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걸인 사무엘 -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지혜에 관한 우화
브누와 쌩 지롱 지음, 이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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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에 띄는 광고 카피 중 하나는 ‘자랑하는 엄마가 되세요’ 라는 문구이다. 비슷한 뉘앙스의 또 다른 광고 카피는 ‘옆집은 ~를 새로 바꿨다는데…’ 이다. 물론 광고의 생리라는 것이, 사람의 구매욕을 자극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라지만, 요즘의 광고들을 보면, 조금은 지나 치게 인간을 단순한 소비와 욕망의 노예마냥 여기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삶을 100% 스스로의 절대적 가치관에 따라 평가하고 행복해하고 만족하기 보다, 끊임없이 상대적인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그리고 물질의 소유나 욕망의 성취를 통해,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반추하고 가치관의 혼동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축복과도 같지만, 또 한편 다르게 보면 고달픈 정보 홍수의 환경에 놓여 있다. TV나 영화 그리고 인터넷, 신문에는 각종 정보들이 넘쳐나며, 이와 같은 미디어에의 노출은 자연스레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특히 어떤 사람이 가난하다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 아닌 일명 3D의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면, 우선은 그 사람이 막연히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 단정하고, ‘참으로 안됐다’는 자기 우월감에 빠진 섣부른 동정과 위로의 마음을 품게 된다.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여기고, 누구보다 만족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은 현대인들의 행복에 대한 그릇된 잣대와 가치관들을 바로 잡아주고,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준다.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 현대인의 삶에 대한 보고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객관적이고 생생한 느낌도 들면서, 가끔은 몽환적인 판타지의 환상이 느껴지는데, 그 속에 엮여 있는 행복한 삶을 일깨우는 하나 하나의 교훈들은 저마다 절묘하고 아름답다. 무엇보다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삶의 진리를 일깨우고 있지만,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흐름이 자연스럽고 이야기 역시 흥미진진하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읽고 또 읽고, 냉혹한 정글의 법칙에 내몰리고, 감각적 쾌락에 이끌릴 때 마다, 참된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찾아 언제라도 파고 들고 싶은 책 이다.



요 며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살아 생전의 삶이 화재가 되고 있다. 250만원 남짓 월급을 받으시면서도 항상 통잔 잔고는 마이너스 였다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얼마 안되는 돈마저도 모두 내어주시는 삶을 사셨다. 꼬깃 꼬깃 모은 천만원 마저 사제교육비로 쓰시고, 늘상 검소한 생활을 하셨던 김 추기경님을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에서, 행복이란 물질에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한다. ‘생존을 위한 자연 법칙은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게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는 책 속 교훈이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과 교차 되었다. 책 속에는 마더테레사님의 아래 글도 인용 되어 있는데,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보다는, 내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나 자신의 내면에서 진정으로 느끼는 행복에 대해,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책의 일러스트들도 세련미가 넘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 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그보다는 당신이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 – 마더 테레사



당신이 믿는 것이 바로 당신 자신의 모습이다. – 안톤 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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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 - 한국유교의 종교적 성찰과 여성주의
이은선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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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하면 공자왈 맹자왈이라는 단어 부터 떠오르는 내게, 유교를 하나의 종교로 보는 관점은 매우 생소하였다. 인(仁)을 최고 이념으로 삼아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國), 평천하(下)의 실현을 목표삼는 하나의 윤리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우기, 유교사상에 대해 솔직히 나는, 대한민국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막연한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조선 시대 여성들의 삶은 유교 전통 아래,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 그 자체로 인식되었다. 오죽하면, 시집가면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장님 삼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유교 가부장주의 아래 우리 여성의 삶, 그 중에서도 특히 며느리/아내/아녀자로서의 삶은 그야 말로 '문서 없는 종'에 다름 아니라는게 나의 오랜 고정 관념이었다.

이 책은, 제일 먼저 위와 같은 나의 고정 관념들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을 통해, 그리고 종교라는 다소 생소한 틀을 통해 한국 여성의 삶을 돌아 보게 한다. 이 과정에서 아주 멀게는, 원시 샤머니즘의 무(巫)교에서 부터, 삼국 시대 불교, 그리고 가깝게는 조선 시대 유교에 이르는 긴 시간과 공간의 광대한 역사적 스펙트럼 속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듯 흥미롭게 이야기가 펼쳐 진다. 

특히 조선 시대 유교의 종교성과 그것이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구체적으로 18세기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과 강정일당의 삶을 통해, 마치 한 편의 사극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림 처럼 생생하게 여인의 삶을 반추 한다. 한 시대의 고통과 성과를 보다 장구한 시간과 포괄적인 공간에서 살피고 있는 점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한마디로 스케일이 불록버스터 영화 같다.

