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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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라이 - 프리다 맥파든


-예외 없이 언제나.

적어도 나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p.6)


-이제는 조금도 놀랍지 않다. 이 집에서 내가 들은 소리를 이선은 항상 듣지 못했다고 한다. (p.220)


-“엄마가 항상 그랬죠. 두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뿐이라고.” (p.330)


-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는 누구나 ‘네’라고 답할 것이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네버 라이」의 첫 문장이다. 제목과 첫 문장의 대비가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이 아는 비밀을 지키려면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도서 소개를 읽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도 등장인물의 거짓말을 찾아내려고 애쓰게 되었다.


한 부부가 있다. 새집을 구하러 다니는 이선과 트리샤다. 그들은 눈보라가 치는 날 외딴 저택을 보러 가게 되고, 폭설로 그 집에 갇히게 된다. 저택의 전 주인은 몇 년 전 실종된,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신과 의사 에이드리엔 헤일 박사다. 트리샤는 책을 찾다가 헤일 박사의 숨겨진 방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는 그동안 헤일 박사가 상담한 환자들과의 상담 기록이 녹음된 테이프가 가득 쌓여 있었다. 트리샤는 남편 이선 몰래 테이프를 들으며 헤일 박사의 실종에 관한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한편, 트리샤는 이 집에 자신과 남편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고립된 상황, 숨어 있는 침입자, 미스터리한 실종 등 흥미로운 요소를 모두 모아 놓았다. 초반 분위기가 으스스해서 스릴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더 재밌게 읽을 것 같다.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재미도 있었다. 소설이 트리샤와 헤일 박사의 시점, 상담 녹음본이 교차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로 범인을 찾는 과정이 재밌다. 중반부까지 작가는 시종일관 치밀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수없이 심어 놓았던 복선과 떡밥은 후반부에 전부 회수된다. 나름대로 추리한 부분이 꽤 있었고 어느 정도 맞지 않을까 했는데 다 틀렸다. 이미 거대한 뒤통수를 맞고 시작하면서 약간 정신이 얼얼해진 기분이었다. 모든 인물이 엮여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교묘하게 설계돼서 알아차릴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트리샤의 태도와 이선의 눈치 없음이 답답했는데, 그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될 때의 짜릿함이란. 이 맛에 스릴러소설 봅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소설은 거짓말의 거짓말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과 충격적인 결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릴 만큼 재밌는 소설이 필요할 때, 도파민 터지는 소설 찾는다면 「네버 라이」 추천합니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프리다맥파든 #소설신간 #네버라이 #소설추천 #스릴러소설 #베스트셀러 #소설추천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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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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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 오한기


-왜 이 세상은 나를 위한 무료 주차장 하나 마련해주지 않는지... (p.60) <무료 주차장 찾기>


-이건 그러니까 운명이야.

진진이 말했다.

주차가 내 운명이라고? (p.87) <숲체험>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 이어서 생각했다. 굳이 어른이 될 필요가 있을까? (p.123) <반품 알바>


-

오한기 작가의 다른 책을 한 권 읽어본 적이 있다. 소설인데 에세이 같아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 「무료 주차장 찾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진짜인지 알 수 없으면서 매우 재밌는 소설이었다!


내가 이 연작소설집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김화진 소설가의 발문 덕분이다. <에세이를 쓰기로 하고 소설 쓰기>라는 제목을 가진 발문은 보통 소설집에서 잘 볼 수 없는, 아주 솔직하고 재밌는 감상을 담았다. 일단 발문을 읽고 나면 이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소설가 ‘나’(오한기)는 아내 진진과 딸 주동과 함께 산다. 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 딸을 육아하는 오한기는 본업인 소설가 외에도 많은 부업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 프리랜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음식 배달과 블로거 활동, 무인문구점 매니저도 한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그의 수많은 부업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이 금방 끝난다. 재밌어서 금방 끝나는 것이다. 곳곳에 위트가 넘치는데 또 가끔은 눈물겹기도 하다. 생계로 인한 삶의 애환은 누구나 겪어봄 직한 것이기에. 그리고 그가 부업을 통해 본업인 소설 쓰기를 계속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소설의 제목처럼 특히 이 소설에서 무료 주차장을 찾는 일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책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사건이 대략 관련이 있다. 무료 주차장을 찾아 떠난다며 유치원 버스를 몰고 사라져버린 유치원 운전기사 사건. 주동의 숲체험을 위해 주말마다 올림픽 공원에 가서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사건. 선배의 소개로 해외에서 들여온 도마뱀 반품 알바를 하게 되면서 처치 곤란이 된 도마뱀을 관리하는 사건... 세 번째는 주차와는 관련 없지만 도마뱀을 둘 곳이 없어 둘 곳을 찾는 게 마치 무료 주차장을 찾는 심정과도 마찬가지로 보였다고나 할까. 


