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프루스트와 오징어 - 매리언 울프
-독서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자아 의식을 버리고 다른 사람, 다른 시대, 다른 문화의 의식으로 넘어간다. (p.36)
-상징들을 자동에 가까운 속도로 인지하게 되면 읽고 쓸 때 끊임없이 확대되는 정신적 프로세스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뇌가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 문자 그대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p.112)
-심지어 세종대왕의 한글 매뉴얼을 작성한 학자가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에 다 배울 수 있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도 열흘이면 깨우칠 수 있다’라고 설명할 정도였다. (p.122)
-뇌의 설계는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독서의 설계는 뇌를 다양하게, 결정적으로 그리고 계속 진화해나가도록 변화시켰다. 인간은 독서를 배움으로써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의 한계에서 해방되었다. (p.367)
-
제목부터 흥미로웠던 책. 예전에 「책 읽는 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다시 재출간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독서의 지적인 면을 뜻하는 ‘프루스트’와 신경과학적인 면을 상징하는 ‘오징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역시 한동안 책을 안 읽다가 다시 읽을 때면, 속도나 사고력이 느려진 게 느껴지곤 했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해진 후로 집중력이 흐려진 것을 종종 느낀다. 독서하지 않아서 저절로 읽는 능력이 감소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인간은 원래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독서 능력은 직접 유전이 아니며 독서 행위를 관장하는 유전자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글을 읽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문자 역사부터 능숙한 독서가의 뇌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초반부 설명을 재밌게 읽었다. 수메르어나 이집트 문자 같은 표의문자는 초보 독서가가 읽기 어려웠고, 그리하여 알파벳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소크라테스는 문자 언어를 반대했는데, 그가 반대한 세 가지 이유도 무척 흥미로워서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읽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독서 발달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 책에서도 독서를 시작한 아이의 뇌를 통해 인간이 숙련된 독서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한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독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유년기 독서 환경이 그들을 독서에 익숙한 뇌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아이가 난독증이어서 그에 따른 연구 과정과 결과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읽지 못하는 뇌’에 관해서도 다루는 셈이다.
저자가 따로 한국어판 서문을 쓸 정도로 매리언 울프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된 언어가 영어인 만큼 뇌와 언어에 관련한 설명은 영어가 바탕이지만, 한글 언급도 있고, 한국 방문에서 느낀 한국 학부모들의 디지털 매체 걱정도 짧게나마 등장한다. 요즘처럼 읽지 않으려는 시대에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독서에 접근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인간이 지금까지 독서하는 뇌로 진화한 것처럼 저자가 앞으로의 세태를 바라보는 방식이 좋았다. 인간이 독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책 읽는 뇌’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초월적 사고를 하는 시간’이라는 이 신비한 무형적 선물이 바로 독서하는 뇌가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이다. (p.389)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across_book
#매리언울프 #프루스트와오징어 #책읽는뇌 #책읽는뇌재출간
#어크로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