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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소이 이야기
송미경 지음 / 읻다 / 2024년 5월
평점 :
메리 소이 이야기 ㅣ 송미경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약 동생이 사라진 사람은 영원히 슬프다는 것에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나는 웨하스 지붕과 딸기 모양 손잡이가 현관문에 달린 집에 살지 않았을 것이다. (p.14)
-어떤 존재는 생각만으로도 그저 슬퍼진다.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왜 제리미니베리를 생각하면 당장 울고 싶어졌던 걸까? (p.115)
-나에겐 제리미니베리가 그런 존재다. 이야기 속에서라면 존재할 수 없는, 개연성과 무관한 존재. 아무 이유도 없이 존재하는 존재, 혹은 시스템의 작은 오류 같은 존재. (p.141)
-내가 메리 소이를 기다렸던 기다리지 않았건 메리 소이를 끝없이 기다리고 살았던 것은 내 삶에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고. 늘 변하지 않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이었다고.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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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출판사 넘나리 2기 활동의 마지막 도서인 메리 소이 이야기. 동화 작가인 송미경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해서 더 기대됐다. 내용에 관한 정보 없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분위기가 독특했다.
메리 소이는 주인공 ‘은수’의 엄마가 어릴 적에 잃어버린 동생이다. 미미제과의 웨하스에 메리 소이를 찾는 광고가 실리면서, 은수의 집에 여러 명의 메리 소이가 찾아온다. 그중 가장 오래 은수의 집에 머물렀던 제리미니베리와 원더타운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언뜻 보면 배경이 우리나라가 아닌 것만 같은데, 마트 묘사나 막장 드라마 언급을 볼 때면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원더타운은 환상의 나라 같으면서도, 또 어느 평범한 변두리 마을일 것만 같다. 제리미니베리라는 여러 단어를 조합한 특이한 이름도 소설의 분위기를 동화처럼 만드는 요소였다. 전반적으로 어떤 개성 강한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사실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해도 엄마의 여동생, 즉 메리 소이를 찾는 결말일 줄 알았다. 등장인물 중 이 사람이 진짜 메리 소이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쯤 알게 되었다. 메리 소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삶에서 의미가 없는 건 인생에서 편집해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은수에게 중요했던 마로니의 결말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은수는 또 보통의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결국 메리 소이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없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2기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itta_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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