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제학과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이자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최신간입니다. 그는 가정(아이)이 있는 남녀의 임금 격차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00여 년간의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1~5세대로 나눕니다. 이 분석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시간을 투자해 커리어를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와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생물학적 시기는 주로 일치합니다. 30대 중후반이죠. 이 시기가 지나면 양쪽 모두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는 부부 중 한 명이 아이의 온콜 모드를 담당하고, 그건 주로 여성의 역할이 됩니다.⠀“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전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 충돌의 문제다. 대개 커리어에 투자한다는 것은 젊은 시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여성이 아이 갖는 것을 ‘놓치면 안 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p.19)⠀가정 내의 일과 아이 양육에 더 많이 참여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은 자의/타의로 더 많은 시간 근무하고 회사의 온콜 근무까지 맡게 됩니다. 당연히 남성의 수입이 높습니다. 부부가 5:5로 아이를 담당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희생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인 이유입니다. 높은 학위를 가진 고소득 전문직 여성도 일을 그만두곤 합니다.⠀얼마나 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인가요! 우리 경제는 ‘탐욕스러운 일’을 해나가는 사람에게 큰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자의 시간을 갈아넣는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주로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남성 또한 아이와의 시간(아이가 다 자란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을 잃게 되는 것이죠.⠀우리 모두가 동참해야만 이룰 수 있는 저자의 해결책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시대(에필로그의 ‘팬데믹 시기’가 흥미로웠습니다)를 분석하고 추적하는 과정, 그리고 장과 장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글의 흐름에 감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