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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 이응
김멜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이응이응 - 김멜라
-그대로 멈춰 있어도,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우리는 별과 별처럼 멀어질 테지만 사람은 외떨어진 점만은 아니라는 걸. 선은 점이 이동한 경로이니 잘만 찾으면 너와 내가 만나는 외나무 다리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p.87) <좀비 손금>
-끝없이 향해가는 마음과 그 마음이 이어지는 관계의 탯줄. 그래, 그 이음줄. 그러니까 배꼽이겠지. (p.103)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
-“뇌과학적으로 마음이란 건 없대. 그냥 정보처리 기술이래. 불안에서 초점을 돌리고 머리를 똑똑하게 하면 된대.” (p.206) <아무래짜>
-아빠는 제주도 말에는 이응 소리가 많다고 했다. 이응을 발음하면 구슬처럼 동그라미가 이어져 마음도 동그랗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p.339) <메께라 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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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이응, 드그다 읏따읏따, 아무래짜, 메께라 께라. 김멜라 작가님의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의 제목이다. 어떤 뜻인지 완전히는 알지 못하는 채로 제목들을 발음해 본다. 이응이응은 부드러워서 좋은 느낌이고, 다른 단어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알 것 같기도 하면서 낯선 세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세상이 바로 이 책 「이응이응」에 있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의 어둠을 먹고 자라는 저퀴도 있고, 비록 잡귀라고 불리지만 지하철을 수호하는 귀신 시오와 초구도 있다. 두 잡귀가 성불하려다가 고양이를 만나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는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공간에 낯선 존재들을 끌어들이면서 그럼에도 사랑과 희생, 양보라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배꼽으로 사랑을 알 수 있는 소설도 있다.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는 배꼽빛이 향하는 곳이 사랑이라는 걸 눈으로 보는 화자가 등장한다. 옆자리 여학생의 사랑이 나에게 향하는 것을 본 여자인 ‘나’의 마음 빛깔이 다채롭게 귀여운 소설이다.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드그다 읏따읏따>다. 작곡가 양홍은 죽을 날을 앞두고 자신의 연금 곡이었던 ‘찰나찰나’의 저작권을 물려줄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은 양홍이 젊은 시절 밴드 ‘물그릇’에서 함께 활동했던 보컬리스트 찬나의 딸 이정이다. 이정이 맨발로 걷는 동호회 ‘맨사랑’의 총무라는 것을 알게 된 양홍은 모임에 나간다. 상속을 위해 이정에 관해 더 알아보던 중 양홍이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다는 이야기다. 이정과 찬나가 범상치 않은 여성들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찬나를 기억하는 양홍의 방식이 먹먹하고 좋았다.
손금 어플리케이션 ‘좀비 손금’의 대표가 과거 직원이었던 청소년 휘경의 불안한 문자에 휘경을 구하려고 출발하는 <좀비 손금>도 빼놓을 수 없다. 표제작 <이응이응>은 어느 먼 미래, 욕구를 해소하는 기계 ‘이응’을 통해 할머니와 강아지 보리차차를 떠올리는 이야기다. <아무래짜>는 타인의 고통을 보며 대신 아파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애틋하게 펼쳐진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이 띄운 편지 <물먹은 편지>, 동생을 낳는 엄마를 떠나 일본에서 제주도로 가출한 여덟 살 소녀 소낭의 <메께라 께라>까지 재밌게 읽었다.
둥근 건 우리 마음이라는 이 소설집의 문장처럼 유독 마음이 이어진 소설이 많았다. 자음 이응을 쓰려면 펜을 들어 단번에 둥글게 써야 한다. 펜의 시작과 끝을 둥글게 하나로 이으면 이응이 된다. 우리 마음의 시작과 끝도 그렇게 둥글게 하나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양손을 마주 잡은 기분도 든다. 소설집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의 마음이 따뜻한 연대로 가득해서 좋았다. 누군가를 살리려는 마음, 기억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곧 구원이 되었다.
-이 게시물은 서평단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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