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매혹적 상상의 세계
이수진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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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책표지로 손해를 보는 책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판타지 : 매혹적 상상의 세계>도 그렇다. 책 디자인과 제목을 보면 별로 흥미로운 내용이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부제인 "영미아동문학 들여다보기"에 약간의 흥미가 일었고 목차를 보니 완전히 흥미가 읽어서 읽게 되었다. 발표된 논문을 하나로 엮어 단행본으로 만든 책인데, 이런 책은 두 번째로 읽는 것 같다. 첫번째는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였는데, 우리나라 탐정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그려볼 수 있어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판타지: 매혹적 상상의 세계>에서 다루는 판타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마법사와 용과 기사가 나오고 이챠저챠 싸우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환상'이라기보단 '상상'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동화를 보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앨리스', '롤리타', '비밀의 정원', '푸우', '전래동화', '앤서니 브라운 동화책(꿈꾸는 윌리, 돼지책, 터널)', '찰리와 초콜릿공장', '해리포터', '수여자'.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 나가면서도 읽는데 막힘이 없다는 점에서, <판타지 : 매혹적 상상의 세계>는 읽기 편한 책이다. 또한 책을 읽으며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들을 꼬집어낸다는 점이 좋다. 다른 사람이 책을 읽는 시각을 살짝 엿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수록된 논문 전체가 재미있었지만, 제일 강렬했던 것은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자본주의와 엮어낸 부분이었다. 환상적인 이야기 이면에 있는 자본주의 논리들. '초콜릿공장에 가기 위한 황금티켓'을 얻기 위한 게임에서 필요한 가장 우선적인 것은 초콜릿을 살 수 있는 돈이고, 가난한 찰리는 길에서 돈을 주워야만 비로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찰리는 주인공치고는 굉장히 소극적인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경쟁자들이 자폭하는 바람에' 유일하게 남은 후보자가 되고 월리웡카의 후계자로 점찍힌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밖에 있던 찰리의 가족들은 월리웡카가 몰고 온 유리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자본주의 안으로 편입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초콜릿공장안에서 그들이 행복했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다룬 편이 유독 강하게 나에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다른 편들도 처지는 부분 없이 좋았다. 어린이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는 동화는 기실 어린이와 어른이 동시에 향유하는 독특한 문학이라고 말하며 논리를 풀어내는 저자의 어조가 좋다. 다루고 있는 책들도 한번쯤 읽어보거나 내용은 알고 있을 유명한 책들이니, 그 책을 읽을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읽었나~ 떠올리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5.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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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1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주의>판타지 뿌리 ,뤼디거 자프란스키. 생각이 났습니다 .
 
쿠드랴프카의 차례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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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부 시리즈 세 번째.

 

  고전부 시리즈는 각 권마다 테마가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권은 재능과 기대에 대한 이야기. 오레키 호타로의 시점으로 계속 전개되던 1, 2편과 달리 고전부 네 명의 시점이 번갈아서 나온다. 드디어 가미야마 고등학교 축제가 시작되고, 고전부는 문집을 예상 부수보다 대략 일곱 배 정도(?!) 뽑아서 고민이다. 각자 문집을 완판...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서 고민한다. 한편 축제에는 괴도 십문자가 등장하고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학교가 들썩이는데.......

 

  이번 편은 인물의 심리에 한층 다가간 느낌이다. 오레키 호타로의 시점으로 바라봐서 축제의 곳곳도 볼 수 있고, 등장인물의 잘 드러나지 않은 이면도 드러난 느낌이다. 이번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은 데이터베이스라고 자부하는 후쿠다 사토시였는데, 그가 오레키에게 느끼는 복잡함은 1, 2편의 모습과 비교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평면적이던 도형이 갑자기 입체로 튀어나온 느낌이랄까. 그건 마야카도, 지탄다도 마찬가지라서 상대적으로 오레키의 인상이 엷다.

 

  고전부 시리즈는 결말에서 한 번의 반전이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좀 평탄하게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더니 역시 반전이 있었다. 1, 2편과 조금 궤도를 달리하는 반전이라서 신선.

 

  4편은 단편집이라는데, 이 시리즈가 단편으로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 기대된다.

 

 

201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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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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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네자와 호노부의 <바보의 엔드크레디트>를 읽고 비슷한 계열의 소설에 흥미를 느껴서 찾아보았다.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 <탐정영화> 등 몇 권이 있었는데, 기억해두고 뭐부터 읽을까 생각하다가 <탐정영화>와 연이 닿아서 먼저 읽게 되었다.

 

 

  <탐정영화>라는 탐정영화를 찍는 중에 감독이 사라졌다.

  개봉일은 1월 15일, 그 때에 맞춰서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면 도산한다. 감독이 실종이라는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도 도산한다.

  결국, 남은 스태프와 배우들은 머리를 모아 영화의 결말을 구성해보기로 하는데.......

