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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고행의 순례자 - 엘리스 피터스
-끊임없는 투쟁과 잔혹과 탐욕으로 갈가리 찢기고 난도질당한 이 세상에도 인간적인 행복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세상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기쁨의 환한 불꽃이 다하지 않는 한, 그냥 그렇게 돌아가게 가만 내버려두자. (p.31)
-두 번째 기적. 그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성녀께서 두 손으로 아낌없이 기적을 베풀고 계셨다. (p.219)
-아주 오래전, 그는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한 바 있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무기라곤 갖고 있지 않지만, 그리고 관절염 증세가 있긴 하지만 케드펠에게는 아직 쓸 만한 두 주먹이 있었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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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 「고행의 순례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책은 성녀의 유골을 이장한 기념 축제를 배경으로 한다. 전 시리즈에서 계속 이어져 온 스티븐왕과 모드황후의 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스티븐왕이 포로로 잡히고, 모드황후가 득세한 상황에서 행정 장관 휴 베링어는 고뇌한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실제 역사적 배경과 잘 어우러져 더욱 재밌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더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지만 어렵진 않았다.
성 위니프리드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그중에는 두 명의 수상한 순례자가 있다. 목에 십자가를 맨 채 스스로 고행길을 자처하는 키아란과 그에게 헌신하듯 따라다니는 매슈다.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은 모드황후 측의 살해당한 기사 한 명이다. 캐드펠 수사는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죽은 기사 옆에 있었던 뤼크라는 청년을 찾아 나서는데.
개인적으로 키아란이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그와 대비되는 흐륀이라는 소년은 이미 신체의 고통을 가지고 태어났다. 축일에 흐륀은 기적이 일어나 발을 고치게 되는데, 이러한 기적이 뭔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더 낙관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따뜻하게 알려주는 듯도 했다. 이런 전개는 오히려 종교적이라기보다 따스하고 인간적이다. 엘리스 피터스의 인간에 대한 다정한 애정이 느껴진다.
매번 반전이 있는 캐드펠 수사지만 이번 편은 더 놀라운 결말이었다. 서술 트릭도 있고, 예상치 못한 관계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범인이 밝혀진 후의 전개는 용서와 참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원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원수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유독 반가운 인물이 많이 등장했다. 「얼음 속의 여인」에 등장했던 올리비에가 특히 그랬다. 스포가 될까 봐 이전 리뷰에서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올리비에는 꼭 한 번 더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인물이었다. 캐드펠 수사의 두 번째 기적이라는 게 왠지 감동적이다. 여전히 멋있게 등장하지만 우리 편(정확히는 휴 베링어 편)이 아니라는 게 아쉬운 인물인데, 후에 또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덧붙여 성녀의 유골이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안치된 과정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쉽게도 1권을 읽지 못했던 터라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구매했다. 캐드펠 수사를 알아갈수록 추리력 외에도 그의 과거나 전투 실력 등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11권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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