어느 부분에서는 저자의 상상과 비약이 조금 지나친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또 결국에는 생각대로 발전하고 이루어 지므로, 저자의 이와 같은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역사는 항상 어떻게 의미 부여를 하기느냐에 따라 180도 새롭게 재조명될 수 있으며, 역사에 기대어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후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처럼 한계를 약간 넘은 듯한 저자의 새로운 역사유추, 그리고 생각과 발상의 전환은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준다. 또한 부정 보다는 긍적적인 삶의 요소를 보려는 저자의 시각과 가치관 역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말 대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의 삶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나름대로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삶의 제약과 조건들 아래서 시작'되는데, 과도하게 한계와 제약 조건들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말이지 그 속에서 나름대로 한계를 극복하고 활동했던 소수의 사람들의 업적과 교훈은 간과 되기 쉬울 것 같다.

무엇보다 종교과 여성을 결부시켜 우리 역사를 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 현 시대 대한민국에서 여성과 종교가 연관지어져 이슈가 되었던 사건은 다름 아닌 국민 여배우이자 인기 톱탤런트 였던 최진실씨의 급작스런 죽음이었다. 신앙인으로서 그녀가 죽음을 스스로 택했다는 사실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무력감 내지는 실망감을 느꼈던 것 이다. 나 역시 이를 계기로 종교가 한 개인의 삶에 어느 정도 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종교가 인간 개인의 삶에 어느 정도의 깊이 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각 개인별 편차가 매우 심한 듯 하다. 한편 역으로 인간 개개인의 삶이 종교를 뛰어 넘어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변화 시켜 나아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시대에나 인간 지각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상적이고 영적인 세계의 가치를 믿고 성숙된 삶을 사는 초월자 적인 인간이 존재한다는 점 이다. 

저자의 참신한 역사유추와 긍정의 힘, 그리고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깔끔한 책의 편집과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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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피부 트러블
서동혜 지음 / 코코넛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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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한 사람에 대해 참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나이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고, 건강이나 영양상태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과음을 했는지, 밤을 새워 공부를 했는지 등등 바로 전날 밤의 행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때때로 흡연의 유무도 알게 해 주고, 손의 거칠기에 따라 직업도 대강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사람의 피부란 나무의 나이태와도 같이, 겉으로 드러난 한 사람의 이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숨기기 어렵고, 눈에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에, 피부는 그 만큼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며, 말썽도 끊이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 한 두 가지 씩 피부에 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귤 껍질 처럼 넓은 모공, 번들 번들 기름진 피부, 중국의 판다 곰 처럼 다크 써클이 얼룩져 내려온 피부, 멍게 모냥 여드름이 올록 볼록 벌건 피부, 튼살, 닭살, 흉터진 피부에서 부터, 일명 촌년병이라고 하는 홍조띤 피부, 노화가 시작되어 주름진 피부, 주름이 생기다 못해 깊게 새겨진 피부 등등 ... 여기에 제 2의 피부라고 일컬어 지는 머릿결 까지 ... 그야 말로 피부 때문에 생기는 고민들은 한도 끝도 없이 다양하다. 여기에 정확한 출처와 효능을 알 수 없는 민간요법들도 많고, 잘못된 상식과 오해들로 인해 피부 트러블이 더욱 악화 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많다. 

 

"모찌처럼 찰진피부", "도자기 피부", "우윳빛깔 피부", "베이비페이스" 등등 아름답고 예쁜 피부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은 이 같은 피부고민들을 한결 더 부추긴다.

 

과연 어떤 정보가 옳고 그른지, 어떤 화장품이 좋고 나쁜지를 제대로 판가름하기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 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피부과를 찾아 상담을 받기에는, 선뜻 비용 부담에 망설여지게 된다. 아토피나, 튼살, 흉터 등과 같이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단순히 피부 미백 이나, 주름 개선, 여드름, 넓은 모공, 블랙 헤드, 각질 제거 등등의 순수 미용을 위해 피부과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은게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값지고 알차게 느껴진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피부 전반의 각종 트러블들에 대해, 다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피부과 전문의의 치료법과 예방법을 만날 수 있어, 마치 큰 돈을 절약한 듯한 마음에 뿌듯하고 행복했다. 한 마디로 돈이 아깝지 않은 현명한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피부과 원장으로서 다년간 환자들을 치료한 실질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구체적인 사례들도 친숙하게 와 닿았고, 무엇 보다 피부 트러블의 근본적인 원인 부터 바로 잡고 고칠 수 있도록 생활 습관까지 세심하게 돌보도록 조언하고 있는 점에 믿음이 갔다.

 

각종 피부 트러블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용적인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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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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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읽는다는 건, 커다란 일탈이요, 또 다른 모험과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그랬다.


