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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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칠드런은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5개의 다른 단편들이지만 결국 한 개의 장편처럼 이어진다. 테마는 제목처럼 '아이' 혹은 '아이들'이다. 진나이의 시점이 아닌 주변 인물들(가모이, 무토, 유코, 나가세)의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항상 진나이다. "탐구! 진나이"라고나 할까. 

  진나이는 아이인 채로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진나이가 단언하는 건 가끔 터무니없고 "뭐야 얘?"하는 소리도 나온다. 괴짜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자신의 '정의正意'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까.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부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버릇없는 애를 보고 "대체 부모가 어떻길래..."하는 말이 튀어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가 잘못된 걸까, 부모가 잘못된 걸까? 그런데 깊이 들어가지 않아 조금 아쉽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발만 담궜다 뺀 느낌이다. 그래서 다소 아쉽다.

   

2010.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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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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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읽은 기념으로 후속작에 해당하는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을 다시 읽었다. 어떻게 될지 알고 있어서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말장난 같은 대화도 좋았고, 4명의 갱이 겪은 사소한 일이 한 가지 사건으로 모아지는 것도 재미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명랑한 갱의 일상은 1장이고 2~4장은 습격을 담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교노가 단골손님과 겪은 '환상의 여인'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그것만 떼어 추리단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시하겠다. 환상의 여인에 바치는 오마주인가?  

 

201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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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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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랑한 갱은 4인이다. 거짓말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나루세, 수다쟁이에 허풍꾼 교노, 생체시계를 가진 유키코, 소매치기 기술자 구온. 그들은 각자의 생업이 있고 부업으로 함께 은행강도를 뛴다. 그들에겐 나름의 철칙이 있고 분업도 확실하다. 그들은 시종일관 유쾌하여 거칠 게 없어보인다...마는, 작업 끝에 번 4천만엔을 갑자기 툭 끼어든 RV차량 속 현금수송차잭에게 빼앗기고 만다. 명랑한 갱들을 복수를 계획하는데....... 

  범죄극에 복수극이기는 하지만, 명랑한 갱들의 행보에 심각함은 없다. 그래서인지 읽는 사람도 시원시원한 기분이 든다. 

  재미있다. 각 장의 제목이 '악당들은~'하고 시작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진정한 악당이 누구인가 헛갈린다. 명랑한 갱 = 은행을 터니까 악당, 현금수송차 잭 = 은행 돈을 털고 남의 돈도 노리니까 악당, 은행 = 사람들이 돈을 맡기는데 책임도 지지 않고 이자도 주지 않으니까 악당...... 어라, 모두 다 악당 뿐이다! 

  유키코의 배신과 지미치가 현금수송차 잭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어렵잖게 짐작했는데 명랑한 갱이 현금수송차 잭에게 한방 먹이는 방식은 생각 못했다. 책을 다시 한 번 후루룩 넘겨보니 초반에 깔려있던 복선이 솔솔 보인다. 

  보통은 현금수송차 잭의 리더이자 무서운 악당이신 간자키 씨가 최고 악당으로 보여야 하는데 <명랑한 갱>은 보통 소설이면 엑스트라로 끝날 지미치가 최고 악당으로 보인다. 그건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에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는 인물을 개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겁쟁이이고 비열한 소시민 지미치는 딱히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타입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악당들 중에서 명랑한 갱이 악당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자신들이 악당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악당이면서도 악당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201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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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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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인데(제목이 독특해서 그런가?) 한참 안 보다가 드디어 집어들었다. 생각보다 평탄한 내용이다. 

  시나는 옆집 사는 가와사키에게 서점을 털자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나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와사키의 페이스에 어느 덧 휘말려 서점 뒷문 망을 보는 처지가 되고 말았는데.......

  전체적으로 밍밍하다. 덜 익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2년 전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오는데, 2년 전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좀 몰입을 못하고 산만했다. 2년 전 이야기에는 확실한 긴장선이 있는데(애완동물 살해범들 VS. 가와사키 일당) 현재 이야기에는 그런 게 없어서 그런 듯 하다. 아니면 현재를 말하는 시나가 너무 심심한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고. 간단히 표현하자면 2년 전 이야기는 스릴러, 현재는 일상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런데 이야기가 딱딱 맞게 이야기가 짜인 게 아니라 뭔가 미심쩍은 기분이 드는 틈이 약간씩 보인다.

  뒤로 갈수록 몰입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2년 전과 현재가 번갈아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나오고 나서 깜짝 놀랐다. 반전이다! 2년 전과 현재의 접점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놀라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고토미와 도르지, 가와사키의 심리를 잘 모르겠어서 더 그렇다. 위협을 받고 납치 시도까지 당했는데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뭘까? 

p.116. 

  "...(중략)... 착한 일을 하면 언젠가 보답받는다.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 그 보복을 받는다." 

  "일본에서도 자주 하는 말이잖아." 

  "아니라니까. 일본인은 금세 그 보복이 돌아오길 원하잖아. 부탄 사람들은 안 그래. 지금이 아니라도 돼. 환생한 다음에 그게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일본인은 즉효성을 바라니까 항상 초조해하고 조급해하지. 그에 비하면 부탄 사람은 우아해. 인생이 길잖아."  

 

201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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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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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카 코타로 식 킬러 이야기. 처음에는 미적거리다가 후반에 가서는 후딱 읽었다. 이사카 코타로 소설은 초반은 느릿느릿한데 뒤로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이사카 코타로의 글은 익숙한 소재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엉뚱한 곳을 잡고 휙 비틀어버린다. <그래스 호퍼>도 일반적인 플롯을 비튼다. 아내의 복수를 하려고 '영애'에 위장취업한 스즈키는 회사에서 대놓고 의심을 받고, 더군다나 복수의 대상을 다른 사람이 죽이는 것까지 목격한다. 스즈키는 그 사람을 쫓아가는데......

  소설 속 스즈키는 어영부영하다. 뒷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어리숙함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핵심은 스즈키에게 있지 않다. 구지라, 스즈키, 세미의 시선에서 사건을 말하지만, 잘 보면 실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구지라, 이사가오, 세미, 그리고 데리하라 일당이다. 그래서 뒷골목의 한판 싸움이라는 느낌이 든다. 

  킬러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오는 킬러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헐리우드식의 멋지구리한 킬러와 참 다르다. 밀치기, 자살유도킬러, 그리고 일가족 몰살이 특기인 칼잡이... 어떻게 보면 우습지만 달리 보면 확실하게 의심을 피할 만한 특기들을 가지고 있다. 킬러들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대부분 우리가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건/사고/사망과 별 다를 게 없다.

  뒷세계의 이야기인데 어쩐지 내가 사는 세상의 글과도 다를 바가 없다. 도시가 인간을 미치게 한다는 말은 일견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를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데리하라와 데리하라 아들, 구지라, 세미가 없어졌어도 뒷세계는 잘 돌아갈 테고 생각해보면 뒷골목에서 손을 씻은 사람이 없다는 게 그런 일면을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은 내 착각인가. 

  등장인물의 말에 공감하거나 이입하기보다는 앞으로 얘기가 어떻게 흘러갈까에 집중하게 된다. 대화보다 행동, 캐릭터보다 스토리에 치중한 느낌이다.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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