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표절 - 문학과 예술의 전통적 연대기를 전복하여 무한히 확장된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다 패러독스 3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여름언덕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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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 바야르의 세 번째 책(한국 출간 순서로 세 번째이다). 이번에는 <읽지않은 책을 말하는 법>과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와 다른 번역가이다. 
  
  <예상 표절>은, '시간'이란 개념을 재정의해서 그런지 어렵다. 예상 표절이란 말 그대로 과거의 사람이 미래의 사람을 표절했다는 것인데 언뜻 이해가 힘들다. 표절은 과거사람 <- 미래사람 이렇게 흘러간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미래사람 <- 과거사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차분히 읽어가다 보면, 이건 말 그대로의 표절이라기보다는 문학사를 새롭게 묶어보려는 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에르 바야르는 늘, 생각지 못한 재미있는 주장을 하는 것 같다. 
  
   


201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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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수사학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5
손택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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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수사학>은 솔직히, '나무의 수사학 1'이라는 시 때문에 구입했다. 나는 이 시가 참, 뭐랄까, 사회생활의 비애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기 힘들어하는 산문시도 아니고(난 이상하게 산문시 읽기가 참 힘이 든다), 시어들도 굉장히 쉽게, 일상어처럼 씌여 있는데, 평범하게 말해서는 알 수 없는 느낌들이 꽉 차 있다.
 
  <나무의 수사학> 속 시는 밝지 않다. 그렇다고 아주 어두운 것도 아니다. 서민들이 도시에서 부대끼며 사는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는 시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기에 쓰인 시어는, 제목처럼, '나무' 등의 자연물들이다. 나무, 동태, 빙어, 개, 이런 것들. 그래서 나는 왠지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처럼 시인이 나에게 반어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연인데 왜 그렇게 퍽퍽한 느낌이 들까? 이상한 일이지.
 
  이상해서 몇 번을 읽었는데, 읽을 수록 시가 더 괜찮아졌다. 처음 읽을 때는 '나무의 수사학 1' 이외에는 그럭저럭 읽고 넘어갔는데 한 두세번을 읽으니 마음에 드는 시가 점점 늘어났다. 나와 파장이 맞나보다. 
  
   


201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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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 그림 형제의 기묘한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9
그림 형제 지음, 김양미 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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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고에서 나온 아름다운 고전시리즈 중 하나. 그림형제가 쓴 동화들이 담겨 있으니 무난하게 그림동화라고 해도 됐을 텐데, 백설공주라고 한 것은 차별화하기 위함일까?^^ 그림동화보다는 백설공주가 훨씬 느낌이 살긴 한다.
 
  다들 옛날에 한 번 쯤은 읽어본 기억이 있을 동화 15편이 들어 있다.
  단지, 그림동화의 원작에 가깝게 번역을 해서 옛날에 어린이용 동화책 속 내용만 생각하면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다른 부분이 꽤 많이 있다. 잔인한 부분도 있고......
  읽으며 옛날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옛날은 마냥 주인공 생각만 했는데, 다른 쪽에 눈이 가는 것도 재미있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장점은 예쁜 삽화인데, <백설공주>의 삽화는 예쁘다기보다는 묘하다는 쪽에 가깝다. 대충 쓱쓱 그린 것 같달까? 그런데도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워낙 그림동화 속 삽화가 다양하니, 그냥 봐서 예쁘장한 그림을 넣어놓으면 아름다운 고전시리즈라기보다는 그냥그런 동화책 느낌이었을 지도.
  내가 삽화에서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색깔이다. 색깔이 아주 예쁘다. 은은하고 부드럽다.
 
  한 숨 돌리고 싶을 때 한 번씩 꺼내보면 좋을 듯 싶다.


20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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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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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 Not to sale ; the return of the global salve trade - and how we can fight it > 이다. < 사고 팔 수 없는 ; 국제 노예 무역의 회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과 싸우는가 >. 한국어판 제목인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는 나희덕 시인의 <봄길에서>의 한 구절을 따왔다고 하는데, 나는 원제 쪽이 단도직입적으로 책에 대한 이해를 도와서 더 좋다.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라는 시 같은 구절은 책 내용에서 제시하는 분명한 메시지와 달리 너무 모호하다. 


  노예 상황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와 현대노예제와 싸우는 사람들의 노력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이 책의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노예라는 것을 숫자나 잣대로 재기보다는, 노예가 한 사람의 인간이며, 그 인간을 도울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노예의 삶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그러니까, 영화에나 있을 것처럼 몹시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현대노예제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그걸 알면 뱃속이 불편해진다. 


  현대노예제를 다루는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현대노예제를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씁쓸한데, 꼭 한국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가해국으로도, 피해국으로도. 미국에서 성착취를 당하는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오는가하면 동남아에 섹스관광을 떠나는 한국인이 나온다. 현대노예제를 방치하는 국가로 지목되기도 한다.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을 보고 나는 몹시 당황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한국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내 주변에서 노예를 본 적이 없다.

   곧 이어, 진짜? 라고 되물어봤다. 그리고 나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나는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현대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았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흘려버렸다. 그건은 매춘이고, 국제결혼이고, 불공정한 노동이며 '일부에서만 벌어지는 일이지' 결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광범위한 노예제는 아니었으니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나는 현대노예제를 말하면서 누누히 언급되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수식어를 이해했다. 누구도 노예를 노예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예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고, 설혹 보이는 곳에 있어도 노예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저 노동자나 일탈자로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노예를 노예라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노예는 노예지만 노예만큼 심각하고 광범위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일단 봐야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큰 흐름을 불러와 현대노예제와 싸우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예제가 번성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람을 사고팖으로 해서 어마어마한 이득이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고 팔 수 없는 것을 사고 팔고 있다. 현대에 노예제가 있다는 것은 종국엔 우리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섬뜩하다. 그러나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에서 현대노예제와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가 깨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201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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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무시무시한 주술
심경호 지음 / 홍익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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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그 무시무시한 주술>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왠지 빡! 하고 충격을 줄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덜컥 신청하고서 읽기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놀란 것은 이 글이 다름아닌 수필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읽다보니 수필이 아니라 사설이나 논박문 같았다. 그리고 또 읽기 시작하니 추천글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따로따로 글이 놀 거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고전'에 관한 저자의 지식이 면면히 녹아들어 글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한문을 참 싫어했는데, 그래서 고전이 좀처럼 좋아지지가 않았다. 고전은 어렵고 고리타분했다. 그런데 <책 그 무시무시한 주술>을 읽고 있자니 무시무시하게도 고전이란 생각보다 재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전이라고 하면 어렵고 꺼려지지만 옛이야기라고 하면 흥미가 당기기 마련인데, 이 글은 고전을 옛이야기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글에 담긴 옛이야기들은 재미있었고, 다양한 지면에 올렸던 만큼이나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것은 무거웠고 어떤 것은 가벼웠고, 하지만 공통적으로 '내가 잘 모르지만 흥미가 가는' 것들에 대해서 담고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각자의 마음에 남는 구절은 다르기 마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인들, 스스로 묘비명을 쓰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누구인가: 선인들의 자서전>이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 같아서 흥미진진했고, <목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와 <책 읽어주는 남자>는 역사와 사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서찰용어 취공에 얽힌 숙제>는 나의 얄팍한 공부에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말이 왠지 생각이 났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읽었지만 그 거북이걸음이 답답하고 지루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기회가 닿으면 저자의 다른 저서-한기기행 등-도 읽어보고 싶다.

 

201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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