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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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ㅣ 이서수 장편소설


*섬세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나 다름없었다. (p.58)


*“패를 던지는 게 아니라 공을 굴린다고 생각해. 힘껏 굴리면 그 방향으로 가겠지. 하지만 언젠가 멈출 거야. 그때 다시 힘껏 굴리면 돼.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방향은 정하지 마.” (p.116)


*“맞아요. 나도 언니한테 비상벨 달라고 말해줬잖아요.” / “그랬죠.” / “그런 식으로 서로를 지키는 거예요. 입에서 입으로 속삭이듯 말해주면서.” (p.130)


*사는 게 원래 이런 건가. 나는 내 영역에 가만히 있고 싶은데 그런 나를 염탐하고 침범하고 무시하고. 그런 사람들한테 화가 나서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가도 보복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밤새 걱정하고. (p.192)


*그렇게 살다가도 어느 순간엔 서로를 지키는 용이 되겠지. 작고 약해 보일지라도 나라를 지키는 용 못지않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용이 되겠지.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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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마은을 중심으로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 마은은 소자본으로 장사가 잘될 것 같지 않은 자리에 카페를 연다. 보영은 재경팀 대리로 승진을 하고자 하지만, 여성이라 쉽지 않은 위치에 놓여 있다. 보영이 마은의 가게에 들르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자은이 여성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보영은 여성 직장인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솔이, 자은의 고시원 메이트 정미, 그리고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자은의 모친 지화 씨와 택시를 운전하는 이모 경화도 인상적인 등장인물이다.


마은의 가게는 순탄치 않다. 가게를 집으로 삼아야 하는 현실이나 장사가 잘되지 않는 것도 힘들지만, 여자 혼자 운영하는 가게를 둘러싼 주변의 시선은 하이퍼 리얼리즘 그 자체다. 가만히 앉아서 쳐다보기만 하는 남자 손님, 술에 취해 욕설하는 손님(남자가 들어오자 도망친다), 맞은편 가게의 남자 사장과 간섭하기 좋아하는 에어컨 기사. 곤란한 상황의 마은을 도와준 것을 핑계로 접근하는 남자는 정말 꺼림칙했다. 친한 친구가 개인 카페를 하며 겪은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더 몰입해 읽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봐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반면 마은의 주변 여성들은 어떤가. 같은 자영업자지만 질투하지 않고 먹을 것을 건네주는 솔이.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와 주는 정미 언니. 마은을 지켜주는 든든한 엄마와 이모. 남친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해하는 보영(초반부에 흐린 눈하고 만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비상벨이 되어 준다. 여성들의 연대가 비상벨로 표현된 점이 좋았다.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의 비상벨이 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전에 비상벨을 누를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마은이 영역 동물인 고양이와 친해지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마은의 가게는 영역과 침범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는 마은의 영역이지만, 가게를 한다고 해서 그 영역을 함부로 침범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가게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다른 이유들로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의 삶이 마은의 일상에 지속되었으면 한다. 자유롭게 거리를 걷고 싶은 고양이 삼색이처럼 마은에게도 걱정과 두려움 없는 나날이 지속되기를.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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