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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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판타지적인 설정을 좋아한다. 현실을 배경으로, 딱, 어쩌면 있을 것도 같은 수준까지만 존재하는 판타지라서. <오듀본의 기도>에서도 어김없이 그런 설정이 나온다. 

  <오듀본의 기도>에서는 150여년 간 외부와 교류가 없는 섬 오기시마와 말하는 허수아비(더구나 미래도 알고 있는) 유고가 나온다. 허수아비가 나와서 그런지 읽는 내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허수아비가 생각났다. 하지만 걸어다니는, 소심한, 오즈의 허수아비와 달리 유고는 움직일 수 없고 어딘지 초연한, 섬의 신적인 존재다. 뇌도 있고.

  나는 미래가 보인다는 게 어떤 건지 짐작도 가지 않고 어떤 단체의 대들보가 된다는 것도 상상이 안 가서 유고의 심정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그네 비둘기를 위해서 사람들에게 각각 부탁을 해 결국 소네가와의 죽음을 만든 유고를 보고, 또 '유고는 새를 훨씬 좋아했다'는 본문의 말을 읽고서 인간이 특별하고 신이 인간을 위해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한 자리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고가 처음으로 상항을 바꾸기 위해 (그 미래로 가기 위해) 사람들을 배치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듀본의 기도>는 이사카 코타로의 첫 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풋풋하고 거친 구석이 보인다. 한 권에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자는 거지, 하는 생각도 중간에 조금 들었는데 그 많은 수수께끼가 다 마무리가 된 걸 보며 좀 놀랐다. 많은 수수께끼 때문에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번에 읽어버린 책이다.

  섬에 없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대답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바깥 세상에는 없고 섬에는 있는 허수아비 유고가 없어지고, 바깥 세상에는 있고 섬에는 없는 음악이 들어왔다. 이제 오기시마 섬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201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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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7 링컨 라임 시리즈 7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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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마술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링컨 라임 시리즈를 챙겨봐야지 하고 집어온 책. 다 읽고 나서 링컨 라임 시리즈는  ↗↘↗↘  이런 곡선을 그리나 싶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점점 맥이 빠진다. 

  링컨 라임 시리즈라고 보기에는 법의학이 너무 안 나오고, 활약하는 것도 캐서린 댄스고, 새로운 이 캐릭터와 심문법에 대해 알려주느라 태반이 설명조가 된다. 무엇보다 반전이 재미없었다. 다른 링컨 라임 시리즈처럼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의 강박관념이 반전에서 느껴질 정도다. 별로 납득이 안 되는 느낌.

  S.S.밴 다인이 말한 추리소설의 법칙에 '최소한 1명은 죽어야 한다. 살인 사건 같은 중대한 범죄 없이 범인을 찾으라고 독자에게 몇 백 페이지의 글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콜드 문>을 보면서 밴 다인의 말에 공감했다. 나는 이 책의 결말을 보고 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쫓아왔지? 하는 느낌.

  전체적으로 캐서린 댄스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링컨 라임 시리즈의 지면을 할애한 느낌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등장한 인물이 매력적이라 새 시리즈를 만든 게 아니라, 새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링컨 라임 시리즈를 이용한 느낌이다. 뭐, 나쁘지 않다. 홍보가 잠깐이었다면. 잠깐이 아니었기에 문제지.

  그나저나 새로운 시리즈로 눈을 돌린 걸 보면 링컨 라임의 수명이 거의 다 되었다는 걸까? 조금씩 라임의 활약이 줄어드는 느낌이고 시리즈가 비슷한 패턴이라 긴장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쉽다.

  <사라진 마술사>에 미스디렉션(눈속임)이 나왔다면 <콜드 문>에서는 *****가 나온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일을 하기위한 발판이 되는, 그런 뜻이다. 그러나 <사라진 마술사> 만큼 이 용어를 잘 활용하진 못한 것 같다. 

 

201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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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5 링컨 라임 시리즈 5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인가, 링컨 라임 시리즈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그 때 <본 콜렉터>, <곤충 소년>, <돌 원숭이>를 읽었다. 그 때는 <돌 원숭이> 다음 시리즈가 막 나올 무렵이었으니 순식간에 도서관에 있는 링컨 라임 시리즈를 읽어치웠다고 봐도 되겠다(도서관에는 <코핀 댄서>가 없었다!). 법의학/법과학 쪽 추리소설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돌 원숭이>에서 좀 실망을 해서 그런지, 한 동안 시리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지금 보니 그 사이에 책이 꽤 나왔다. 

  개인적으로 원제를 살려서 '사라진 사나이'라고 하는 편이 백배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나오는 마술 기법 이름이니까. 마술이 사건과 얽히면서 정신없이 만든다. 마술 분야의 소개를 위해 카라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이 캐릭터의 활약이 참 좋다.

  밤을 새서 읽었다. 소재는 마술, 핵심은 '미스디렉션'. 초반까지는 예상을 했다. 요술쟁이 사건이 찰스 그레이디 암살미수 사건과 얽히리라는 것. 왜냐면 소설에 나오니까. 쓸데 없는 전혀 다른 얘기를 내보내진 않았겠지 짐작했던 거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것이 '미스디렉션'이 되는 상황에서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제프리 디버의 손 안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 봤자 소용 없었다는 얘기. 

