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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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다가갈 수 없는 진실은 마지막 날까지도 고통스러울 테니까.” (p.213)

엄격한 카톨릭 집안의 카르멘, 리아, 아나는 너무나 다른 성향을 지닌 세 자매입니다. 어느 날 17살의 아나는 마을 공터에서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됩니다. 아버지 알프레도는 아나의 절친 마르셀라와 함께 딸의 죽음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죽기 직전, 30년 전 사건의 진실을 담은 편지를 가족들 중 리아와 마테오에게 보내요.

첫째 카르멘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입니다. 사제가 되려다 포기한 훌리안과 결혼했죠. 아들 마테오는 무신론자이지만요. 둘째 리아는 사건 이후 종교를 버리고 가족들과도 거리를 두고 살다가 진실을 밝히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아나의 절친 마르셀라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있었으나 그날의 충격으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말죠.

책은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그날을 이야기해요. 피해자이자 고인인 아나를 제외한 가족들, 기억이 온전치 않아 노트에 의존하는 마르셀라,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까지요. 책을 덮으며 무신론자가 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종교를 왜곡하고 거짓 믿음을 가진 자들이 오히려 신을 죽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었다. 특히 이번만큼은 하느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제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제가 이루었나이다.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말입니다." (p.403)

“예전에는 진실을 몰라서 괴로웠던 반면, 지금은 모든 것을 알아서 고통스럽단다.” (p.409)

•푸른숲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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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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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과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이자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최신간입니다. 그는 가정(아이)이 있는 남녀의 임금 격차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00여 년간의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1~5세대로 나눕니다. 이 분석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시간을 투자해 커리어를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와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생물학적 시기는 주로 일치합니다. 30대 중후반이죠. 이 시기가 지나면 양쪽 모두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는 부부 중 한 명이 아이의 온콜 모드를 담당하고, 그건 주로 여성의 역할이 됩니다.

“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전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 충돌의 문제다. 대개 커리어에 투자한다는 것은 젊은 시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여성이 아이 갖는 것을 ‘놓치면 안 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p.19)

가정 내의 일과 아이 양육에 더 많이 참여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은 자의/타의로 더 많은 시간 근무하고 회사의 온콜 근무까지 맡게 됩니다. 당연히 남성의 수입이 높습니다. 부부가 5:5로 아이를 담당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희생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인 이유입니다. 높은 학위를 가진 고소득 전문직 여성도 일을 그만두곤 합니다.

얼마나 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인가요! 우리 경제는 ‘탐욕스러운 일’을 해나가는 사람에게 큰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자의 시간을 갈아넣는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주로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남성 또한 아이와의 시간(아이가 다 자란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을 잃게 되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만 이룰 수 있는 저자의 해결책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시대(에필로그의 ‘팬데믹 시기’가 흥미로웠습니다)를 분석하고 추적하는 과정, 그리고 장과 장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글의 흐름에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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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과학의 신비 2024 - 하루 한 장 퀴즈로 만나는 과학 일력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 지음, 조은 옮김 / 비룡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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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부터 일력을 사용하는 재미를 알게 되어 쭉 일력을 쓰고 있어요. 내년에는 매일매일 화보와 함께 과학 퀴즈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355 과학의 신비> 달력을 쓸 거예요.

‘내셔널지오그래픽’다운 멋진 화보는 물론, 교과 연계 과학 퀴즈와 풀이집이 있어서 해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새해 선물로 주면 참 좋을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비룡소에서 달력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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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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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마는 부잣집 딸들이 여름방학에 가는 것으로 유명한 ‘나이팅게일 캠프’에 갈 기회를 얻게 됩니다. 여자 아이들이 해리스 화이트 가문이 소유한 숲과 호수에서 6주간 캠핑을 하는 것인데, 오두막에서 공동 생활을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되죠.

에마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인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과 같은 오두막을 배정받습니다. 어른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던 비비언과 남자 문제로 심하게 다툰 날, 에마를 뺀 세 사람은 실종되어 버리고 그 사건으로 나이팅게일 캠프는 문을 닫습니다.

15년 뒤, 세 소녀를 그리는 화가가 되어 개인전을 연 에마는 나이팅게일 캠프의 재개장을 위해 프로그램 강사로 초빙됩니다. 옛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과 진료도 받았던 에마는 그날의 진실을 캐기 위해 자신이 묵었던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너처럼 과연 성공적인 케이스가 될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 심지어 나조차 바람직한 선택이 될지 확신하지 못해. 하지만 언젠가 다시 캠프를 열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어. 캠프 문을 닫은 지 15년이 지났어.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고 봐.“ (p.32)

비비언이 숨겨둔 일기장으로 캠핑장이 예전엔 정신병원이었다는 걸 알게 된 에마는 오래 전 그가 찾으려던 진실을 이어서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와중에 에마와 같은 오두막을 배정받은 세 소녀가 또 실종되면서 15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납니다!

미드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를 아시나요? 여학생들 사이에서의 거짓말과 진실, 실종 사건, 어른듯 못지않은 권력 다툼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책 또한 드라마 못지않게 어둡고 긴장되고, 여러 사람들의 욕망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댐을 열어 마을을 수몰시켜버린 덕에 유령이 나온다는 호수, 두 진실 한 거짓 게임, 1800년대에 정신병원에 갇힌 여성들,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들과 캐내려는 사람들.. 여러 사건의 퍼즐이 함께 풀려나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넌 함께 가기엔 너무 어려, 에마.”


•#밝은세상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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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모텔
백은정 지음 / 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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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서른 다섯 개의 객실이 있는 모텔을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7년차 모텔 사장님입니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국내 최초로 책 읽는 모텔 ‘북텔’을 만들었고, 오늘도 프런트에서 이용객을 맞이하고 있어요. 저도 이 책을 집어들고 모텔 운영자의 삶으로 체크인 해봅니다.

“내 눈에 그들의 사랑은 일견 꽃과 벌의 사랑보다 더 순수해 보인다. 번식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욕망만을 따르는 행위일 테니.” (p.18)

저자는 프런트 창문으로 이용객들을 바라봅니다. ‘저스트 어 텐미닛’ 하는 커플부터 아픈 남편을 씻기러 온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텔에 머무르다 갑니다. 그는 따스한 애정을 가지고 이용객들을 그려내지만, 모텔 운영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각종 진상의 별점을 매기는 챕터에서는 고개를 젓게 됩니다.

2번 진상의 별점 ★★☆☆☆
"사장님, 저희 잠만 자고 갈 건데요?"
모텔은 원래 잠만 자고 가는 곳입니다, 손님.
(p.212)

12번 진상의 별점 ★☆☆☆☆
"각종 성희롱이 난무하는 이곳. 이런 데 익숙해지는 내가 안쓰럽다."
(p.247)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님의 모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책에 담긴 모텔 운영의 눈물과 미소에 푹 빠져들었어요. 이용객들의 이야기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부터 미움만 남은 사람까지 은정 작가님의 ‘24시간 연중무휴’의 애정(혹은 애증)이 느껴집니다. 다들 체크인 하세요. 아이 러브 모텔, 아이 러브모텔!

(+모텔 운영기는 역시 챕터 제목부터 맵다 매워: 프런트에서 마주친 학부모, 저스트 어 텐미닛, 너는 콘돔을 흘렸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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