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 단편 베스트 걸작선 1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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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단편 17편을 수록한 책.

  단편집의 장점은 읽다가 멈춰도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몇 번이고 읽다가 멈추고 다른 책을 보다가 다시 이 책을 펼쳐들고를 반복하며 읽었다. 

  홈즈를 다시 읽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셜록 홈즈를 처음 읽었던 것은 중학생 때 즈음이다. 그 뒤에도 간간히 찾아서 읽어보기는 했지만, 대중없이 읽어서 그런지 몇 번이고 읽은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한 번도 읽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홈즈 단편 베스트 걸작선 17> 속에는 완전히 기억나는 이야기도 있고, 읽었음에도 마지막이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야기도 있고, 아예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도 두어 편 있었다. 생소한 단편들이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대표 단편선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아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아쉬웠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한 권에 들어가기에는 꽤 많은 17편의 단편이 나름의 맛을 더한다.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범죄해결기록을 다시금 읽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때로 옛 기억이 나기도 하고. 불만이 있다면 셜록 홈즈의 말투가 간혹 해요체로 번역이 되어서, 뭐랄까 홈즈의 성격이 일견 부드럽게 느껴지는 거랄까.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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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시간의 딸 동서 미스터리 북스 48
조세핀 테이 지음, 문용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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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런 글랜트 경감은 범인을 쫓다가 맨홀에 빠져서 침대 신세를 지게 된다. 글랜트 경감은 심심하던 차에 플랜태저넷 왕가의 마지막 왕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보고 그의 악명에 의문을 느껴 침대 신세를 지는 동안 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나 증거와 증인들은 모두 "리처드 3세는 왕위를 위해 조카를 살해한 악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 역사학도 브렌트 캘러다인의 도움을 받아서 글랜트 경감은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브렌트 캘러다인은 조수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글랜트 경감의 동료, 동등한 위치에 있는 협조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믿을만한 역사책은 모두 리처드 3세를 악한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역사책 사이에서도 묘한 간극이 발견된다. 하나씩 하나씩 진짜 조각을 찾는데, 그 중에는 가설을 위협하는 반대증거들도 섞여 있다. 논리적 추론으로 위기를 넘겨가며 도달한 것은 리처드 3세의 악명이 '토니판디'라는 확실한 증거들이다. 그리고 무려 그것들은 몇 세기 전부터 밝혀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 이 책에는 몇 가지 '토니판디'가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증거도 증인도 없는 일이 마치 사실인 양 세상에 퍼지는 것은 의외로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진상이 들이밀어지면 사람들은 화를 낼 거라는 로라의 조언은 참으로 적절하다. 적절해서 씁쓸하다. ) 

  방금 일어난 사건이나 몇 년 전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읽어봤지만, 몇 백 년 전의 사건,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추리소설은 <시간은 진리의 딸>이 처음이다. 영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추리소설의 처음에 나온 '앙드레 모로와 [영국사]에서 발췌'한 역사 한 토막이 나왔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니까, 나는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는 책의 배경(?)과도 같은 영국사 속의 리처드 3세를 모른다. 그저 어렴풋이 조선시대의 광해군 같은 존재였나 하는 생각을 할 뿐. 

  그런데 영국 표준 교과서에도 떡하니 적혀 있는 오류라니, <진리는 시간의 딸>은 역사는 사실에 기반하여 쓰여진 것이라는 통념을 화끈하게 뒤집는다. 전해지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믿는 것은 위험하고, 사람의 명성에 기반하여 이야기의 사실을 가늠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은근히 보여준다. 결국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것 같다. 자신의 눈을 믿으라는. 현대라고 헨리 7세와 리처드 3세의 이야기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진리는 시간의 딸>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추리소설이다. 영국사를 잘 알았다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거 같다. 역사 사이에 미묘하게 뒤틀어진 부분을 집어 파헤치다니. 색다른 재미와 함께 신선한 시각도 가지고 가는 느낌이다.

 

  "어떻소?"

  45초가 지난 다음 그가 말했다.

  "이상한데요." 그녀가 말했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까 굉장히 좋은 얼굴이 되어 오는군요. 그렇지 않아요?"

  - <진리는 시간의 딸(조세핀 테이, 동서문화사)> p.250 발췌 

 

200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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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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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엇는데, 하고 아쉬움이 남는 책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인터월드>다. <인터월드>는 기하학이니 공식이니 하는 지식이 툭툭 튀어나오는 SF이며, 마녀가 사람에게 최면술을 걸고 사람을 솥에서 삶아 동력을 만들어내는 판타지이며, 평범한 조이 하커가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다. 배경이나 설정을 빼 놓고 보면, <인터월드>는 지극히 익숙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1. 주인공 소년은 좀 덜 떨어졌다.