소설을 읽다 보면 모든 상황이 리얼해서 현실감이 넘친다. 정말 소설과 에세이 사이 그 어디쯤 있는 소설 같다. 주차난 같은 경우는 진짜 요즘 어디를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기에 너무 공감됐다. 소설가의 삶을 엿본 기분도 들지만 역시 마지막 단편을 떠올리면 소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근데 정작 이게 진짜 실화라면? 표지의 도마뱀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무엇이 허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독자가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는 거다. 그러므로 가볍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게시물은 작정단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무료주차장찾기 #오한기 #작가정신 #작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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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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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 성해나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p.65)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


-알 수 없지만, 아주 좋은 하루였어요. (p.112) <스무드>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p.153) <혼모노>


-아니야. 여긴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야. 난...... 그런 걸 가르친 적 없어. (p.193)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이상적인 관계가 어디 있겠어요. 다 환상이죠. (p.236) <우호적 감정>


-

성해나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작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서였다.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읽은 후 너무 좋아서 성해나 작가의 소설은 다 읽겠다고 결심했고, 연이어 <혼모노>를 읽고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이 단편들이 실린 소설집이 나오기를 고대했는데 마침 창비에서 가제본 서평단을 진행하여 신청했다.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논란 있는 감독 김곤을 덕질하는 이야기다. 김곤의 골수팬이 모여 만든 길티 클럽 정모에 나간 ‘나’가 겪는 일과 길티를 느끼면서도 그를 덕질하는 감정이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다. 흐린 눈 하며 덕질하던 ‘나’는 그의 공개 사과에 제 안에서 어떤 것이 펑 터지는 것을 느낀다. 그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내가 선택한 것이 옳다고 믿던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을 거다. 전에도 짧게 이런 감상을 남겼었는데, 유명인의 범죄와 그걸 알면서도 무조건 지지하는 팬들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한편으로는 형태는 다를지라도 누구에게나 이런 길티가 조금씩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스무드>는 한국계 미국인 듀이가 한국에 처음 와서 ‘타이극기’부대를 만나는 소설이다. 듀이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교포의 그것이라 읽으면서 속으로 불편함을 느끼던 찰나, 듀이가 만난 사람들... 정말 그게 맞아?라고 생각하며 약간은 경악한 채 읽었다. ‘스무드’는 듀이가 매니저를 맡고 있는 제프의 작품인데, 제프의 작품에는 분노도 불안도 결핍도 없다. 의도도 동기도 비밀도 없다고 한다. 그게 마치 듀이가 보는 태극기 부대의 단면 같아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소설.


<혼모노>는 오십 넘은 무당이 신기를 잃고, 앞집에 이사 온 신애기 무당을 질투하고 바라보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정말로 미쳤다... 신을 잃은 무당이 거물 정치인의 굿판마저 신애기에게 빼앗기게 되고, 그렇다면 무엇이 혼모노인지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사실 무당과 점이라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불분명한 소재를 가지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마저 섞어 버리는 전개가 놀라웠다. 


앞선 세 편이 너무나 강렬했지만 이어지는 네 편의 소설도 전부 인상 깊었다. 고문 취조실을 만들면서 미쳐가는 건축가의 모습을 묘사한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예술가의 광기와 인간이 어떻게 악해질 수 있는지, 악의 평범성이 생각나기도 하는 무서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소도시 재건 회사에서 팀원들과 겪는 감정을 드러낸 <우호적 감정>도 현실적이라 씁쓸했다. <잉태기>는 서진을 둘러싼 엄마와 할아버지의 묘한 알력과 경쟁을 그린 소설인데, ‘나’(엄마)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부가 너무 끔찍해 견딜 수 없었다. 결말까지 숨 막히던 소설이다. 마지막 단편인 <메탈>은 어릴 때 메탈 음악을 하며 함께하던 친구들이 흩어져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비슷하게 겹치는 소재가 없다. 덕질 묘사도, 교포의 시선도, 무당의 심리도, 심지어 중년 여성의 속마음마저 생생한 날것처럼 전해졌다. 그럴 때면 책을 읽는 나도 그 상황에 몰입해서 그 자리에 놓여 있게 됐다. 박정민 배우가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추천사를 남길 만하다. 모든 소설이 그만큼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대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자꾸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기대한 것보다 그 이상으로 너무 재밌고 좋았다. 앞으로 책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어김없이 성해나의 「혼모노」를 추천하게 될 것 같다.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받은 가제본 도서입니다.


