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사는 삶 - 개정증보판
박기삼 지음 / 대장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만약, 책에도 진품명품이 있다면, 나는 이 책을 '진품명품'으로 분류하고 싶어진다. 구구절절 버릴 말씀이 하나도 없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의 변화나 큰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 책은 한 장 한장,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 마다, 구석 구석, 수시로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고, 큰 깨우침을 준다. 어느 부분에서는 아무런 의구심 없이 오래도록 당연시 여겨왔던 나의 고정관념들이 산산히 부서지고 깨어지는 황당함에 적잖은 충격과 도전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버릴게 없는 동시에, 특별히 보태거나 더해야할 부족함 역시 많지 않은, 질적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자신을 그리스도인 내지는 교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교회의 직분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신학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고, "진정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토론해 보면 좋을 듯 한 책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한 가지는, 곳곳에 인용되어 있는 파스칼의 글귀들 이었다. [팡세]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그가, 회심의 환희를 체험하고, 수도원의 객원이 되어, 예수회 신학의 기만을 폭로하고, 시대별 그리스도 신자에 대한 비교나 그리스도전기 등의 소품을 남긴 작가라는 사실은, 이 책을 계기로 새롭게 배우고 알게된 사실이다. 

 

파스칼이 당대 프랑스 사교계에 혐오를 느껴 종종 [시골 친구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제목의 서한체의 글을 익명으로 간행하여 신학의 오만불손한 윤리를 비난했던 것 처럼, 이 책의 저자는 욕망을 미화하고, 물질의 노예로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요즘 기독교의 윤리 체계나 신학 체계 그리고 교회의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의 가르침과 달리, '권력도, 재력도, 지식도 없는 한 명의 소시민'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점을 비판한다. 나는 특히 이 점에 많이 공감하였다. 오늘날 교회가 '권력이나 재물이 없으면 기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고난을 당하면 믿음이 부족하다고 마음먹게끔 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고난의 축복을 불쌍히만 여기도록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모든 활동이 마치 현재의 자기로 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의 몸부림으로만 국한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의 이 같은 예리함과 냉철함이, 파스칼의 명문장들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어내며 만들어진 이 책은, 깨달음의 희열과 기쁨을 준다.  

 

"하나님을 아는 것에서 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까지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 라는 파스칼의 인간적 고민 역시 내게는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하나님을 이제 막 새롭게 다시 알아가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기 까지의 참된길을 발견한 듯 한 생각에 기뻤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하나님의 든든한 빽으로, 편하게만 세상을 살아가고자 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게 되었다.   

 

세상적인 가치들로 복잡하게 꼬이고 얽힌 삶의 의미를 다시 재정비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깨닫게 해 주는 귀한 책 이었다. 저자의 아래의 말이, 내 삶의 의미를 한결 분명하고 명쾌하게 하여 주었다.

 


"믿음의 삶은 작용도 아니며 반작용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며 역행도 아니고, 오직 주님의 십자가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삶아가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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