고 아픈 이들을 대신해 다정하게 배급 줄을 서주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음식을 얻어오곤 하는데...

‘그러나 푸시킨이 어떻게 사탕을 얻었는지 설명하저, 이리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 엄마를 위해 기꺼이 줄을 대신 서준 남편의 행동은 속속들이 동지적인 것 처럼 보였다. 며칠 뒤 푸시킨이 소시지를 들고 돌아왔을 때, 이리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것 역시 전적으로 옳은 행동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가 공산주의로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모두가 소시지를 조금 더 갖게 될 것이라고 레닌도 예언하지 않았던가.’ (p.32, 줄 서기)

•현대문학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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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 암실문고
김안나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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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뿌리가 있어요. 나한텐 분명한 뿌리가 있다고요. 이렇게 말한 뒤 나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생각이란 걸 할 수 있게 되자마자 사람들은 나만 보면 뿌리가 없냐는 노래를 해대기 시작했어요. 뿌리를 잊고 사는 거냐는 말을 해댔다고요.” (p.137)

1950년, 미국. 백인 미혼모가 흑인 혼혈아를 낳자 병원과 사회복지국은 경찰까지 동원해 아이의 생부를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미혼모 캐럴은 자살까지 시도합니다. 2013년, 같은 도시.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프란치스카는 머무를 숙소를 찾다가 과거에 일어난 위의 사건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1950년의 사회복지국 서류철에 담긴 보고서와 2013년의 화자(작가 프란치스카)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교차됩니다. 흑인 혼혈아 대니얼이 태어나자마자 겪은 차별적 삶에 프란치스카도 자신의 과거를, 친해질 수 없었던 생모를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보여지고 드러나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선을 긋고 있나요?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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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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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주에서의 생명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며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 생물학자인 저자가 탄 택시에서 호기심 많은 택시 기사가 ‘외계인 택시 기사도 있나요?(p.11)’라고 물은 순간에 탄생했습니다. 실제로 책의 모든 챕터가 다양한 질문을 가진 택시 기사들과의 대화로부터 출발해요. 독특하고 재미있는 컨셉이죠?

저자는 지구 안팎의 이야기, 생명과 유령, 심지어 우주에서의 정치에 대한 예상(제13장: 우주에는 독재 사회가 넘쳐날까, 자유 사회가 넘쳐날까?)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줍니다. 문과 부부인 저희가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저자의 유머 감각이 곳곳에 깃들어있어서 400쪽 가까이 되는 과학 서적임에도 책장이 금방 넘어갔갑니다!

“나는 치킨 샌드위치를 공룡 샌드위치라고 부르면, 우리의 삶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 하지만 이야기가 딴 길로 샜다.” (p.146)

“약 83광년 거리에 있는 별인 게자리 제타2 주위의 궤도를 도는 어느 행성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아돌프 히틀러가 한 연설을 지금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그것을 듣고 큰 감흥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p.178)

“지배 집단이 공기 자체를 통제하면, 저항할 능력을 사실상 잃게 된다. 산소의 통제권을 무기로 억압적 정치를 펼치는 지배 집단에 시민이 저항하면, 지배 집단은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저항하는 사람에게 달 표면에서 1~2초간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밀폐된 문을 열어 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p.260)

•열린책들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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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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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뿐이다.” (p340)

정신과 의사 헤일 박사가 실종되고, 그가 살면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저택이 매물로 나옵니다. 신혼부부 트리샤와 이선이 집을 보러가기로 한 날, 폭설이 내려 부부는 저택에 갇혀버리고 맙니다. 이 집에 집착하는 이선에 비해 트리샤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저택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책장에는 스티븐 킹 소설이 몇 권 꽂혀 있다. 책을 빼내려고 책등에 손가락을 걸고 당기자 뭔가에 걸린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더욱 힘주어 잡아당기자 딸칵 소리가 나더니 책장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건 또 뭐람?
책장을 옆으로 밀자 안쪽에 숨겨져 있던 문이 드러난다. 헤일 박사가 숨겨둔 밀실이다.’ (p.57)

트리샤는 책을 꺼내려다가 헤일 박사가 그동안 모든 진료를 녹음해둔 테이프가 가득한 밀실을 발견합니다. 테이프를 통해 그의 환자들 중 한 사람인 EJ가 박사를 지속적으로 협박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리샤! 그는 테이프를 들으며 헤일 박사가 3년 전 실종되기까지의 사건을 추적하고...

넷플릭스 영화화가 결정된 <네버 라이>는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나오며 전개됩니다. 박사의 남자친구와 환자들(살인사건의 생존자 PL, 자기애성 인격장애 EJ, 피해 망상 장애 GW)같은 여러 인물들이 화자로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해줘요. 책을 펴자마자 몰입해서 끝까지 읽어버린 책이었습니다.

•밝은세상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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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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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에 근무하던 저자는 여러 이유로 정신 질환을 앓다가 나라현 산촌에 있는 70년 된 고택에 사설 도서관인 ‘루차 리브로‘를 엽니다. 자신의 집을 도서관으로 개방해 손님들을 맞으며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개인 장서를 내어주는 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늘 꿈꾸는 일이죠!

“누군가가 건네준 책을 펼치면 등 뒤에서 창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장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녹슨 창문이 반강제적으로 삐걱삐걱 열리며 바람이 들어오고 방 안이 밝아지는 기분입니다. 그 충격은 때로 강풍이나 눈을 찌르는 빛이 되어 저를 휘청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건네받는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강풍이 불면 좋겠다, 눈부신 빛에 휩싸이면 좋겠다, 휘청대다가 머리를 부딪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p.204)

도시의 직장인으로서 스트레스로 인해 삶을 그만두려 했던 저자가 산골 작은 도서관의 ‘불완전한 사서’가 되어 충만한 기쁨을 누리는 변화! 저자는 자신이 겪은 치유의 힘을 타인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를 도우며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자고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도서관에 온 사람들을 잘 지원하지 못했구나 하고 후회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원하는 책을 찾아주지 못한 사람, 오해가 있어서 이제는 도서관에 오지 않게 된 사람, 기증을 거절했더니 충격을 받은 사람 등 여러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어려움을 겪는 중이어서 주위를 잘 볼 수 없게 된 사람도 아마 있었을 터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았을까?’, ‘지원에 대한 나의 고민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후회가 한층 깊어집니다.” (p.159)

•어크로스 출판사 A.B.C. 북클럽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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