  2. 주인공 소년은 스스로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은 가장 뛰어난 힘의 소유자다.

  3. 주인공 소년은 악당들의 함정에 빠지지만 조력자가 구출해준다.

  4. 세계(나라, 대륙, 우주, 차원, 어찌되었건 그런 것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있다.

  5. 주인공 소년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동료들과 힘을 합친다.

  6. 주인공 소년은 성장한다.

  7. 주인공 소년은 결국 악을 물리친다(?).

 

  따라서 <인터월드>의 줄거리 자체는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 <인터월드>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은 '워킹'이라고 부르는 조이들의 특수한 능력과, 수많은 조이가 조이의 동료라는 것- 다시 말해서 수많은 나 자신과 힘을 합쳐서 싸운다는 것, 그리고 아주 독특한 배경-수많은 지구와 마법/과학 사이의 대치, 인비트윈이나 노우웨어댓올 같은 신기한 공간-이다. 

  이 배경은 신기한 만큼 생소하다. 그리하여 초반 상당부분이 배경 묘사와 상황 설명으로 들어가는데, 덕분에 초반부가 좀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이 1권으로 완결이 나는 게 아닌, 시리즈물인가 생각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은 거의 절반을 배경 묘사와 설명에 할애한다. 다루는 배경이 거대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권 완결이라고 알고서 이 책을 집어든다면 김이 빠질 수도 있겠다. "진짜 모험은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글이 마지막에 붙어있을 것 같은 결말이라서. 하지만 이것이 애초에 TV모험물시리즈로 기획되었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니 납득이 간다. 영상이면 환상적인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질 테고(보여주면 되니까), TV시리즈 물이라면 이 소설은 한 1~3화 까지의 내용이라고 생각되니까. 

  또 아쉬운 것은 <인터월드>의 번역이다. 워킹 같은 용어나 인비트윈이나 노우웨어댓올 같은 지명(?)은 고유명사가 아닌, 특징을 설명하는 단어를 고스란히 따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어판에서는 뜻이 아닌 음절을 따 와서 마치 고유명사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유희는 역자 주를 통하여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역자 주는 가끔씩 그다지 필요 없는, 그러니까 내가 직접 추론해도 될 부분까지 튀어나와서 설명을 해 준다. 갑자기 다른 사람이 툭툭 치고 들어와서 "그건 이런 뜻이야"라고 말을 거는 느낌이라서 읽는 도중 몇 번이나 맥락이 끊겼다. 

  만약 <인터월드>가 시리즈물이고 또 내가 시리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저런 박한 별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었다(번역의 문제가 걸리긴 하지만). 문제는 나는 이 책이 단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읽으면서 배경은 거대한데 스토리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고, 책을 덮고 나서 "아악-- 맛뵈기만 하고 끝이야?!"라고 소리쳤다는 거다. 

  수많은 조이들이 마법을 숭배하는 헥스와 과학을 숭배하는 바이너리의 치열한 접전을 뚫고 '중립세계'를 늘려가며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조이는 삶아지거나 냉동되어서 헥스와 바이너리의 배를 움직이는 동력화가 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인터월드가 헥스와 바이너리에게 걸리지는 않을지, 여러가지 궁금증이 남은 채로 <인터월드>가 끝났다. 끝 부분에서도 아직 어리숙하기만 한 조이는 자신의 거대한 가능성을 쑥쑥 키워서 한 명의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있을까. <인터월드>가 끝났음에도 어쩐지 위태위태하던데.

 

200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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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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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로 이사한 노부부 에밀과 쥘리에트. 오후 네 시만 되면 이웃에 사는 베르나르댕 씨가 방문을 한다. 방문한 것은 그이지만 그는 불쾌한 얼굴로 '네' 혹은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록 그는 계속 오후 네 시 정각에 노부부의 집에 찾아온다. 주인공(화자)인 에밀은 미쳐버릴 지경이지만 '몸에 배인 예의' 때문에 문을 열어주고, 그가 안 찾아오게 만들려고 갖은 애를 쓰는데 일이 잘 되지가 않는다. 