 

  추리소설을 읽으며 추론하는 과정들이 영화 결말을 추리하는 과정에 나와, 책을 읽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재미있다. 감독이 장치한 몇 가지 상황으로 범인을 제한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연기가 불가능한 배우라던가, 창문이 열리지 않는 세트 등). 다만 소설과 달리 영화이기 때문에 각 시퀀스를 상상하는 장면이 필요한데, 글자를 영상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나는 영화를 상상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탐정영화>를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소설 속에서 나오는 많은 영화이다.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을 듯 하고, 탐정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 있는 영화들을 찾아봐도 좋을 듯 하다.

 

  감독이 왜 사라졌는지는 짐작이 가능했지만, 영화의 결말을 알아내는 것은 실패했다. 초인적인 탐정은 없고, 기발한 트릭도 없지만 소소하게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201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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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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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부 시리즈 2.

 

  축제에 상영하려던 비디오카메라 영화. 제목은 없음, 통칭 '미스터리'로 불리고 있음. 트릭 모름. 범인 모름. 결론 모름. 왜냐면 영화가 중간까지 촬영되었을 때 그 영화의 결말 부분의 각본을 제작중이던 여학생이 쓰러져 요양중이기 때문이다. 고전부는 그 영화의 결말(최대한 모순이 없고 논리적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영화 촬영에 관여한 이들의 추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추리영화의 결말과 관련된 이야기이다보니, 한층 추리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열린 결말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끝이 이랬을까 저랬을까 생각해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여기서도 단순하게 결말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사실과 진실의 교묘한 경계로 인해 생기는 반전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각 단락의 소제목을 보면 '아, 그래서!'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추리라는 측면에서보면 <빙과>보다 강화된 느낌이고, 심리도 보다 복잡해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악의와 거짓말이라는 것은 어떤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부 시리즈를 읽으며 얻는 또 다른 재미는 글의 끝에 달려 있는 평론가의 말이다. 평론가가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과 엮어 알려준 몇 개의 책은 매우 흥미가 간다. 조만간 읽을 예정.

 

 

201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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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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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아주 충동적으로 책을 사곤 하는데 <빙과>가 그랬다. 하지만 그런 책이라고 선택의 기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빙과>라는 애니메이션의 리뷰를 봤고(왠지 이 애니메이션 연애물인가 싶은 리뷰였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라이트노벨이 아니고 웬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그 추리소설을 요네자와 호노부가 썼다는 걸 알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을 재밌게 봤고, <개는 어디에>와 <추상오단장>도 상당히 인상깊게 봤던 것이 기억났고, 그럼 대충 이 책들도 중간은 가겠구나 싶었다. 읽어본 결과 역시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빙과>는 청춘물이고 성장물이고 추리물이다. 추리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죽고 동기 및 트릭을 추적하는 그런 류가 아니라, 일상 추리물이며 안락의자탐정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깝다. 주된 등장인물은 넷이다. 몇 년 째 신입이 없어 폐부 직전이었던 고전부에 누나의 부탁으로 가입한 오레키 호타로, 모종의 이유로 고전부에 가입한 명가의 아가씨 지탄다 에루, 나중에 고전부에 합류하는 오레키의 소꿉친구 후쿠다 사토시와 이바라 마야카. 이들은 지탄다의 삼촌이 삼십삼년 전에 겪은 일과 고전부의 문집 이름이 어째서 <빙과>인지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빙과>의 캐릭터 넷은 탐정의 미덕(?)을 넷이서 골고루 나눠가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의롭고 염세적인 시선은 이바라가, 탐정의 넓은 지식은 후쿠다가, 탐정의 호기심과 관찰력은 지탄다가, 그리고 연역적인 추리력은 오레키가 각각의 특징점으로 가지고 있다. 왠지 넷이 모이지 않으면 사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묘한 조합이다. 사건에 임하는 자세도(아마 서술자는 오레키의 에너지 절약주의 신념 때문일 것 같지만) "나(우리)는 이 사건을 꼭 해결하겠어!"라는 느낌이 아니라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결해보자"의 느낌에 더욱 가깝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을 읽다 보면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든다. <추상오단장>을 읽을 때까지는 왜 그럴까 싶었는데, <빙과>를 읽고 나니 조금 알 것 같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에서는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 종종 같은 것으로 착각되는 둘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빙과>에서도 그렇다. 삼십삼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탄다는 삼촌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삼촌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드러나는 순간 관점이 옆으로 한 발 옮겨가면서 그런 시선의 변화가 등골을 차갑게 쓱 훑고 지나간다.

 

  심각하지도 격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지만, 찾아낸다고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그렇지만 그냥 묻어두고 지나갈 수 없는 것. 뭔가 싱숭맹숭한 느낌이 이 글 속에 있다. 현재는 고전이 되고, 고전은 사실 그렇게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냥 잊어버리고 지나가도 좋은 것은 아니다. 고전부 시리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고전부 시리즈는 현재 2편까지 번역된 것 같은데, 뒤쪽을 보니 3~5 시리즈도 조만간 번역이 될 모양이다. 꾸준히 찾아볼 것 같다.

 

 

ps.

  책을 읽다 보면 몇 번씩 문장을 다시 읽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원문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게 무슨 뜻인지 몇 번 되짚어 읽어야 하는 문장이 있었다. 참고로 읽는 동안 오타는 발견 못함.

 

 

201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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