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뿌리가 있어요. 나한텐 분명한 뿌리가 있다고요. 이렇게 말한 뒤 나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생각이란 걸 할 수 있게 되자마자 사람들은 나만 보면 뿌리가 없냐는 노래를 해대기 시작했어요. 뿌리를 잊고 사는 거냐는 말을 해댔다고요.” (p.137)1950년, 미국. 백인 미혼모가 흑인 혼혈아를 낳자 병원과 사회복지국은 경찰까지 동원해 아이의 생부를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미혼모 캐럴은 자살까지 시도합니다. 2013년, 같은 도시.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프란치스카는 머무를 숙소를 찾다가 과거에 일어난 위의 사건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1950년의 사회복지국 서류철에 담긴 보고서와 2013년의 화자(작가 프란치스카)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교차됩니다. 흑인 혼혈아 대니얼이 태어나자마자 겪은 차별적 삶에 프란치스카도 자신의 과거를, 친해질 수 없었던 생모를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보여지고 드러나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선을 긋고 있나요?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