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성 살인사건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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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시리즈' 단편집. 건물이름+살인사건이라는 공식을 지킨 단편 여섯 편이 묶여있다. 장편과 중편은 괜찮은데 단편은 살짝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처음 단편들에서는 지지부진한 속도가 나다가, 마지막에 길이가 좀 있는 '홍우장 살인사건', '절규성 살인사건'은 빠르게 읽었다. 긴 편이 여러모로 재미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수수께끼 풀이 단편집.
  
  
  흑조정 살인사건
  : 히무라와 아리스의 대학시절 친구가 머무는 집에서 사람이 죽었다. 우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몇 년 전 그 집에서 살았고 죽었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던 남자였다. 대체 그 남자는 누구에게 살해당했을까? 그런데 누구에게 살해당했느냐는 것보다는 친구의 아이인 마키가 아리스와 하는 스무고개 놀이가 더 흥미로웠다. 정답이 *** 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절묘하다.
 
  호중암 살인사건
 : 항아리 모양처럼 생긴 집에서 부호가 살해당한다. 첫 목격자는 가정부. 방은 밀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자 허공에 목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항아리를 머리에 뒤집어쓴 시체. 밀실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부호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항아리의 의미는?
  나는 건물만 나오면 맥을 못춘다. 건물 모양이 잘 상상이 안가서 ㅠㅠ 도면이라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에도 좀 멍- 하니 있었다.
 
  월궁전 살인사건
  : 월궁전이라 불리는, 노숙자의 집에 불이 났다. 노숙자는 거기서 타 죽었다. 목격자인 노숙자는 월궁전의 주인이 있는 걸 알고도 아이들이 방화했다고 하고, 아이들은 그 안에 사람이 없는 걸 알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설화루 살인사건
  : 한 청년이 죽는다. 청년이 뛰어내린 옥상에는 때마침 눈이 쌓여 있었고, 청년 한 사람의 발자국밖에는 없었다. 청년의 머리에는 떨어질 때 이외에 입은 상처가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홍우장 살인사건
  : 영화의 촬영지가 된 홍우장에서, 홍우장의 주인인 여성이 살해당한다. 그녀에게는 유산을 상속받을 세 명의 자식이 있지만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다. 사이가 안 좋은 그녀의 사촌 또한 알리바이가 있다. 그녀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모든 게 밝혀지고 나서 으억! 그랬나! 하고 생각했다. *** ** **** **이 복선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ㅠㅠ 그냥 아리스의 생활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지;; 그나저나 도입부에 나오는 장면이 뭔지, 한 번 다시 읽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영화였구나.
 
  절규성 살인사건
  : 절규성이라는 게임 내용처럼, 젊은 여성이 차례차례 살해당한다. 히무라는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는데, 네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수수께끼의 무차별 연쇄살인범과 탐정의 대결이라니, 이건 가망없다 싶었다. 논리고 뭐고 없는데 어떻게 범인을 잡는단 말인가. 그런 점에서 히무라도 이번엔 속수무책인가... 싶었는데 마지막 사건으로 범인을 쨘 하고 밝혀냈다. 이번에도 좀 놀랐다. 그리고 심정이 좀 복잡해졌다. 
  
 

 
201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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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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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 세 번째. 전작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충격받은 아리마 마리아가 가출하고,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 연구회 소속 네 명이 마리아의 아버지의 부탁을 받아 기사라 마을로 마리아를 데리러 간다. 폐쇄적인 기사라 마을에 에가미 부장만이 잠입에 성공하고, 아리스를 비롯한 두 명의 부원은 나쓰모리 마을에 남는다. 폭우가 내려 다리가 떠내려가고, 분리된 두 마을에서 동기가 희미한 살인사건이 각각 일어나는데.......
 