  얼핏 웃음이 나는 상황이다. 오후 네 시면 칼같이 와서 불퉁한 표정으로 소파를 차지하고 두 시간 후 사라지는 괴짜인 이웃, 그리고 그 이웃 때문에 신경과민 상태가 된 노부부라니. 하지만 정말 싫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의례적인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에밀과 쥘리에트의 상황이 결코 웃어넘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나도 상대도 원하지 않는데 마주보고 시간을 보내야 하다니, 그것도 내 쪽에서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다음에는 다시 안 보기를 바라지만 계속 보게 되고...... 에밀은 '예의를 주입받은' 60여년 때문에 베르나르댕 씨에게 문을 열어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괴로운데도, 어째서 예의가 필요한가? 그렇게 예의에 대해 한참 생각이 깊어질 무렵, 반전이 일어난다. 에밀은 예의를 '때려 치우고' 꺼지라고 베르나르댕 씨에게 소리친다. 그리고 베르나르댕 씨는 그 날부터 부부의 집에 오지 않는다. 에밀은 자신이 강하게 나감으로써 불쾌한 침입자를 물리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쎄다. 에밀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에밀이 그 전에는 베르나르댕 씨에게 "안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건넨 적이 결코 없다는 것이다(그는 완곡하게 돌려서 표현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오지 말라고 한 적이 결코 없다). 에밀이 처음으로 "오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베르나르댕 씨는 오지 않았다. 베르나르댕 씨는 그저 에밀과 쥘리에트 부부가 그의 방문을 '정말로 싫어하고 있다'고는 느끼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시작부터 끝까지 <오후 네 시>는 에밀의 시선과 에밀의 생각과 에밀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그래서 나는 에밀이 본 베르나르댕 씨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에밀은 베르나르댕 씨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한다. 에밀이 보는 베르나르댕 씨는 끔찍한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실마리(베르나르댕 씨에게 오지 말라고 에밀이 말하니 베르나르댕 씨는 오지 않았다)를 잡고 나자, 나는 문득 베르나르댕 씨가 그렇게 '이상한'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대하기 힘든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서 에밀은 어떤가? 그는 너무나도 예의에 집착하는 사람이지만- 한 번 예의를 던져버리자 살인까지도 태연히 저지른다. 그의 판단 근거는 너무나도 빈약하며, 에밀이 이 자신의 범죄를 저지를 때 합리화하는 근거로 사용했던 '베르나르댕 씨의 허무'가 정말로 베르나르댕 씨의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왜냐면 에밀과 베르나르댕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대화'는 한 마디도 안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예의라는 수단을 통해 사람들을 대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데,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당연하다, 그 사람의 속에 들어가서 살펴볼 방법이 없으니까). 내가 그를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대화를 나누는 거지만, 에밀과 베르나르댕 씨가 나누는 것처럼 껍데기뿐인 대화가 얼마나 많은가. 예의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소통은 더욱 불명확해지지 않았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가 진짜 저기 서 있는 그와 얼마나 비슷할까? 이 책은 굉장히 얇고, 어찌 보면 단순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진짜 이야기는 책을 덮고 나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2009.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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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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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집. 표제작 <쥐덫>을 비롯하여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단편 네 편, 애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단편 세 편, 할리 퀸이 등장하는 단편 한 편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소설은 <쥐덫>이다. 지금까지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인데, <쥐덫>에서 그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누가 살해될지 모르고' 또 '누가 살인범인지 모르는' 긴장감이 감도는 폭설로 고립된 저택이기 때문일까. 음울하고 숨을 꽉 죄는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사람을 글 속으로 확 잡아당긴다. 마지막에 범인이 너무 급작스럽게 밝혀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찬찬히 다시 보니 범인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눈에 보였다(예를 들어서 '왜 탐정의 스키가 사라져야 했을까'라던가). 범인일 거라고 한 사람을 콕 집어서 의심을 몰아준 나머지 다른 쪽에는 눈이 잘 안 갔던 모양이다. 

  미스 마플은 세인트메리미드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간단하게 풀어낸다. 얼핏 보기에 사건과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그것이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 재미있다. 그녀의 추리는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한 심증에 기반하고 있어서 범인이 밝혀져도 과연 교수대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물증이 없으니만큼), 소설 속에서 사건들은 잘 마무리된다. 

  애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세 편의 단편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 네 마리 검은 새'>다. 나는 이 단편을 읽고도 이 시적인 제목의 뜻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몇 번 뒤적거리고 나서야 제목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증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치 넘치는 제목만큼 포와로는 자칫 진상이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재기 넘치게 해결한다. 

  할리 퀸 탐정은 이름만 들어도 슬쩍 웃음이 나오는 탐정이다. 이름에 걸맞게 그들은 연인들에게 얽힌 사건을 해결해주는데- 실은 그다지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조용조용한 이 탐정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일기는 했지만. 

  <쥐덫>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나머지는 통통 튀는 이야기들이어서 어안이 벙벙하긴 했다. 하지만 세 명의 탐정을 한 권 안에서 만나는 것은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세 탐정의 스타일이 각각 틀려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쥐덫>은,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과는 또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줬다. 어찌되었건 나는 이 단편집 중에서 <쥐덫>이 제일 마음에 든다.

200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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