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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르게 팝니다 - 고객을 사로잡은 트레이더 조의 리테일 심리학
정김경숙(로이스 김)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유통 업계를 보면 정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이 마트나 백화점을 직접 가서 이용하는 경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점을 가지 않더라도 물건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 속에서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에 주 거점을 두고 있는 유통 업계는 저마다 온라인 영역 개척에 힘쓰는 한편, 고객들을 자사 매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고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극대화한 곳이 있다. 바로 트레이더 조다. 트레이더 조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형마트 체인이다. 이 책은 트레이더 조가 온라인 열풍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은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구글 본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의 이력이다. 저자는 트레이더 조의 매장 직원으로 직접 근무한 바 있다. 그는 구글 본사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후 트레이더 조 매장 직원으로 취업해 매니저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현장에서 직접 겪고 느낀 바를 담고 있기에 책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분석한 트레이더 조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제품 기획력이다. 트레이더 조에는 PB 상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제품을 직접 기획해서 판다는 것이다. 소식이 국내에 알려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트레이더 조의 냉동 김밥도 그들만의 탁월한 기획력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기존 소비 경험의 탈맥락화이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탈맥락화'란 특정 문화, 지역, 상황에서 익숙하게 소비되던 제품이나 요소를 새로운 환경에서 전혀 다른 용도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트레이더 조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음식인 김밥을 냉장이 아닌 냉동 제품으로 만들어 팔았다. 저자는 트레이더 조의 냉동 김밥 열풍은 단순히 소셜 미디어에서 품절 대란으로 인기를 끈 것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탁월한 제품 기획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말한다. 단순히 유통하는 것을 넘어 뛰어난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자 한다는 점, 또한 그러한 노력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팬층까지 구축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다이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이론이 어우러진 책이다. 이론만 다뤘다면 내용이 다소 딱딱했을 것이고, 경험만 담았다면 객관성이 떨어졌을 텐데 트레이더 조의 영업 현장에서 직접 근무했던 마케팅 전문가답게 두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서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