#혼모노 #성해나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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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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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아오키 미아코


-도서관이라는 끝없는 우주 앞에서는 모두가 ‘불완전한 사서’인 것입니다. (p.22)


-당신이 이 공간에 들어와주기만 해도 한 줄기 바람이 불고, 책장을 넘기는 당신의 손길이 책을 살립니다. (p.33)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고르면 그 책과 관련된 다른 책을 또 읽고 싶어집니다.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숙명적으로 횡단성과 연속성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75)


-루차 리브로에서 나누는 것은 책과 장소라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지만, 어쩌면 이러한 체험 역시 나누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115)


-저는 오늘도 그 그룹 활동처럼 저를 살게 하는 말을 저 자신을 총동원해서 찾고 있습니다. 그것이 누군가를 살게 하는 말도 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요. (p.183)


-

이 책의 저자 아오키 미아코는 나라현 산촌에서 ‘루차 리브로’라는 인문계 사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숲속 도서관의 사서인 셈이다. 원래 도서관 사서로 근무 경험이 있는 글쓴이는 사회생활에서 마음을 다쳐 오랜 시간 병원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한 달에 열흘, 루차 리브로 문을 열어 사람들과 교류하고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저자에게는 치유의 시간이다.


아오키 미아코는 책은 ‘창문’ 같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창문이 존재하면 지금의 방과는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존재기도 하다. 나도 그래서 책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 언제든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었다. 저자가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비슷한 이유로 어릴 때는 판타지를 많이 읽었다. 지금도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보고 느끼는 게 좋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창문을 통해 나라현 산골 루차 리브로에 가 있었다. 오래된 집의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대화하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글쓴이가 도서관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모든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의식을 펼쳐 놓고 함께 고민하면서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사실 저자의 삶과 고민은 가볍게 읽을 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살기 위해 시작한 도서관 운영을 통해 저자가 느낀 생각들이 내게도 위로가 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떤 ‘책’에 관해 감상을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을 것 같다. 가끔 힘들면 청소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도서관 이용 규칙이 없다는 점도 자유롭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좋아하는 책에 관해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실컷 이야기하고 싶다.


이 책의 원제는 ‘불완전한 사서’다. 아오키 미아코도 자신을 불완전한 사서라 칭한다. 완전하지 않아서 더 좋다. 그래서 저자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루차 리브로를 상상하기도 더 쉬웠다. 이 책을 통해 시간은 세상이 아닌 나에게 맞춰져 흐른다는 저자의 경험을 나눠보길 추천한다.


-이 게시물은 어크로스 북클럽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는숲속도서관의사서입니다 #아오키미아코 #어크로스 #어크로스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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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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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 정용준


-무엇인가를 사랑할 때 우리가 애쓰고 노력하며 더 나아지도록 바라고 원하는 것처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p.55)


-결과만 놓고 보면 이별을 향해 전개되는 서사지만 우리는 그것에 또 한 번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투신할 것이다. 안 그럴 것 같겠지만 그런다. (p.88)


-사물과 풍경에겐 아름다움이 없다. 하늘의 별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p.105)


-지구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같다. 소중하게 열심히 사용하자.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깨끗하게 돌려주자. (p.249)


-

책스타그램을 하기 전에는 책을 그냥 읽었던 것 같다. 그때도 좋은 문장, 심장을 뛰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았지만, 밑줄을 친다거나 발췌를 하지는 않았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닌 사유하는 법을 몰랐다. 서평을 쓰게 되면서 책에 밑줄을 긋고, 문장을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러자 생각이 많아졌고 그것을 글로 쓸 줄 알게 됐다.


「밑줄과 생각」은 정용준 작가님이 책을 읽고 그에 관한 생각을 풀어 놓은 산문집이다. 챕터는 크게 세 가지다. 한 줄의 문장, 한 줄의 밑줄, 한 줄의 생각.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쓰는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잘 드러난 책이다. 작가가 어떤 책을 읽고 느낀 독후 활동에 관해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산문이기에 어린 시절의 개인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설가로서의 이야기가 많이 담긴 ‘한 줄의 밑줄’ 파트가 가장 흥미로웠다. 단편 소설을 썼을 때 그 글 속의 주인공들이 엔딩을 이끌어 갔다는 게 신기했다. 사랑은 어떤 이들에겐 구원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단 한 순간을 누군가는 영원처럼 느끼게 되고 그게 그 사람을 온전히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이 산문집이 좋았던 건 여러 책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을 볼 수 있어서였다. 내가 이미 읽은 책은 감상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궁금해졌다. 특히 아니 에르노에 대해 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마음을 태우는 작가라는 말에 공감한다.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밑줄 그은 책들’ 목록을 기록해 다른 책들도 읽어 볼 생각이다. 멀고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생각들이 어렵게 느껴진 부분은 독서로 해소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 읽지 못한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도, 이제는 이 책을 읽은 후라 조금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그리고 제목처럼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은 책이다.


-이 게시물은 작정단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밑줄과생각 #정용준 #작가정신 #작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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