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얻는 기술 - 상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끌림의 순간 74
레일 라운즈 지음, 이민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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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의외로 사소한 말 한 마디에 기분이 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가 내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멋대로 메뉴를 정했다던가, 상대가 귀찮다는 듯 내 인사에 답했다던가, 내 이야기를 도중에 끊었다던가....... 기분은 상했지만,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내어 말하면 쪼잔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나도 종종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할 줄 몰라서 안절부절한다던가, 관심없는 화제에는 심드렁한 표정이 나와버린다던가, 지루한 사람 앞에서는 뻔한 핑계를 대면서 후다닥 사라져 버린다던가. 집에 와서는 허공에 하이킥을 하면서 반성하지만, 아차하는 순간 또 실수하고 만다. 사람살이 중에서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더니, 사실이다.

  <마음을 얻는 기술>은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시키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 적혀있는 팁들은 그야말로 '기술'이어서 쓰기 위해서는 연마를 해야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무척 솔직하지 못한 일종의 꼼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조금 술수를 써서 나도 상대도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것은 굉장히 커다란 희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음을 얻는 기술>은 사람과의 관계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하며, 기술들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약간의 용기와 인내심 뿐이다.

  <마음을 얻는 기술>을 하나로 꿰뚫고 있는 법칙은 하나다. '상대의 감정을 상상할 것(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짐작하고 행동할 것)'.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그러한 배려를 주고받으며 형성되는 것 같다. 기본 법칙을 가슴 속에 잘 새겨넣고 있으면, 레일 라운즈가 <마음을 얻는 기술>에 써 놓은 74가지 방법 이외의 상황에서도 적절히 행동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임.
  번역서여서 그런지 한국의 상황과는 약간 안 맞는 부분(과거시제라던가)이 있다.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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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역사의 힘 -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하워드 진 지음, 이재원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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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편식하는 사람의 가장 나쁜 점은, 아는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잘 모르는 분야나, 잘 모르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현상에 관해서는 점점 더 무지하게 된다. <하워드 진, 역사의 힘>은 그 동안 내가 관심두지 않은 분야의 책이다. 딱히 내가 고른 책이 아니다. 그래서 책을 받고서 무척 당황했다. 

 

  나는 하워드 진에 대해서 모른다. 이름이 제목에 박혀 있고 표지에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으니,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정도가 좀 심했다. 일단 저자 약력을 살펴봤다(모르는 책을 읽을 때는 평소 지나치던 저자 약력, 서문, 옮긴이의 말 등이 많은 도움이 된다). 공민권 운동가, 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역시나 생소한 단어다. 

 

  그러나 <하워드 진, 역사의 힘>에 담긴 내용들은(각 주제에 대해 쓴 칼럼인데) 많이 익숙했다. 2008년 여름,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일어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여름은, 그 한 가지 주제가 미디어를 점령했다. 나는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 열정은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하워드 진, 역사의 힘>을 읽는 내내 신기했다. 이 책은 멀게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미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2009년의 한국에서 사는 내게 낯설지 않은 일들을 논하고 있었다. '행동하는 지성'이니, '네 머리로 생각하라'느니, 그런 이야기들. 

 

  <하워드 진, 역사의 힘>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읽는 내내 굉장히 편안했다. 객관적인 척 냉철한 폼을 잡지도 않고, 사람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일어나라 외치지도 않았다.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는 느낌이다. 자세히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은 꽤 좋은 일이었다. 그의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어서 더욱 더 좋았다.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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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함정 -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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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종종 어이없는 결정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결정을 내릴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도 하지. 이러한 인지 함정은 개인의 일에도 파괴력을 가지지만, 나라 단위의 일에서도 피해갈 수가 없다. 나라라고는 하지만 그 나라가 가는 방향은 결국 몇몇의 인간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함정>은 규모가 큰 책이다. 보통 인지, 심리, 이런 단어가 들어간 책은 개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생각의 함정>은 잘못된 생각- 인지 함정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역사, 국가, 정책과 같은 굵직굵직한 단위를 다룬다. 그래서 인지 함정에 걸렸을 경우 생기는 실책이 미치는 범위가 더욱 극명하게 보인다. 노출 불안, 원인 혼란, 평면적인 관점, 만병통치주의, 정보집착증, 거울 이미지, 정태적 집착. 이런 일곱 가지의 인지 함정에 걸리는 이유는 (생각해 볼 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1. 변화를 두려워한다

  2. 쉬운(=편한) 해결책을 바란다 

 

  세상은 복잡하다. 이 복잡한 것을 다 파악할 수 없으니까, 인간은 세상을 뭉텅이 뭉텅이로 잘라서 카테고리화 한다. 그런데 이 카테고리가 굳어져버리면 인지 함정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생각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생각의 함정>에서, 생각의 유연성을 발휘한 몇 가지 사례를 보며 감탄했다. "내 생각/모두의 생각이 잘못일 수도 있다."는 예외를 뒀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다른 이의 의견을 들어보려 노력하고, 쉬워보이는 해결책에 홀리지 않을 것 같다.