  <쌍두의 악마>는 이전과 달리 아리스의 시점만 있는 게 아니라, 아리스와 마리아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된다. 떨어진 두 곳에서 각각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듯;; 평소처럼 명쾌한 논리를 보여주는 에가미 부장도 좋지만, <쌍두의 악마>의 묘미는 에가미 부장이 없는 상태에서 EMC의 부원들이 옥신각신하며 펼치는 추리라고 생각한다. 헛발질을 하면서 진상에 다가가는 모습이 좋다. 보기 드물기도 하고;;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는 대게 살인이 굉장히 늦은 지점에 발생한다. 전체 길이의 중간 정도쯤. 이건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설명하기' 보다는 '보여주기'를 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건이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넌 동기가 있었어!" "그러는 넌 어떻고. 요래저래 했잖아!" "자자, 표를 만들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기보다는, 몇 가지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얘와 쟤와 걔의 관계와 성격을 보여주고 넘어가는 방식이랄까. 좀처럼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지루함을 메우기 위해서, 서브플롯이 있다. <외딴 섬 퍼즐>에서는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고, <쌍두의 악마>에서는 "마리아는 기사라 마을을 떠나 집과 에이토 대학과 EMC로 돌아올 마음을 먹을 것인가?"이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굉장히 강하다. 나는 그래서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사건을 거쳐 에가미 선배가 범인을 찾아냈다. 그걸 보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초반에 나쓰모리 마을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을 듣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이어지다니. <쌍두의 악마>에서 제일 인상에 남는 대사는 에가미 선배의 나지막한 "악마." 소리였다.
  자세한 얘기를 하려고 하면 추리소설의 경우 상당히 높은 확률로 스포일러가 되니까 이쯤해서 총총.
  길이가 긴데도 별 지루함 없이 단번에 읽었다. 거창한 트릭이 아닌,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서에서 진행되는 범인찾기 논리가 EMC의 매력인 것 같다. EMC의 4번째 이야기인 <여왕국의 성>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다는데, 얼른 한국어판으로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글을 읽는 것을 잔뜩 미뤘던 이유가 전설을 보며 다시금 떠올랐다. <외딴 섬 퍼즐>과 <쌍두의 악마> 제목이 묘하게 합쳐져서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섬 악마>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나는 에도가와 란포 스타일을 안 좋아한다 ㅠㅠ 기괴한 분위기 ㅠㅠ 이건 내가 호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저택의 비밀(시마다 소지 作)>에 페르디낭 슈발의 '팔레 이데알'이야기가 나오는데, <쌍두의 악마>에서도 나와서 호기심이 일어 검색을 해 봤다. 사진의 구도가 다양하지 않아서, 공간지각능력이 둔한 나는 대체 전체 모습이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일부분만으로도 눈이 땡글땡글해졌다. 가서 보고 싶다. 기괴하다기보다는 커다란 모래성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굉장하다. 여기저기서 언급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201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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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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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생과 사를 가늠하는 곳이니만큼 대부분 급박한 분위기였다. 비단 소설 뿐만이 아니라 만화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리고 주인공의 대부분은 외과. 제일 급박하고 극적인 상황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런 걸까. 그래서인지 환자보다는 환자의 상태(의 심각성?;)가 더 중요한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신의 카르테>의 배경은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지방병원(의국에 속해있지 않은), 만성 의사부족의 현장이다. 의사들은 만날 수면부족, 환자들은 차고 넘치고. 그런데 글 자체의 느낌은 시끌벅적,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이 흐르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병원이라는 독특한 현장이는 느낌보다는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잔잔하고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의 카르테>에서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 선생은 내과의다. 주인공은 의국에 갈까, 아니면 지방병원에 남을까 하는 갈림길에 있다. 보통 여기에서는 "지금은 가서 신기술을 배우고 돌아와서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거야!"라고 쉽게 생각할 거 같은데 주인공은 고민한다. 그리고 나도 고민한다. 아즈미 씨를 보면서. 아즈미 씨는 큰 병원에 갔다가 "당신에게 우리 병원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죽을 게 확실한 불치병 환자이니까. 거절 당한 아즈미 씨는 구리하라 선생이 일하는 혼죠 병원으로 온다. 혼죠 병원은 아즈미 씨를 받아준다.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나아가서 효율과 결과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하게 주어진다면, 의국에 가라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든, 환자를 위해서든. 하지만 환자가 바라는 게 '병이 낫는' 것만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책 속 구리하라 선생을 보면, 어쩐지 가슴이 따듯해진다. '치료해야 할 병'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점이 좋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본인의 특출함(?)을 모른다는 점도.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이 문장이 되지 싶다.

  154p. "구리하라 선생, 인간에게 심장이 제일 중요한 장기라는 믿음은 그저 환상일 뿐이야. 그것보다 중요한 건 셀 수 없이 많다네." 

   


   
201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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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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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만 줄기차게 읽다가 모처럼 다른 종류의 소설을 읽었다. 제목 때문에 집어들었는데(처음에는 글쓰기 방법이 적힌 인문교양책인 줄 알았다) 뜻밖에도 소설이었다.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 이런 얘기가 나왔다. 

  그때 인상깊은 발표를 햇던 한 여자가 있었다. 검은 치마를 입고 검은 스웨터를 입은 광고회사직원 L. 그녀는 늘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이면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내가 일주일 동안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정확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다시 글쓰기 워크숍에 갔을 때, 그녀는 산뜻하고 가볍게 '복수심'이란 단어를 제시했다. "나를 버린 애인에게 복수, 그 이전에 우리 엄마를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 그리고 세상에게 복수." 그녀는 두 눈을 내리깔고 앞에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치 선언문을 읽듯, 큰 소리로 읽었다. (p.149)

  
  이 부분이 너무 인상깊어서 <라이팅 클럽>을 읽기로 했다.
 
  주인공인 화자는 영인, 작가가 되고 싶은 소녀다. 그녀의 엄마는 김작가, 역시 작가지망생이다. 라이팅 클럽이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작가같은 사람은 나오지 않고(아 참, J작가가 있구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 혹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만 줄기차게 나온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일으며 좀 사기당했다고 생각했다. 글쓰는 이야기,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만 나왔으니까. 그것도 좀 잘 살지, 보기만 해도 씁쓸한 느낌이 드는 사는 모습만.
 
  읽으면서, 사람들은 왜 가슴에 구멍을 하나씩 가지고 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부자든 가난하든 예쁘든 못생겼든 글을 쓰든 쓰지 않든 간에 어딘가가 비어 있다.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사람마저도(예를들어 저 위에 적어놓은 문구 속 L이라던가).
 