동화책은 보통 한 눈에 보기에도 자기 존재의 목적과 이유, 그리고 그 주요 독자층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총 천연색의 알록달록한 커버와 커다란 글씨, 그리고, 노골적으로 '동화책' 내지는 '아동도서 시리즈' 라는 식의 꼬리표를 붙여, 어른들의 접근성을 보기 좋게 차단해 놓는 책들도 허다하다. 그래서 인지 어른이 공공장소에서 동화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 겸연쩍은 기분이 들게 하는게 사실이다. 자칫하면,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 포근한 동심의 공간에서 안주하고, 어른으로의 성장을 거부하는 '키덜트족'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것이, '동화책을 읽는 성인'이 맞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동화책을 읽는 성인에 대한 그간의 편견과 오해를 일신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일러스트의 양장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얼핏 보면 다이어리나, 한 권의 노트와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무슨 책이냐?'라는 질문이나, '다이어리인가봐요?'라는 식의 질문을 먼저 받게 된다. 적어도 다른 동화책을 읽을 때 처럼 다짜고짜, '어른이 동화책은 왜 봐요?'라는 식의 질문은 피할 수 있다.


어른이 된 이후로 주로 자기계발 서적이나, 잡지책, 혹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들에 오래도록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 이 책이 더욱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너무 오래전 이야기 여서 줄거리 조차 희미했던, [인어공주]도 그렇고, 무언가 원인을 모르게 그 제목만 들어도 막연히 가슴이 져며오고 아픔이 느껴지는 [성냥팔이 소녀]도 그렇고 .. 책 속 이야기 하나 하나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꿈속을 노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 나는, 안데르센 동화가 너무 잔혹하다는 생각에, 가끔은 원망 스럽기도 했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도 그렇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 공주도 그렇고, 행복하지 못한 결말에 원통했고, 이런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낸 안데르센이라는 어른이 심술쟁이 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안데르센의 동화들은, 어릴적과는 사뭇 다른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들을 자아 낸다. 때로는 작가의 섬세함과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였고, 오래도록 해묵었던 기억과 감정의 조각들이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이 이 책을 통해 하나 하나 되살아 나기도 하였다.  

특히나 안데르센의 동화는 어린이 보다는, 오히려 성인들이 읽기에 더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철학적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신비하고 오묘한 삶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안데르센 만큼 현명하게 답할 수 있는 어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왜 누구나 사랑을 이룰수는 없는 건지 .. "

"사랑을 이룰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 "   

"사람이 죽게되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건지 .."

"역경과 고난 앞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

"아이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 .."


 안데르센은 위와 같은 질문들에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게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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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사는 삶 - 개정증보판
박기삼 지음 / 대장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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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에도 진품명품이 있다면, 나는 이 책을 '진품명품'으로 분류하고 싶어진다. 구구절절 버릴 말씀이 하나도 없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의 변화나 큰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 책은 한 장 한장,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 마다, 구석 구석, 수시로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고, 큰 깨우침을 준다. 어느 부분에서는 아무런 의구심 없이 오래도록 당연시 여겨왔던 나의 고정관념들이 산산히 부서지고 깨어지는 황당함에 적잖은 충격과 도전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버릴게 없는 동시에, 특별히 보태거나 더해야할 부족함 역시 많지 않은, 질적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자신을 그리스도인 내지는 교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교회의 직분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신학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고, "진정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토론해 보면 좋을 듯 한 책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한 가지는, 곳곳에 인용되어 있는 파스칼의 글귀들 이었다. [팡세]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그가, 회심의 환희를 체험하고, 수도원의 객원이 되어, 예수회 신학의 기만을 폭로하고, 시대별 그리스도 신자에 대한 비교나 그리스도전기 등의 소품을 남긴 작가라는 사실은, 이 책을 계기로 새롭게 배우고 알게된 사실이다. 

 

파스칼이 당대 프랑스 사교계에 혐오를 느껴 종종 [시골 친구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제목의 서한체의 글을 익명으로 간행하여 신학의 오만불손한 윤리를 비난했던 것 처럼, 이 책의 저자는 욕망을 미화하고, 물질의 노예로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요즘 기독교의 윤리 체계나 신학 체계 그리고 교회의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의 가르침과 달리, '권력도, 재력도, 지식도 없는 한 명의 소시민'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점을 비판한다. 나는 특히 이 점에 많이 공감하였다. 오늘날 교회가 '권력이나 재물이 없으면 기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고난을 당하면 믿음이 부족하다고 마음먹게끔 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고난의 축복을 불쌍히만 여기도록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모든 활동이 마치 현재의 자기로 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의 몸부림으로만 국한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의 이 같은 예리함과 냉철함이, 파스칼의 명문장들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어내며 만들어진 이 책은, 깨달음의 희열과 기쁨을 준다.  

 

"하나님을 아는 것에서 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까지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 라는 파스칼의 인간적 고민 역시 내게는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하나님을 이제 막 새롭게 다시 알아가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기 까지의 참된길을 발견한 듯 한 생각에 기뻤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하나님의 든든한 빽으로, 편하게만 세상을 살아가고자 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게 되었다.   

 

세상적인 가치들로 복잡하게 꼬이고 얽힌 삶의 의미를 다시 재정비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깨닫게 해 주는 귀한 책 이었다. 저자의 아래의 말이, 내 삶의 의미를 한결 분명하고 명쾌하게 하여 주었다.

 


"믿음의 삶은 작용도 아니며 반작용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며 역행도 아니고, 오직 주님의 십자가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삶아가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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