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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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아주 충동적으로 책을 사곤 하는데 <빙과>가 그랬다. 하지만 그런 책이라고 선택의 기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빙과>라는 애니메이션의 리뷰를 봤고(왠지 이 애니메이션 연애물인가 싶은 리뷰였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라이트노벨이 아니고 웬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그 추리소설을 요네자와 호노부가 썼다는 걸 알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을 재밌게 봤고, <개는 어디에>와 <추상오단장>도 상당히 인상깊게 봤던 것이 기억났고, 그럼 대충 이 책들도 중간은 가겠구나 싶었다. 읽어본 결과 역시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빙과>는 청춘물이고 성장물이고 추리물이다. 추리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죽고 동기 및 트릭을 추적하는 그런 류가 아니라, 일상 추리물이며 안락의자탐정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깝다. 주된 등장인물은 넷이다. 몇 년 째 신입이 없어 폐부 직전이었던 고전부에 누나의 부탁으로 가입한 오레키 호타로, 모종의 이유로 고전부에 가입한 명가의 아가씨 지탄다 에루, 나중에 고전부에 합류하는 오레키의 소꿉친구 후쿠다 사토시와 이바라 마야카. 이들은 지탄다의 삼촌이 삼십삼년 전에 겪은 일과 고전부의 문집 이름이 어째서 <빙과>인지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빙과>의 캐릭터 넷은 탐정의 미덕(?)을 넷이서 골고루 나눠가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의롭고 염세적인 시선은 이바라가, 탐정의 넓은 지식은 후쿠다가, 탐정의 호기심과 관찰력은 지탄다가, 그리고 연역적인 추리력은 오레키가 각각의 특징점으로 가지고 있다. 왠지 넷이 모이지 않으면 사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묘한 조합이다. 사건에 임하는 자세도(아마 서술자는 오레키의 에너지 절약주의 신념 때문일 것 같지만) "나(우리)는 이 사건을 꼭 해결하겠어!"라는 느낌이 아니라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결해보자"의 느낌에 더욱 가깝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을 읽다 보면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든다. <추상오단장>을 읽을 때까지는 왜 그럴까 싶었는데, <빙과>를 읽고 나니 조금 알 것 같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에서는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 종종 같은 것으로 착각되는 둘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빙과>에서도 그렇다. 삼십삼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탄다는 삼촌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삼촌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드러나는 순간 관점이 옆으로 한 발 옮겨가면서 그런 시선의 변화가 등골을 차갑게 쓱 훑고 지나간다.

 

  심각하지도 격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지만, 찾아낸다고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그렇지만 그냥 묻어두고 지나갈 수 없는 것. 뭔가 싱숭맹숭한 느낌이 이 글 속에 있다. 현재는 고전이 되고, 고전은 사실 그렇게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냥 잊어버리고 지나가도 좋은 것은 아니다. 고전부 시리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고전부 시리즈는 현재 2편까지 번역된 것 같은데, 뒤쪽을 보니 3~5 시리즈도 조만간 번역이 될 모양이다. 꾸준히 찾아볼 것 같다.

 

 

ps.

  책을 읽다 보면 몇 번씩 문장을 다시 읽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원문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게 무슨 뜻인지 몇 번 되짚어 읽어야 하는 문장이 있었다. 참고로 읽는 동안 오타는 발견 못함.

 

 

201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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