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스페이스 오페라가 너무 읽고 싶어서 찾다가 엉뚱하게 이 책을 빌려왔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 시작은 온 몸에 문신을 한 남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 문신이 움직이며 18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구조다. 단편집을 신기한 방식으로 하나의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변화(근본적인 변화)는 없이 기술이 발전한 미래는 내가 살고 있는 2010년의 모습과는 크게 괴리가 없어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보니까 저자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1920년 태생이란다. 9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 읽어도 우습지 않은 미래 이야기를 써내다니 대단하다. 90년 동안 일어난 기술 변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동안 읽었던 SF 중에 가장 현실적인 SF인 듯 하다. 

  단편들에 로켓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브래드버리의 로켓은 비행기 비슷한 느낌이다. 인간이 달에 가기도 전에 쓴 글이라서 그럴까?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과거의 상상화 '개인용 열기구' 그림이 떠오른다. 사람은 현재에 기반해서 미래를 상상할 수밖에 없나보다. 

  <기나긴 비>, <방문객>, <여우와 숲>이 좋았다. 그 중에서 <기나긴 비>는 최고였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금성에 불시착해서 '태양돔'을 찾으려고 걷는 세 명의 군인 이야기인데 아직도 중위가 태양돔을 진짜 발견한 건지 다른 두 사람처럼 미쳐서 환각을 보는 건지 아리송하다. <방문객>은 환각을 보여줄 수 잇는 능력자가 화성에 왔는데 그를 독차지하려다 죽여버리는 혈녹병 환자들 이야기이고, <여우와 숲>은 과거로 휴가를 가는 척 하고 과거에서 잠적하려는 부부가 결국 미래에 붙잡힌다는 이야기다. 

  브래드버리가 그려내는 미래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이고, 그래서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2010년의 지구를 떠오르게 한다. 그건 2010년의 지구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는 소린가.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로는 <로켓>이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몇 안 되는 단편인데 가족애를 볼 수 있다. 진짜 우주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행복했을 테고 아버지도 행복했겠지. 어느 날 밤엔가 우주를 땅 위의 로켓에서 보게 될 어머니도. 

  재미있었다. SF라기보다는 공포물에 가까운 이야기도 3편 있었지만 그것들도 좋았다. 단편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 찾아보니 국내 소개된 소설은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비롯해 <화씨 451>과 <민들레 와인> 뿐이고, 그 중 장편은 <화씨 451> 뿐이다. 브래드버리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201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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