  영인이 17세일 때부터 거의 40이 다 되었을 때까지의 긴 이야기인데도 무척 짧게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글을 쓰는 영인'에 대해 주구장창 씌여있었는데 어느 기점으로 점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17세나 20대 초반의 영인이라면, 김작가의 등단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짐작컨대 영인은 사람들 눈이 썩거나 미쳤다고 생각하며 애써 질시를 감췄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에서 영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김작가의 등단 사실을 서술할 뿐이다. 그리고 금방 글쓰기모임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영인은 서서히, 크고 넓어진 것 같다.
 
  <라이팅 클럽>에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왜 글을 쓰는가?"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같은 것들 말이다. 글에는 남부럽잖게 사는 사람들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게 이 글의 독특한 면이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건 안채 알머니가 준 편지와 꼬깃꼬깃하게 접은 만원짜리 세 장이었다. 할머니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영인아, 나는 1924년 갑자생. 우리 어머니 최씨는 나를 낳고 일년만에 돌아가셨다. 우리 어머니가 지금 살아있다면 102세. 아버지는 105세다.
  할머니의 돈에서는 찝찔한 막걸리 냄새가 났고, 아들딸 셋만 낳고 잘 살라는 게 결론인 편지에서는 더 이상한 냄새가 났다. (p.207)

  
  <라이팅 클럽>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전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는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이고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나온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도 글을 쓰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라이팅 클럽>은 별반 대단한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사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그 별것 아닌 사는 얘기, 호화찬란하지도 않은 사는 얘기가 재미있고 따듯하다.
 
  이 말을 들으면 영인이 나를 때릴지도 모르겠지만, 17세나 20세 즈음의 영인의 글은 전혀 읽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쓴 글의 내용을 그렇게 열심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기만 했다). 하지만 핵켄섹의 라이팅클럽에 올 즈음부터 영인이 쓴 글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글을 썼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 어떤 글을 썼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어휴.
 
  나를 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담는 것, 그게 성공한 글쓰기인지도 모르겠다. 
  
   


201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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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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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로 읽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 데뷔작 <월광게임> 다음에 나온 책이고, 전작에 이어 에가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부장 에가미 지로와 회원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한다. 소위 '학생 아리스' 시리즈 두 번째 소설인 셈인데, 나는 처음 읽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였다. 이름도 같도 추리소설 좋아하는 것도 같고 사는 지역도 같고 출신학교도 같으니 나는 학생 아리스가 자라서 작가 아리스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성격이 참 다르다. 작가인 아리스가 약간 의기소침한 분위기라면 학생인 아리스는 팔팔한 소년이라는 느낌이랄까.
 
  <외딴섬 퍼즐>은 이렇게 시작된다. 추리소설연구회의 홍일점인 아리마 마리아가 여름방학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숨겨놓은 다이아몬드를 찾자며 부장 에가미 지로와 학생 아리스를 초대한다. 마리아의 친척들과 섬 반대편에 사는 화가도 섬에 머문다. 태풍이 부는 밤, 두 사람이 살해당하고 외부와의 통신수단은 망가진다. 고립된 상황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이렇게 써놓으니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올 것 같은데 안 그렇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갑자기 살인사건이 치고 들어온 느낌이다. 작가는 굳이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등장하는 명탐정의 성격이다. 에가미 지로라는 탐정은 조용하게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 굳이 나서서 이것저것 파고들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만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겸손한(?) 탐정이다. 적극적이고 과시욕 있는 탐정들만 보다 에가미 지로라는 탐정을 만나고 보니 처음엔 살짝 적응이 안 됐다. 후배를 불러서 '내 추리를 듣고 논리를 깨 달라'고 부탁하는 탐정이라니.
 
  <외딴섬 퍼즐>에는 몇 가지 사건이 얽혀 있다. 아리마 데쓰노스케의 다이아몬드, 아리마 히데토의 익사, 그리고 이번에 벌어진 살인사건까지. 진상에 도달하려면 몇 가지 퍼즐을 풀어야 하는 구조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은 굉장히 차근차근 진행되는 느낌을 받는데 이번 것도 그랬다.
 
  생각해보면, '작가 아리스' 시리즈에서는 화자인 아리스가 추리소설가이고,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 화자인 아리스는 에이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소속이다. 다시 말해 둘 다 추리소설에 빠삭하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만 봤을 때는 이 설정을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학생 아리스를 접하고 나니 이 설정이 좀 달리 보였다. 굳이 이런 설정을 한 이유는 '다른 추리소설으 이야기를 마음껏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소설에서는 다른 추리소설 얘기가 가끔 툭툭 튀어나온다. <46번째 밀실>을 읽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추리소설을 쓰면서 추리소설을 연구하는 느낌이다. 추리소설의 이면에 넣어야 할 것을 추리하는 느낌이랄까. 글에서 다소 모범생스러운 느낌이 풍기는 이유는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범인 찾기에 실패했다. 범인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까지 나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 lllorz 
  
   


201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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