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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밤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 본 적이 언제였던가'
'걸음을 멈추고 길 가에 핀 이름모를 들꽃을 내려다 본 적이 있었던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내게 주어진 수많은 자연의 속삭임에 무심했다는 것을.
자연의 고요는 우리 안의 소란을 비춰준다. 《낯선 고요》는 그 낯선 침묵 속에서 다시 삶의 소리를 듣게 하는 책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단숨에 느껴진 것은 ‘설명하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캐서린 헌터의 그림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듯, 작가의 붓끝도 조용히 자연의 호흡을 따라간다. 그의 선은 세밀하지 않지만 섬세하고, 색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대신, 자연에게 바라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너는 요즘 얼마나 고요했니?’
숲이 묻는 듯했다.
도시의 소음과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 ‘고요’라는 단어는 내게 이미 낯선 감정이었다. 그런데 보 헌터는 그 낯섦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고요함은 도망친다고, 쫓을수록 사라진다고. 대신 잠시 멈추어 서서 듣기 시작하면, 그제야 고요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고.
그림 한 장 한 장은 마치 짧은 시와 같다.
물결이 고요한 호수, 이끼 낀 돌, 나무 사이로 흘러드는 빛.
그 속에서 작가는 ‘자연의 지혜’를 말없이 보여준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순환이고, 존재는 드러남보다 머묾에 가깝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잊힌 언어를 되살려, 다시금 자연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한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마음이 고요했다.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상태였다.
낯선 고요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보 헌터의 그림은 그렇게 우리 안의 균형을 되돌려놓는다.
《낯선 고요》는 말 대신 색으로, 문장 대신 선으로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는 숲의 숨결과 바람의 결을 함께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책 속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가진 고요한 힘, 그리고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질서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유의 언어다. 작가의 붓끝에서 태어난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 바위 한 조각은 각각 존재의 이유를 품고 있다. 우리는 그 앞에서 비로소 ‘말 없는 대화’를 배우게 된다.
"자연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
그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꿰뚫는다. 《낯선 고요》는 자연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고요함 속에 자신을 잠기게 하는 체험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남는 여운은,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쳤던 ‘조용한 순간들’의 소중함이다.
요즘처럼 소음이 일상이 된 시대에, 《낯선 고요》는 잠시 멈추어 ‘듣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 고요는 낯설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어쩐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자연의 고요는 우리 안의 소란을 비춰준다. 《낯선 고요》는 그 낯선 침묵 속에서 다시 삶의 소리를 듣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