200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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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풀 컴퍼니 - 경영을 디자인하다!
마티 뉴마이어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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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일단 나는, 디자인 하면 모 자동차 CF가 떠오른다. "그거 알아? 예쁘지 않으면 쳐다도 안 본다는 거." 말하자면 내게 있어서 디자인은 '예쁜 겉모습'을 가리킨다. 디자인으로 회사를 가득 채우라는 <디자인풀 컴퍼니>가 신기해 보인 것은, 이 편협한 디자인의 정의가 30%정도는 차지하고 있다.

  <디자인풀 컴퍼니>가 말하는 '디자인'이란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보다 광범위하고 다면적이다. 내가 생각한 디자인의 정의도 틀리지 않다. 단지 <디자인풀 컴퍼니>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의 개념보다 한참 하위에 위치한 개념일 따름이다. 그리고 <디자인풀 컴퍼니>는, 그것이('디자인=스타일링') 옛날 스프레드시트식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디자인풀 컴퍼니>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존 상황을 원하는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고안하는 행동(<디자인 풀 컴퍼니>, p.46)".

  결론적으로 <디자인풀 컴퍼니>가 말하고 있는 것은 혁신이다. 얇고 작은 책 안에 디자인이라는 이름의 혁신을 꽉꽉 눌러 담았다. 페이지로는 별로 되지 않지만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문구가 있다. 차이에서 디자인이 나온다는 것과, 있는 것과 될수 있는 것의 틈새에서 차이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회사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본질적인- 그러니까 머리 속의 가치체계를 뒤엎는 수준이다(그도 그럴 것이, 스프레드시트식의 가치체계가 자리잡았다면 디자인이 고사하고 말 테니).

  혁신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읽다보면 질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디자인풀 컴퍼니>도 그렇다.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저걸 현실로 끌어담는단 말인가? '있는 것'과 '될 수 있는 것' 사이에 살고 있는 용은 여기에도 있다. 생각해보면 용은 어디에서나 살고 있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단순한 활자가 사람의 행동까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 영역인 것 같다.
 

  덧붙인 말.

  경제경영엔 초보자나 다름없는 나도 괴로워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내용을 풀어냈다. 디자인을 강조한 책이라 그런지 좀 색달랐다. 삽화와 도식이 팡팡 튀어나오는데, 그것들만봐도 내용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촘촘한 활자에 시달린 눈이 한 번 쉬어가는 것도 좋고. 책의 뒷부분에는 요점을 정리한 페이지가 있어서 귀차니즘을 함유하고 있는- 혹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 머리가 엉키려 했을 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혁신을 위한 참고도서목록이 있다.

  개인적으로 표지에 양각된 글자 감촉이 참 좋았다.

 

200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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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를 던지다 - 왕들의 살인과 다산의 탕론까지 고전과 함께 하는 세상 읽기
강명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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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비를 던지다>는 고문(古文)을 읽고 그 속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를 짚는다. 색다르다. 옛 것은 그저 옛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사는 현실과는 떨어져 있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조선 시대의 글인데 이상하게도 그 글이 현재와 이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이 콕콕 쑤시기도 하고 머리가 트이기도 한다. <시비를 던지다>에 등장한 고문을 보면, 조선시대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던 것보다 더 '나쁜' 사회 같다(정확히는 교과서 속의 역사가 좀 미화되었다는 느낌에 가깝다). 그렇다고 지금의 사회가 좋은 사회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조선의 글을 읽다가 현대를 돌아보면 글 속의 악습이 고스란히 이어져 있다. 각각의 글은 그다지 길지 않지만 사람을 쿡쿡 쑤시면서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에 대해 생각해보길 종용한다. 달라졌는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사회에 '시비를 던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글도 있고 밍숭맹숭하게 받아들인 글도 있었고, 잘 알고 있는 문제를 익숙한 방향으로 접근한 문제도 있고 색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문제도 있고 그 동안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과 지방"의 관계가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와도 같다는 문제는 내가 그 동안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다. 왜냐하면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으며,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면 불편한 게 없다. 그래서 으레 지방도 그러려니 생각해버린다. 지방도 아닌 서울 근교에 가서 겪은 불편-교통편이라던가 편의시설-을 떠올려보면,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국어사전에서 '시비'를 찾아보았다. "옳음과 그름. 옳은과 그름을 가리는 말다툼."이라고 나온다. 옳은과 그름을 가리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옳은지 그른지를 알아야 다음에 옳은 일은 계속 하고 그른 일은 안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생활 속에서 시비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쓴다.

  "너 지금 나한테 시비 거냐?"

  다시 말하면, "너 지금 나랑 한 번 싸워보자는 거냐?" 정도가 되겠다. 옳은과 그름을 가리는 것이 왜 싸우자는 소리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저렇게 쓰고 내 친구도 저렇게 쓰고 부모님도 저렇게 쓰신다. 조금 생각해봤더니 저 말 속에는 "뭘 따져? 옳든 그르든 대충 넘어가지!(옳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그르다고 해서 안 될 것도 아닌데 사람 귀찮게.)"라는 말이 숨어있는 것 같다. 혹여 이 말의 어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는 커녕 트집을 잡아 양민의 재산을 빼앗던 부패한 조선 시대의 관리 밑에서 살아가던 백성들의 언어가 없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면면히 내려온 게 아닐까?

 
  덧붙임.
  <시비를 던지다> 속에 <다산의 마음>에서 읽은 글이 다수 보였고 <중국시가선>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시도 있고 해서 신기했다. 같은 텍스트인데 느낌이 좀 다르다.

 

2009.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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