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 본 적이 언제였던가'

'걸음을 멈추고 길 가에 핀 이름모를 들꽃을 내려다 본 적이 있었던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내게 주어진 수많은 자연의 속삭임에 무심했다는 것을.

자연의 고요는 우리 안의 소란을 비춰준다. 《낯선 고요》는 그 낯선 침묵 속에서 다시 삶의 소리를 듣게 하는 책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단숨에 느껴진 것은 ‘설명하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캐서린 헌터의 그림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듯, 작가의 붓끝도 조용히 자연의 호흡을 따라간다. 그의 선은 세밀하지 않지만 섬세하고, 색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대신, 자연에게 바라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너는 요즘 얼마나 고요했니?’
숲이 묻는 듯했다.

도시의 소음과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 ‘고요’라는 단어는 내게 이미 낯선 감정이었다. 그런데 보 헌터는 그 낯섦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고요함은 도망친다고, 쫓을수록 사라진다고. 대신 잠시 멈추어 서서 듣기 시작하면, 그제야 고요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고.

그림 한 장 한 장은 마치 짧은 시와 같다.
물결이 고요한 호수, 이끼 낀 돌, 나무 사이로 흘러드는 빛.
그 속에서 작가는 ‘자연의 지혜’를 말없이 보여준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순환이고, 존재는 드러남보다 머묾에 가깝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잊힌 언어를 되살려, 다시금 자연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한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마음이 고요했다.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상태였다.
낯선 고요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보 헌터의 그림은 그렇게 우리 안의 균형을 되돌려놓는다.


《낯선 고요》는 말 대신 색으로, 문장 대신 선으로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는 숲의 숨결과 바람의 결을 함께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책 속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가진 고요한 힘, 그리고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질서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유의 언어다. 작가의 붓끝에서 태어난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 바위 한 조각은 각각 존재의 이유를 품고 있다. 우리는 그 앞에서 비로소 ‘말 없는 대화’를 배우게 된다.


"자연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
그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꿰뚫는다. 《낯선 고요》는 자연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고요함 속에 자신을 잠기게 하는 체험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남는 여운은,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쳤던 ‘조용한 순간들’의 소중함이다.


요즘처럼 소음이 일상이 된 시대에, 《낯선 고요》는 잠시 멈추어 ‘듣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 고요는 낯설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어쩐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자연의 고요는 우리 안의 소란을 비춰준다. 《낯선 고요》는 그 낯선 침묵 속에서 다시 삶의 소리를 듣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지음 / 곰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조원 작가가 전해 주는 옛이야기에 흠뻑 빠져 재밌게 읽었다.

작가님은 지금 고전 강독과 옛이야기 공부를 느슨하게 이어가고 있다. 두 갈래의 공부에서 만나는 벗들이 다르지만, 결국 다르지 않다는 것.그리고 배운 것은 고전이든 옛이야기든 주인공은 언제나 ''이고, 공부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한다는 것. 프롤로그부터 내 맘을 흔드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옛이야기는 대부분 여성들의 '', 남성의 문자로 재해석된 것만 문학 대접을 간신히 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여성은 지워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주류 남성들의 기획물이다. 그래서 효자로서,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다 보면 평생 말없이 밥 해주는 예쁜 우렁이 각시를 얻는다는 것, 그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전해진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옛이야기의 대부분이 전복(顚覆) 당하는 느낌으로 우렁이 각시 이야기부터 방귀쟁이 며느리, 여우누이, 밥 많이 먹는 색시... 어딜가든 나쁜 여자들을 만났다.

 

책의 부피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않은 많은 메세지를 담은 이야기. 나는 두고두고 볼 책으로 꼽고 싶다. 가볍게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땡기는 주인공을 찾아 페이지를 펼치는 재미가 쏠쏠하고, 담고 있는 메세지를 독자 스스로 확장할 수 자유로움이 가득한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철학자의 말들
라메르트 캄파위스 지음, 강민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야흐로 자신만의 '힐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여행, 운동 등 다양한 취미로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이 시대는 그 위로에도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부담을 안고서 돈과 시간을 쓴다고 우리는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을 준 책이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네덜란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철학자 라메르트 캄파위스는 철학을 마음에 들이는 순간, 인생이 한결 다정해 질 수 있다는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우리가 알던 철학자, 낯선 이름의 철학자들이 적재적소에 짠-하고 나타나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조언을 건넨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철학, 타인과 관계를 위한 철학, 세상과 화해하기 위한 철학 세 파트로 나눠 우리를 둘러싼 18가지의 키워드로 풀어낸다. 

1장. 위로, 불안, 분노, 불만, 자아, 죽음으로 묶인 나를 위한 철학적 질문과 대답들.

2장. 우정, 믿음, 의심, 섹스, 불순응주의, 윤리로 묶은 관계를 위한 철학적 질문과 대답들.

3장. 일, 숫자, 자유, 사람, 예술, 스마트폰으로 묶인 세상과 화해하고 나아가기 위한 철학적 질문과 대답들. 

