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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ㅣ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세 번째로 읽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 데뷔작 <월광게임> 다음에 나온 책이고, 전작에 이어 에가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부장 에가미 지로와 회원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한다. 소위 '학생 아리스' 시리즈 두 번째 소설인 셈인데, 나는 처음 읽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였다. 이름도 같도 추리소설 좋아하는 것도 같고 사는 지역도 같고 출신학교도 같으니 나는 학생 아리스가 자라서 작가 아리스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성격이 참 다르다. 작가인 아리스가 약간 의기소침한 분위기라면 학생인 아리스는 팔팔한 소년이라는 느낌이랄까.
<외딴섬 퍼즐>은 이렇게 시작된다. 추리소설연구회의 홍일점인 아리마 마리아가 여름방학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숨겨놓은 다이아몬드를 찾자며 부장 에가미 지로와 학생 아리스를 초대한다. 마리아의 친척들과 섬 반대편에 사는 화가도 섬에 머문다. 태풍이 부는 밤, 두 사람이 살해당하고 외부와의 통신수단은 망가진다. 고립된 상황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이렇게 써놓으니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올 것 같은데 안 그렇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갑자기 살인사건이 치고 들어온 느낌이다. 작가는 굳이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등장하는 명탐정의 성격이다. 에가미 지로라는 탐정은 조용하게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 굳이 나서서 이것저것 파고들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만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겸손한(?) 탐정이다. 적극적이고 과시욕 있는 탐정들만 보다 에가미 지로라는 탐정을 만나고 보니 처음엔 살짝 적응이 안 됐다. 후배를 불러서 '내 추리를 듣고 논리를 깨 달라'고 부탁하는 탐정이라니.
<외딴섬 퍼즐>에는 몇 가지 사건이 얽혀 있다. 아리마 데쓰노스케의 다이아몬드, 아리마 히데토의 익사, 그리고 이번에 벌어진 살인사건까지. 진상에 도달하려면 몇 가지 퍼즐을 풀어야 하는 구조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은 굉장히 차근차근 진행되는 느낌을 받는데 이번 것도 그랬다.
생각해보면, '작가 아리스' 시리즈에서는 화자인 아리스가 추리소설가이고,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 화자인 아리스는 에이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소속이다. 다시 말해 둘 다 추리소설에 빠삭하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만 봤을 때는 이 설정을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학생 아리스를 접하고 나니 이 설정이 좀 달리 보였다. 굳이 이런 설정을 한 이유는 '다른 추리소설으 이야기를 마음껏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소설에서는 다른 추리소설 얘기가 가끔 툭툭 튀어나온다. <46번째 밀실>을 읽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추리소설을 쓰면서 추리소설을 연구하는 느낌이다. 추리소설의 이면에 넣어야 할 것을 추리하는 느낌이랄까. 글에서 다소 모범생스러운 느낌이 풍기는 이유는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범인 찾기에 실패했다. 범인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까지 나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 lllorz
2011.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