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역사의 힘 -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하워드 진 지음, 이재원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편식하는 사람의 가장 나쁜 점은, 아는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잘 모르는 분야나, 잘 모르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현상에 관해서는 점점 더 무지하게 된다. <하워드 진, 역사의 힘>은 그 동안 내가 관심두지 않은 분야의 책이다. 딱히 내가 고른 책이 아니다. 그래서 책을 받고서 무척 당황했다. 

 

  나는 하워드 진에 대해서 모른다. 이름이 제목에 박혀 있고 표지에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으니,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정도가 좀 심했다. 일단 저자 약력을 살펴봤다(모르는 책을 읽을 때는 평소 지나치던 저자 약력, 서문, 옮긴이의 말 등이 많은 도움이 된다). 공민권 운동가, 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역시나 생소한 단어다. 

 

  그러나 <하워드 진, 역사의 힘>에 담긴 내용들은(각 주제에 대해 쓴 칼럼인데) 많이 익숙했다. 2008년 여름,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일어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여름은, 그 한 가지 주제가 미디어를 점령했다. 나는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 열정은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하워드 진, 역사의 힘>을 읽는 내내 신기했다. 이 책은 멀게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미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2009년의 한국에서 사는 내게 낯설지 않은 일들을 논하고 있었다. '행동하는 지성'이니, '네 머리로 생각하라'느니, 그런 이야기들. 

 

  <하워드 진, 역사의 힘>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읽는 내내 굉장히 편안했다. 객관적인 척 냉철한 폼을 잡지도 않고, 사람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일어나라 외치지도 않았다.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는 느낌이다. 자세히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은 꽤 좋은 일이었다. 그의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어서 더욱 더 좋았다.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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