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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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집. 표제작 <쥐덫>을 비롯하여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단편 네 편, 애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단편 세 편, 할리 퀸이 등장하는 단편 한 편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소설은 <쥐덫>이다. 지금까지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인데, <쥐덫>에서 그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누가 살해될지 모르고' 또 '누가 살인범인지 모르는' 긴장감이 감도는 폭설로 고립된 저택이기 때문일까. 음울하고 숨을 꽉 죄는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사람을 글 속으로 확 잡아당긴다. 마지막에 범인이 너무 급작스럽게 밝혀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찬찬히 다시 보니 범인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눈에 보였다(예를 들어서 '왜 탐정의 스키가 사라져야 했을까'라던가). 범인일 거라고 한 사람을 콕 집어서 의심을 몰아준 나머지 다른 쪽에는 눈이 잘 안 갔던 모양이다. 

  미스 마플은 세인트메리미드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간단하게 풀어낸다. 얼핏 보기에 사건과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그것이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 재미있다. 그녀의 추리는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한 심증에 기반하고 있어서 범인이 밝혀져도 과연 교수대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물증이 없으니만큼), 소설 속에서 사건들은 잘 마무리된다. 

  애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세 편의 단편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 네 마리 검은 새'>다. 나는 이 단편을 읽고도 이 시적인 제목의 뜻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몇 번 뒤적거리고 나서야 제목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증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치 넘치는 제목만큼 포와로는 자칫 진상이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재기 넘치게 해결한다. 

  할리 퀸 탐정은 이름만 들어도 슬쩍 웃음이 나오는 탐정이다. 이름에 걸맞게 그들은 연인들에게 얽힌 사건을 해결해주는데- 실은 그다지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조용조용한 이 탐정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일기는 했지만. 

  <쥐덫>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나머지는 통통 튀는 이야기들이어서 어안이 벙벙하긴 했다. 하지만 세 명의 탐정을 한 권 안에서 만나는 것은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세 탐정의 스타일이 각각 틀려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쥐덫>은,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과는 또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줬다. 어찌되었건 나는 이 단편집 중에서 <쥐덫>이 제일 마음에 든다.

200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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