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빌 S 밸린저의 이름으로 나온 세 권의 책 중 마지막 하나. 세 권의 책 중에서 제일 얇다. 책 설명에 나온 내용은 <연기로 그린 초상>보다 흥미로웠는데, <이와 손톱>과 <연기로 그린 초상>과는 다르게 잘 읽히지 않았다.

  <기나긴 순간> 또한 교차서술로 진행된다. 1에서는 목이 잘리고 기억을 잃은 채 정신을 차린 남자가, 2에서는 목이 잘린 채 죽어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남자가 나온다. 1은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나'의 모습이, 2에는 신원 미상의 시체의 신원과 살인범을 찾으러 경찰에서 수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어쩐지 둘 다 다소 느긋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1에서 발견된 남자의 정체가 자꾸 바뀌는 것이 소설에 흥미를 준다. 남자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기억이 '호프스먼 중령'이라는 것도 나중에 보니 복선이었다. 다 읽고 나니 남자가 굉장히 퍽퍽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서 찡했다. 그래서인지 비앙카 힐에게 의외의 헌신을 보인 것이 더 놀랍다.

  책의 맨 마지막을 덮고 잠시 '이게 왜 반전이지?'하고 생각하다가 한참 뒤에야 머리를 땡 하고 때리는 것 같았다. 중간 즈음, 2의 남자도 최초 발견자가 비앙카 힐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그게 중요한 복선이었다. 구성이 예술이다.

  이 구성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부분을 뺏는게 되므로 참아야겠다. 다만 이 책의 중심은 교차서술에 있고, 동시에 이야기가 나온다고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되고있는 중이 아니라는 힌트만 잠깐 남겨야지.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건조해서 이렇다 할 감정 변화가 없어서 몰입해 읽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2의 수사진행은 별로 흥미롭지가 않아서 (한 얘기를 또 하는 느낌) 흥미도가 더 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을 읽고 보니 그냥 대단하다. 끝까지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201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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