  그 전에 읽었던 링컨 라임 시리즈 중에서는 반전이 폭죽처럼 터지는 <곤충 소년>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러나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되면서 데굴데굴 구르는 느낌은 <사라진 마술사> 쪽이 강하다. <돌 원숭이>를 읽고 이제 이 시리즈와는 안녕, 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돌 원숭이>에서 컨디션 난조였던 걸까?

  그런데 링컨 라임은 한 이야기에 한 번씩 꼭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다. 

 

201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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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스페이스 오페라가 너무 읽고 싶어서 찾다가 엉뚱하게 이 책을 빌려왔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 시작은 온 몸에 문신을 한 남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 문신이 움직이며 18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구조다. 단편집을 신기한 방식으로 하나의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변화(근본적인 변화)는 없이 기술이 발전한 미래는 내가 살고 있는 2010년의 모습과는 크게 괴리가 없어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보니까 저자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1920년 태생이란다. 9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 읽어도 우습지 않은 미래 이야기를 써내다니 대단하다. 90년 동안 일어난 기술 변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동안 읽었던 SF 중에 가장 현실적인 SF인 듯 하다. 

  단편들에 로켓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브래드버리의 로켓은 비행기 비슷한 느낌이다. 인간이 달에 가기도 전에 쓴 글이라서 그럴까?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과거의 상상화 '개인용 열기구' 그림이 떠오른다. 사람은 현재에 기반해서 미래를 상상할 수밖에 없나보다. 

  <기나긴 비>, <방문객>, <여우와 숲>이 좋았다. 그 중에서 <기나긴 비>는 최고였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금성에 불시착해서 '태양돔'을 찾으려고 걷는 세 명의 군인 이야기인데 아직도 중위가 태양돔을 진짜 발견한 건지 다른 두 사람처럼 미쳐서 환각을 보는 건지 아리송하다. <방문객>은 환각을 보여줄 수 잇는 능력자가 화성에 왔는데 그를 독차지하려다 죽여버리는 혈녹병 환자들 이야기이고, <여우와 숲>은 과거로 휴가를 가는 척 하고 과거에서 잠적하려는 부부가 결국 미래에 붙잡힌다는 이야기다. 

  브래드버리가 그려내는 미래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이고, 그래서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2010년의 지구를 떠오르게 한다. 그건 2010년의 지구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는 소린가.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로는 <로켓>이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몇 안 되는 단편인데 가족애를 볼 수 있다. 진짜 우주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행복했을 테고 아버지도 행복했겠지. 어느 날 밤엔가 우주를 땅 위의 로켓에서 보게 될 어머니도. 

  재미있었다. SF라기보다는 공포물에 가까운 이야기도 3편 있었지만 그것들도 좋았다. 단편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 찾아보니 국내 소개된 소설은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비롯해 <화씨 451>과 <민들레 와인> 뿐이고, 그 중 장편은 <화씨 451> 뿐이다. 브래드버리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201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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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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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빌 S 밸린저의 이름으로 나온 세 권의 책 중 마지막 하나. 세 권의 책 중에서 제일 얇다. 책 설명에 나온 내용은 <연기로 그린 초상>보다 흥미로웠는데, <이와 손톱>과 <연기로 그린 초상>과는 다르게 잘 읽히지 않았다.

  <기나긴 순간> 또한 교차서술로 진행된다. 1에서는 목이 잘리고 기억을 잃은 채 정신을 차린 남자가, 2에서는 목이 잘린 채 죽어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남자가 나온다. 1은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나'의 모습이, 2에는 신원 미상의 시체의 신원과 살인범을 찾으러 경찰에서 수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어쩐지 둘 다 다소 느긋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1에서 발견된 남자의 정체가 자꾸 바뀌는 것이 소설에 흥미를 준다. 남자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기억이 '호프스먼 중령'이라는 것도 나중에 보니 복선이었다. 다 읽고 나니 남자가 굉장히 퍽퍽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서 찡했다. 그래서인지 비앙카 힐에게 의외의 헌신을 보인 것이 더 놀랍다.

  책의 맨 마지막을 덮고 잠시 '이게 왜 반전이지?'하고 생각하다가 한참 뒤에야 머리를 땡 하고 때리는 것 같았다. 중간 즈음, 2의 남자도 최초 발견자가 비앙카 힐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그게 중요한 복선이었다. 구성이 예술이다.

  이 구성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부분을 뺏는게 되므로 참아야겠다. 다만 이 책의 중심은 교차서술에 있고, 동시에 이야기가 나온다고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되고있는 중이 아니라는 힌트만 잠깐 남겨야지.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건조해서 이렇다 할 감정 변화가 없어서 몰입해 읽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2의 수사진행은 별로 흥미롭지가 않아서 (한 얘기를 또 하는 느낌) 흥미도가 더 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을 읽고 보니 그냥 대단하다. 끝까지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201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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