놀랍게도 18개의 인생 주제에 대한 젊은 철학자와 깊은 통찰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패기있고 가슴에 뜨거운 열정이 있는 젊은 친구와 가슴 깊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고, 그 순간마다 위로를 받게 되는 책.



덧) 기억에 남는 문장들


* 그들은 운명의 수레바퀴가 언젠가 다시 더 나은 방향으로 굴러가라고 조언할 뿐만 아니라 빛을 보려면 어둠의 시기도 거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p.25 


* 자아실현 가능성에 몰두하는 사회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이 반가운 변화의 계기가 된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이며, 그저 그 '자아'를 발견해야 할 뿐이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p.77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자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이야기와 온 우주의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 p.112


* 세상의 문제는 멍청이들과 광신도들은 늘 자신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반면 현명한 사람들은 의심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p.130


* 우리의 영혼은 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 즉 우리 자신의 눈 외에 타인의 눈은 닿지 않는 곳을 향하기 위해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p.152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즈음 건축 -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국형걸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귀촌을 해서 40년된 마을 창고를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다. 전직이었던 SW개발자로 살면서 주말마다 목조주택 시공 현장을 다녔다. 그렇게 나름 고되게 배운 건축이었다. 배운 것에 여러 정보들을 더해 스케치업으로 설계를 완성하고, 주변 목수들을 섭외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으로 봄의 끝자락부터 늦가을까지. 최소한 이주를 해서 살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었다. 아내는 다시는, 절대로 건축을 하지 않겠다고 외쳤지만 나는 또 다른 건축의 꿈이 있다.

첫 건축의 아쉬움을, 부족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_ 새로운 재료와 시공방법이 늘 궁금해서 관심을 둔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국형걸 교수의 <요즈음 건축>이다. 


책장을 넘기며 "라떼~"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저자는 막힘없이 우리나라 건축의 현실을 진단한다. 하는 말이 조목조목 맞아 떨어져 더 라떼의 과거가 오버랩된다. 그리고 아직도 대다수의 건축 현장의 현실은 라떼가 아니라 지금이다. 


특히 우리나라 보수 정권이 랜드마크 건축을 지향해 그지역 외의 소외를 낳고, 디자인이 문화 사대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반면 진보 정권은 가치 재발견을 통해 도시 재생을 지향했으나 아직 미미한 부분이 많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축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그 질문에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책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3부 새로움, 4부 조화로움을 찾아 변화하는 건축의 오늘과 내일을 그려본다.

이해를 돕는 사진들이 풍요롭게 담겨있어 재밌게 눈으로 읽혔다. 파렛트 실험, 모듈 구조물, 건축재의 다변화, 친환경 구조물, 자유로운 조경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고, 개성과 감성의 공간 바 인테리어, 교실의 변화, 40년된 빌라의 변신, 자연을 닮은 펜션에서 조화로움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건축을 전공하는 젊은 이들에게 필요한 설계 노하우나 공모전의 명암까지. 다소 시그니컬하지만 섬세하게!  저자의 건축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멘토 셰익스피어 -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꺼내 읽는 삶의 지혜 한 학기 한 권 읽기 1
한기정 지음 / 그린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 셰익스피어는 희곡 37편 속 1,2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 많은 인물 중에 나는 어떤 캐릭터를 안다고 자신 할 수 있을까. 돌아보니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완독한 기억이 없다. 그만큼 대중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그의 작품과 등장 인물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것. 햄릿은 우유부단, 샤일록은 악당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은 죽음마저 갈라놓지 못한 사랑꾼 정도. 이러한 너무 잘 알려져 있어 너무 모르는 셰익스피어의 삶 그 자체인 작품을 하나하나, 품은 메세지까지 촘촘하게 분석한 책이 한기정 작가의 <멘토 셰익스피어>다.


한기정 작가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IT업에 종사하면서, 셰익스피어를 탐구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셰익스피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결과물 <멘토 셰익스피어>. 책 구절마다 인간 셰익스피어의 대한 작가의 경애의 마음이 보인다. 


괴테는 "셰익스피어의 인간만큼 자녀스러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논평했다. 이는 인간 본성을 가장 잘 통찰한 작가라는 것. 책에 소개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니기 때문에 400년 이상이 지난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하게 된 것이리라.


이제 더이상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인물의 전형으로 읽히지 않는다. <베니스의 상인>은 희극이 아니라 샤일록의 비극으로 읽힌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위대한 사랑의 아이콘인 동시에 맹목적인 사랑으로 읽히기도 한다. 

특히 복수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 <티투스 안드로니쿠스>와 <햄릿>에서 햄릿 말고 우리의 모습과 유사한 생활인 '플로니어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왕의 심복으로 살아남기 위해 비위를 맞추며 처세를 해야 살 수 있는 사람, 찌질해도 너무 찌질한 캐릭터, 그게 나일 수 있으니까. 


<멘토셰익스피어> 겨울 밤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나씩 넘기면서 할아버지가 조곤조곤 친절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같다. 삶의 다양한 이면,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저마다의 사정들... 알면 사랑하게 되는 마법에 빠져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