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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나와 그녀들의 도시 - 곽아람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건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 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선의, 그리고 낭만이 실재한다는 것과 동의어여서 그간 내가 책에서 받은 위안이 한 꺼풀짜리 당의정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9)
-6월의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는 세 가지 빛깔, 새잎의 초록, 민들레의 노랑, 흙의 빨강으로 기억될 것 같다. (p.29)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사람들에게 따돌림당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헤스터의 당당함이 살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오해받을 때 취해야 할 자세의 표본이 되어 주었다. (p.80)
-나는 스칼렛을 좋아했다. 내가 읽은 어떤 소설의 여주인공보다 당차고 적극적이라 좋았다. 그는 착하지 않았고 순종적이지 않았고 규범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남자에 의존하지 않았다. (p.150)
-그날의 기억이 강렬했던 건 결국 문학의 힘이라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어트랙션은 작품 속 장소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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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독서 여행자이자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 팀장 곽아람 기자의 여행 에세이. 작가의 유년 시절을 함께한 소설들의 배경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상상만으로도 설레고 두근거리는 내용이 담겼을 것 같았다. 나 역시 어릴 적 외국 소설들을 읽을 때면, 알지 못하는 지명을 가진 장소들을 책에 나온 묘사대로 머릿속에 그리곤 했으니까.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실재하는 곳들을 실제로 가본 저자가 부러웠다.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인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부터, 「작은 아씨들」의 콩코드, 「마지막 잎새」의 뉴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틀랜타와 서배너, 「카리브해의 미스터리」의 세인트마틴 외에도 책과 작가의 도시 열세 곳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이나 헤밍웨이에게 영감을 준 장소처럼 내가 영상으로 접한 적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본 적 없는 곳이라 책에 사진이 함께 있어서 더 좋았다. 책을 따라가며 읽는 동안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아씨들이나, 익숙한 빨강 머리 앤에 관한 내용이 궁금했었다. 어릴 적 책을 읽으며 나도 앤이 되었다가, 조나 에이미가 되기도 했다. 문학 여행 이야기는 다 재밌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과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는데 한 드라마를 통해 줄거리를 알게 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칼렛이 더 궁금해졌다. 나도 영상보다는 책을 선호해서 꼭 책으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장소는 마녀 도시 세일럼이다. 선조의 죄에 대한 부끄러움이 창작의 연료가 된 너새니얼 호손이 인상 깊었다. 「빙점」의 아사히카와를 방문하는 것으로 책은 끝이 나지만, 문학 여행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작가님의 다음 문학 여행 에세이가 또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이 살았던 도시를 찾아간다는 건 무척 낭만적인 일이다. 가끔 여행지에서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를 만나거나 어느 작가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가슴이 뛰곤 했다. 그 행복한 경험을 나도 앞으로 더 많이 겪고 싶다. 언젠간 떠날 문학 투어를 마음에 그리며 아마도 이 책을 또다시 읽게 될 것 같다. 문학을 좋아한다면 누구에게나 설렐만한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 사랑했던 그녀들의 도시를 이 책을 통해 함께 떠나보길 추천한다.
-아트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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