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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4월
평점 :
무료 주차장 찾기 - 오한기
-왜 이 세상은 나를 위한 무료 주차장 하나 마련해주지 않는지... (p.60) <무료 주차장 찾기>
-이건 그러니까 운명이야.
진진이 말했다.
주차가 내 운명이라고? (p.87) <숲체험>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 이어서 생각했다. 굳이 어른이 될 필요가 있을까? (p.123) <반품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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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작가의 다른 책을 한 권 읽어본 적이 있다. 소설인데 에세이 같아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 「무료 주차장 찾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진짜인지 알 수 없으면서 매우 재밌는 소설이었다!
내가 이 연작소설집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김화진 소설가의 발문 덕분이다. <에세이를 쓰기로 하고 소설 쓰기>라는 제목을 가진 발문은 보통 소설집에서 잘 볼 수 없는, 아주 솔직하고 재밌는 감상을 담았다. 일단 발문을 읽고 나면 이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소설가 ‘나’(오한기)는 아내 진진과 딸 주동과 함께 산다. 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 딸을 육아하는 오한기는 본업인 소설가 외에도 많은 부업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 프리랜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음식 배달과 블로거 활동, 무인문구점 매니저도 한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그의 수많은 부업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이 금방 끝난다. 재밌어서 금방 끝나는 것이다. 곳곳에 위트가 넘치는데 또 가끔은 눈물겹기도 하다. 생계로 인한 삶의 애환은 누구나 겪어봄 직한 것이기에. 그리고 그가 부업을 통해 본업인 소설 쓰기를 계속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소설의 제목처럼 특히 이 소설에서 무료 주차장을 찾는 일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책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사건이 대략 관련이 있다. 무료 주차장을 찾아 떠난다며 유치원 버스를 몰고 사라져버린 유치원 운전기사 사건. 주동의 숲체험을 위해 주말마다 올림픽 공원에 가서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사건. 선배의 소개로 해외에서 들여온 도마뱀 반품 알바를 하게 되면서 처치 곤란이 된 도마뱀을 관리하는 사건... 세 번째는 주차와는 관련 없지만 도마뱀을 둘 곳이 없어 둘 곳을 찾는 게 마치 무료 주차장을 찾는 심정과도 마찬가지로 보였다고나 할까.
소설을 읽다 보면 모든 상황이 리얼해서 현실감이 넘친다. 정말 소설과 에세이 사이 그 어디쯤 있는 소설 같다. 주차난 같은 경우는 진짜 요즘 어디를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기에 너무 공감됐다. 소설가의 삶을 엿본 기분도 들지만 역시 마지막 단편을 떠올리면 소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근데 정작 이게 진짜 실화라면? 표지의 도마뱀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무엇이 허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독자가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는 거다. 그러므로 가볍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게시물은 작정단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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